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킬리안 음바페가 가볍게 던진 한마디의 후폭풍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의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을 연상시키는 인터넷 밈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영상이 뒤늦게 확산되자 중국에서 거센 반발이 터졌다.
중국 기업들이 음바페와의 광고 계약을 잇따라 해지했고, 중국 국영방송은 스페인 라리가 경기 중계를 중단함과 동시에 음바페가 등장하는 광고도 없애버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이 직접 사과한 데 이어 주스페인 중국대사 야오징까지 만나 수습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한국시간) "음바페가 마오쩌둥에 대한 농담으로 중국인들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중국 브랜드 두 곳과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음바페는 자신과 관련된 인터넷 밈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어떤 남자였는데, 아마 중국의 독재자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에는 음바페의 얼굴을 마오쩌둥의 모습에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다.
음바페를 소속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희화화하면서 각종 독재자나 역사적 인물의 모습에 합성하는 인터넷 밈 가운데 하나였다.
해당 영상은 올해 4월 프랑스 프로그램 '더 브리지(The Bridge)' 인터뷰 과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다시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중국에서 문제가 됐다.
마오쩌둥은 중국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역사적 인물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이끈 지도자로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높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반면 국제적으로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그의 통치 아래 발생한 막대한 인명 피해와 권위주의적 통치를 둘러싼 역사적 평가가 함께 존재한다.
다만 음바페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웃으면서 '중국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중국에서는 음바페가 마오쩌둥을 희화화했다고 받아들이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그러자 중국의 대형 음료업체 둥펑음료그룹은 27일 성명을 내고 음바페와의 모든 협력을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둥펑은 "국가적 감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음바페는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이 회사의 스포츠 음료 광고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한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이 터진 뒤 계약은 바로 끝났다.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가운데 하나인 멍뉴도 "음바페와의 모든 협력 관계를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에도 무관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음바페는 멍뉴 광고에서는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치즈·유제품 업체 밀크그라운드까지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이번 논란으로 음바페와 관계를 끊은 중국 기업은 최소 3곳이다.
광고 계약의 정확한 총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스타인 음바페가 중국에서 여러 대형 소비재 기업의 모델로 활동해온 만큼 상업적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SNS도 들끓었다. 웨이보에서는 '둥펑음료 음바페와 협력 종료'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 최상단에 올랐고, 일부 이용자는 음료병과 각종 광고물에서 음바페의 얼굴을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똥은 스페인 라리가로 튀었다. 중국 미디어그룹(CMG)은 음바페가 뛰는 경기뿐 아니라 스페인 라리가 경기 중계를 중단했고, 음바페가 등장하는 광고 역시 삭제했다.
중국축구협회도 음바페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 공식적인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음바페는 성명을 통해 자신의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로 글을 게시한 음바페는 "내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것이 중국과 전 세계 중국인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이제 이해한다"면서 "내 말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모든 사람에게 사과한다. 중국인과 중국의 역사에 깊은 존중을 갖고 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라리가 또한 공식 성명을 통해 음바페의 발언으로 중국 팬들이 불쾌감을 느낀 데 대해 사과했다. 동시에 음바페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나온 것이며 라리가의 입장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중국과 중국의 기관, 중국 국민을 깊이 존중한다. 중국 팬들에게 개인적으로도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구단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별도의 인식·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테바스 회장은 지난 27일 직접 야오징 주스페인 중국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테바스는 SNS를 통해 "오늘 중국대사를 만나 음바페의 발언으로 발생한 상황을 논의하고 이번 사태를 극복할 해결책을 찾았다"고 밝혔다.
라리가 회장이 특정 선수의 발언 때문에 직접 중국 외교관을 만난 건데, 그만큼 중국 시장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테바스는 "중국은 라리가의 전략적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 개인의 사건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훼손하거나 수백만 중국 팬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중국이 음바페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라리가 중계를 정상화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