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LAFC)이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이 확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LAFC 유니폼을 입은 한 관중이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손흥민을 향해 "니하오"를 반복해서 외쳤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27일(한국시간) "LAFC 팬이 MLS 경기 후 한국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LAFC와 LA갤럭시의 엘 트라피코 더비가 끝난 뒤 발생했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반 28분에는 골망까지 흔들었지만 앞선 상황에서 동료 드니 부앙가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에는 왼쪽에서 올린 손흥민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진을 거쳐 레오 왈타의 동점골로 연결되는 등 공격의 중심 역할을 했다.
LAFC는 0-2로 끌려가다 후반 두 골을 따라붙어 2-2 무승부를 만들었고, 이 결과로 MLS컵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확정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경기장을 돌면서 홈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때 LAFC 유니폼을 착용한 한 남성이 손흥민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을 반복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해당 발언이 중국어 인사인 "니하오"로 들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상에는 손흥민이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관중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한동안 바라보는 모습도 담겼다.
뉴욕포스트는 해당 행동을 "무감각하고 인종차별적인 마이크로어그레션"이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적 선수다. 그런 손흥민에게 중국어 인사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행동은 상대의 실제 국적과 정체성은 무시한 채 동아시아인을 모두 중국인으로 취급하는 전형적인 인종적 고정관념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현지 LAFC 팬들 사이에서도 즉각 분노가 터져 나왔다. 문제의 영상을 최초로 확산시킨 SNS 이용자는 해당 남성이 손흥민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했으며, 이후 "니하오"를 외쳤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 안전요원에게 이를 알렸지만 해당 관중이 이미 자리에서 떠난 뒤여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일부 현지 팬들은 해당 인물이 경기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시즌권 회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즌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생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종차별에는 자리가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다만 현재까지 사실관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영상 속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직접 등장해 자신이 외친 말이 "니하오"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스페인어로 '내 아들'이라는 의미에서 친근하게 사용하는 표현인 "미호(mijo)"를 외쳤다고 주장하면서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계정이 실제 영상 속 인물인지, 발언이 실제로 'mijo'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손흥민의 성이 영어로 아들을 뜻하는 'SON'이라는 점과 LA에 스페인어권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팬으로서 '내 아들'이라는 뜻의 'mijo'를 말한 거라면 얼추 말은 된다.
만약 실제로 'mijo'를 말한 것이었다면 해당 팬은 '니하오'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인종차별자라는 낙인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주요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영상을 토대로 "니하오" 발언 논란을 보도하고 있는데, LAFC와 MLS 사무국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향후 관중의 신원 확인 및 구단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논란은 안타깝게도 처음이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동안 수차례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23년에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관중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토트넘은 즉각 성명을 내고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혐오스럽고 사회와 축구, 우리 구단에 설 자리가 없다"며 경찰 및 크리스털 팰리스와 함께 해당 관중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더 큰 논란은 2024년 팀 동료였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이었다.
우루과이 방송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와도 될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고 발언했다.
벤탄쿠르는 이후 "아주 나쁜 농담이었다"며 사과했고, 손흥민 역시 "실수했고 사과했다. 우리는 형제"라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이를 인종·국적과 관련된 가중 위반으로 판단했다. 결국 벤탄쿠르에게 국내대회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7686만원)의 벌금, 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까지 내렸다.
손흥민은 과거 독일에서 어린 선수로 뛰던 시절에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지만 인종을 둘러싼 조롱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유럽에서 수차례 인종차별을 견뎠던 손흥민이 미국에서도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놓이면서 축구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 뉴욕포스트 /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