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스페인에서 고속열차 두 대가 충돌해 최소 68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현지 축구계에도 추모의 물결이 번졌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스페인축구협회(RFEF)는 국왕컵 일정을 포함한 주요 경기들을 연기했다.
스페인에서 성장해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도 애도의 뜻을 전했으며,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 역시 사고 피해자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 'CNN'은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충돌 사고로 최소 68명이 사망하고 약 10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갇힌 승객이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이어갔으며, 당국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스페인 철도망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로 국가 전체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축구계도 예정된 일정을 멈추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데 동참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28일 공식 발표를 통해 당일 예정됐던 코파 델 레이(국왕컵) 1라운드 24경기를 모두 연기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주관하는 다른 대회 일정도 연기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결정으로 총 48개 팀이 영향을 받게 됐으며, 변경된 경기 일정과 킥오프 시간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톨레도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열차 사고 희생자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페인 축구계는 이번 비극으로 인한 슬픔 속에서 하나로 뭉쳐 있으며,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 경기를 치르는 것보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내려진 결정이다. 스페인 축구계는 경기 일정 조정과 별개로 사고로 가족과 지인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의 회복을 기원했다.
이강인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스페인 주요 구단들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했다.
아틀레티코는 "열차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고통을 함께 나눈다. 사망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아틀레티코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도 구단의 추모에 동참했다. 스페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축구 선수로 성장한 이강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단이 발표한 추모 게시물을 공유했다. 여기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덧붙이며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뜻을 표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도 추모 행렬에 합류했다. 11월 중동 원정 2연전을 앞둔 모레노 감독은 28일 자신의 SNS에 스페인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와 관련한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는 "톨레도 열차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극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지지와 위로를 보낸다"고 적었다.
이번 사고는 마드리드와 남부 안달루시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구간에서 발생했다. 국영 철도회사 렌페의 AVE 고속열차와 민영 철도회사 이리오 소속 열차가 충돌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고 지점은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이다. 카스티야라만차 자치주 당국이 집계한 탑승 인원은 렌페 열차 397명, 이리오 열차 147명이다. 두 열차에 모두 500명 이상이 탑승한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최소 68명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도 100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일부는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열차들이 운행하던 구간에서는 안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스페인 교통부 장관 오스카르 푸엔테는 컴퓨터 시스템 고장으로 마드리드와 세비야 사이 약 63㎞ 구간의 안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으며,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의 열차들이 자동으로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스페인 철도망을 관리하는 국영 기업 아디프(ADIF)가 시스템을 수동으로 통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푸엔테 장관의 설명을 인용해 열차 관제 담당자의 잘못된 지시로 렌페 열차가 적색 신호에도 운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남쪽 세비야 방향으로 이동하던 렌페 열차는 별도의 속도 제한 없이 운행을 재개했고, 현지시간 오전 8시 36분부터 8시 52분 사이 시속 약 200㎞에 해당하는 속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운행이 중단된 상태에 있던 이리오 열차와 충돌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공개된 설명이다.
조사 당국은 열차 내부와 철도 신호 시스템의 데이터 기록 장치, 감시 카메라 등을 분석해 충돌 전후의 운행 상황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한편 현장에서는 생존자 구조와 실종자 확인을 위한 작업이 밤까지 이어졌다. 'CNN'은 구조대원들이 조명 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수색하고 있으며, 스페인 내무부가 500명 이상의 긴급 구조 인력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부상자 치료를 위한 헌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 RFEF / 모레노 인스타그램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