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1년 전만 해도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지난해 8위에 그쳤던 KIA 타이거즈가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반전을 만들었다. 비록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박수받아 마땅한 한 해였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1-6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던 KIA는 아쉬움을 안고 광주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범호 감독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2026년 KIA는 무엇을 남겼고, 또 어떤 과제를 안았을까.
◆"우리가 약체? 솔직히 자존심 상합니다" 저평가가 오히려 자극제였다
2024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25시즌 8위로 추락했다.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 등 크고 작은 위기를 맞으며 힘든 시즌을 보냈다. 2025시즌 종료 후에는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박찬호(두산 베어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한승택(KT 위즈)이 팀을 떠났다.
KIA는 약점으로 꼽힌 불펜을 보완하기 위해 김범수, 홍건희를 영입했다. 여기에 내부 FA 조상우, 양현종, 이준영과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KIA가 올해도 가을야구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KIA를 하위권으로 분류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선수들은 올해 일본 아마미오시마 1차 스프링캠프와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더 똘똘 뭉쳤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겠다는 각오였다. 지난 3월 2026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만났던 주장 나성범은 "물론 잘 쳤던 (최)형우 형, 수비를 잘하는 (박)찬호 두 선수가 잘하지만, 두 명이 빠졌다고 해서 우리 팀이 약체라고 평가를 받는 게 어떻게 보면 자존심도 상하고 솔직하게 왜 그렇게 판단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베테랑 양현종 역시 전문가들의 평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양현종은 "(KIA가 하위권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 시즌 초반 우리 팀이 극강이라고 평가를 받았는데, 성적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나. 우리가 하위권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실제로) 하위권을 기록할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IA는 4월 중순부터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리며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이 부진하자 성영탁을 과감하게 마무리로 기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불펜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KIA도 조금씩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부상 대체 외인 영입, 아시아쿼터 교체, 트레이드...KIA는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현장의 노력도 있었지만, 프런트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KIA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 건 지난 4월 말이었다.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가 부상 암초를 만났다. 카스트로는 4월 2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회초 김도영의 송구를 받기 위해 다리를 뻗는 과정에서 몸에 이상을 느꼈다. 병원 검진 결과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했다.
KIA는 카스트로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고, 지난 5월 4일 아데를린 로드리게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데를린은 32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몰아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KIA는 아데를린과의 계약 연장까지 고려했으나, 아데를린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6주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뒤 팀을 떠났다.
여기에 KIA는 아시아쿼터 교체라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지난 5월 26일 호주 출신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방출했고, 이틀 뒤 KBO리그 경험이 있는 일본 출신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시라카와는 팀에 합류한 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으며, 가을야구에서도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다.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수혈도 있었다. KIA는 지난 7월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 이형범을 내주고 내야수 하주석을 영입했다. 당시 KIA는 김선빈의 체력 문제, 박민의 부상 등으로 내야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하주석이 가세하면서 고민을 덜어낼 수 있었다.
◆박재현의 성장세, 확 줄어든 부상자...이래서 KIA 버틸 수 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 없이 시즌을 시작한 KIA로서는 기존 선수들의 분발이 절실했다. 특히 최형우의 이탈로 지명타자와 외야진의 재편이 필요한 상황에서 젊은 야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그 중심에는 외야수 박재현이 있었다.
박재현은 지난해 1군에서 타율 0.081(62타수 5안타)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고,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 결과 19홈런-21도루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활약이었다.
여기에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상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하는 등 선수단 관리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와 달리 김도영, 나성범 등 핵심 선수들이 장기 이탈 없이 시즌을 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KIA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슈퍼스타' 김도영, '막강 원투펀치' 네일-올러...투·타 핵심 선수들의 활약
2026시즌은 김도영의 존재감이 KIA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시즌이기도 했다. 김도영은 지난해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1군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까지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큰 문제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
기록은 김도영의 가치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김도영은 135경기에서 496타수 153안타 타율 0.308, 45홈런, 118타점, 11도루, 출루율 0.413, 장타율 0.647로 활약했다. 2024년 이후 2년 만에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상) 수상을 노린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의 호투가 빛났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시즌 막판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네일은 183이닝, 올러는 178이닝을 던지며 리그 최다이닝 부문 1, 2위를 차지했다. 두 선수의 꾸준한 활약은 KIA가 안정적으로 선발진을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개천절부터 포스트시즌이었다" 마지막에 모든 걸 쏟아부은 KIA
시즌 내내 순위 경쟁을 이어간 KIA는 시즌 막판 LG 트윈스와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사실상 KIA 입장에서는 9월 말부터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갖고 있는 걸 다 쏟아부어야 했다.
KIA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KIA는 10월 LG와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최종 순위 3위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했다. KIA의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79승63패2무(0.556).
정규시즌 종료 후 나흘간 휴식을 취한 KIA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1차전이 비로 인해 하루 순연된 것도 KIA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치열한 승부를 이어오며 많은 체력을 소진한 KIA는 끝내 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포수 김태군은 "개천절(10월 3일 LG전)부터 계속 포스트시즌 모드였다. 물론 핑계를 대는 건 아니지만 한 달 동안 포스트시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체력적인 문제만으로 플레이오프 탈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타선의 응집력이 떨어졌고, 선발투수들의 경기력에도 기복이 있었다. 정규시즌에서 드러났던 불펜 운영의 불안 요소 역시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박수받아 마땅한 시즌, 그래서 더 중요한 새 시즌 준비
비록 KIA는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지만, 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그만큼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걸 팬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 2026시즌은 끝났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2027시즌을 바라봐야 하는 KIA다. KIA는 2일부터 2027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FA, 외국인 선수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불펜과 야수진 정비가 관건이다.
이범호 감독도 "올 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지만 내년에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밑에서부터 개선해서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걸 느끼고 준비해야 5강 밑으로 안 내려간다. 잘 준비해서 3강 이상으로 갈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불펜의 안정감과 야수진의 뎁스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예상 밖의 성과를 냈다고 해서 내년에도 같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2026년의 KIA가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면, 2027년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춰야 한다. 기적 같았던 3위를 일회성 성과로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