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해리 케인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품에 안고도 야유를 받았다.
수상소감 도중 11세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친정팀인 토트넘 홋스퍼에 감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토트넘과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온 클럽들이 즐비한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장에 토트넘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함께 야유가 함께 흘러놨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케인은 이에 웃으며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케인은 26일(한국시간) 런던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킬리안 음바페와 라민 야말을 제치고 수상했다.
이로써 케인은 2001년 마이클 오언 이후 25년 만에 발롱도르를 받은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 잉글랜드 선수로는 역대 다섯 번째 수상자다.
1956년 초대 수상자인 스탠리 매슈스를 시작으로 바비 찰턴이 1966년, 케빈 키건이 1978년과 1979년에 발롱도르를 차지했다. 이후 잉글랜드 선수의 수상 계보가 끊겼지만, 케인이 2026년 마침내 그 역사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이번 시상식은 케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토트넘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며 최고의 개인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오롯이 개인의 성취로만 돌리지 않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자신을 지도한 코치들, 바이에른 동료들, 잉글랜드 대표팀, 가족을 차례로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주목받은 소감은 케인은 자신이 11세 때부터 몸담았던 토트넘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한 부분이었다.
케인은 "토트넘 홋스퍼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시상식 현장에서는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세계 최고의 개인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친정팀을 잊지 않은 케인의 모습에 반응한 것이다. 토트넘 팬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토트넘과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온 다른 런던 클럽의 팬들도 현장에 있었던 가운데, 토트넘의 이름이 나오자 환호와 함께 야유도 흘러나왔다.
케인은 이 같은 반응에도 웃음을 보이며 여유롭게 받아들였다.
이어 그는 "토트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다며 "나는 11세 때부터 그곳에 있었다. 모든 지도와 코치들의 도움 덕분에 내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케인은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 그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기복이 오늘 이 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며 "토트넘 홋스퍼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케인은 토트넘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여러 코치의 이름도 직접 언급했다. 크리스 램지, 팀 셔우드, 라이언 메이슨을 비롯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함께했던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메이슨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토트넘 팬들을 향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케인은 경기장에서 받은 응원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전해진 지지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자신 역시 한때 축구 팬이었던 만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다면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친정팀에 대한 인사를 마친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2026 월드컵에서 아쉽게 결승 진출해 실패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그는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을 특별하게 돌아봤다.
케인은 "모든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완벽한 한 해는 아니었지만 좋은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향한 감사도 이어졌다.
또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훈련장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 동료들을 언급했고, 지난주 쓰러지는 일을 겪은 뒤 회복 중인 뱅상 콤파니 감독에게도 안부를 전하며 이번 수상이 힘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
가족을 향한 메시지도 이어졌다. 먼저 형이자 에이전트인 찰리에게 감사를 전한 케인은 부모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네 자녀를 향해서는 사랑을 담은 메시지를 남겼다. 케인은 아이들이 집에서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을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 케이트를 향해서는 더욱 진솔한 고백을 남겼다. 케인은 아내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큰 지원군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여러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번 수상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던 사람도 아내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기복을 함께 겪었다. 당신은 나의 가장 큰 지원군이며, 어쩌면 나보다 이 상을 더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하고 힘들었을 텐데, 마침내 해냈다"며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원했고,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