(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예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위원장 박지성)의 권고에 따라 추진해 온 선거 제도 개혁안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면서 연내 축구협회장 선거가 사실상 무산됐다.
아울러 '축구인 카르텔'의 폐악을 없애기 위해 추진한 2만여명의 선거인단 확대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8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공동 서한을 받았다.
서한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케이(K)-축구 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추진해 온 선거 제도 개혁안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축구협회는 지난 7월 사퇴한 정몽규 전 회장의 뒤를 이을 새 수장 뽑는 선거를 위해 선거인단을 기존 192명에서 100배 이상 늘린 2만명 정도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참패 뒤 축구계 쇄신을 위해 문체부 주도로 출범한 K-축구 혁신위의 권고를 축구협회가 수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K-축구 혁신위 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8월부터 예상대로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에 양 기관이 공동으로 축구협회에 서한을 보낸 것이다. 표현은 '우려'지만 사실상 K-축구 혁신위 주도 아래 이뤄지는 선거인단 대거 확대를 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다.
FIFA는 서한에서 확대된 선거인단이나 대규모 온라인 투표 방식과 관련해 비밀투표 원칙을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각 대표 집단을 확대한 총회 중심의 선거 제도 방향으로 개편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 AFC는 더 나아가 이번 K-축구 혁신위의 활동 자체를 축구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간주하는 중이다.
다만 K-축구 혁신위를 단순히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치권이 움직여서 탄생된 조직으로 보긴 어렵다.
그간 한국 축구인들의 지속된 행정 헛발질이 2026 월드컵 본선 참패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국민이나 축구팬들이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반영돼 K-축구 혁신위라는 조직이 꾸려졌다고 봐야 한다.
축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승부조작범 등 비위를 저지른 축구인 100명에 대한 기습 사면을 단행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정 전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당시 축구계는 '기습 사면'이 일어난 배경으로 200여명 안팎의 선거인단 제도 속에서 '힘 있는' 축구인들의 승부조작범 사면 요구 등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차기 회장 선거에 차질 빚을 것을 우려한 당시 집행부가 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인단이 크게 확대될 경우, 협회장이 이런 식의 '축구인 카르텔' 폐악에 눈치보지 않고 소신 행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협회장 선거 때 정 전 회장 선거운동을 한 뒤 심판위원장으로 일하다가 심판들에게 금품 요구 의혹을 받고 있는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의 경우도 소수의 선거인단 속에서 나온 전형적인 폐악으로 꼽힌다.
국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버럭'하는 사상 초유의 행동으로 유명해진 문 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심판위원장을 할 자질이 안 되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선거운동 뒤 협회 내 위원장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평가가 많았다.
축구협회는 지난 4년간 연간 229~392억원, 예산의 최대 20%를 공공재원(체육진흥투표권 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국고보조금(세금)) 통해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견제, 감시를 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축구협회는 체육진흥투표권 기금 3~4% 정도 받는 것 말고는 협회 예산에 공공재원이 투입되지 않고 있으며, A매치 입장 수입에 따라 세금 내는 것을 빼면 사실상 100% 자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FIFA, AFC의 문서 내용은 '체욱관 선거'로 통칭되는 소수 선거인단 위주의 간접 선거 방식으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축구의 인기와 신뢰도, 실력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중계화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