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이우진 기자) KT 위즈의 외국인 거포 샘 힐리어드가 시즌 38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며 KBO리그 홈런왕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홈런 선두 김도영(KIA 타이거즈)과는 이제 단 2개 차.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과의 격차도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작 힐리어드는 타이틀 경쟁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겠다며 자신의 타격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힐리어드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6차전에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안타 한 개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이었다.
KT가 4-2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힐리어드는 SSG 우완 타케다의 2구째 148km/h 직구를 강하게 받아쳤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 됐다.
힐리어드의 시즌 38호 홈런이자 KBO리그 통산 세 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앞서 힐리어드는 지난 5월 14일 수원 SSG전에서 KBO리그 첫 만루 홈런을 터뜨렸고, 7월 17일 잠실 LG전에서도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만루포에 이어 투런포까지 연타석으로 터뜨리며 홀로 6타점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이날 다시 만루에서 담장을 넘기며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힐리어드의 한 방을 앞세운 KT는 8-2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성적은 79승47패4무(승률 0.627)가 됐고, SSG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8승7패1무로 우위를 확정했다.
동시에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그는 이날 시즌 38호포를 추가하면서 선두 김도영(40홈런)과 격차를 2개, 오스틴(39홈런)과는 단 1개까지 좁혔다.
특히 홈런 선두 김도영이 현재 KBO리그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다. 김도영은 지난 1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소집돼 소속팀 KIA를 잠시 떠난 상태다.
그 사이 힐리어드가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정작 힐리어드는 김도영이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이 추격하는 상황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힐리어드는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앞서가던 김도영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홈런을 치며 경쟁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불공평하지 않나(not fair)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홈런왕이라는 타이틀 자체를 좇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힐리어드는 "개인적으로 홈런뿐만 아니라 어떤 기록에 대해서도 의식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그 때문에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이 대답을 원하시는 건 아니겠지만, 일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내가 갖고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좋은 과정을 통해 홈런이 나오고 홈런 타이틀까지 따게 된다면 굉장히 기쁘겠지만 홈런왕은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시즌 세 번째 만루 홈런 역시 처음부터 한 방을 노린 결과는 아니었다.
힐리어드는 "오늘은 2점 차가 나고 있었고 계속 타이트한 경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루에서 홈런을 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다른 만루 홈런을 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점수를 벌리자, 가능하면 2점 정도 더 벌리자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항상 공을 조금 더 정확하고 강하게 맞추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잘 맞아서 홈런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힐리어드의 만루포는 홈런 경쟁뿐만 아니라 타점왕 경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경기 전까지 116타점으로 오스틴(122타점), 디아즈(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리그 3위였던 힐리어드는 이날 한 번에 4타점을 추가했다. 시즌 120타점으로 디아즈(119타점)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서면서 선두 오스틴과의 격차도 2타점으로 좁혔다.
하지만 이 역시 혼자 만든 기록이 아니라는 게 힐리어드의 생각이었다.
그는 "당연히 내가 타점을 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서도 "팀 동료들이 많이 출루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타점을 많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루를 많이 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오히려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힐리어드는 "어떻게 보면 더 많은 타점을 냈어야 하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도 사실 있다"며 "그래도 현재 내가 맡은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점을 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도영 40개, 오스틴 39개, 그리고 힐리어드 38개. 시즌 막판 홈런왕 경쟁은 이제 단 두 개의 홈런 안에 세 명의 거포가 몰리는 초접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힐리어드의 시선은 순위표보다 눈앞의 타석을 향해 있다. 타이틀을 좇기보다는 강한 타구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개인 타이틀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어느새 홈런과 타점 모두 선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남은 시즌에도 자신의 타격에만 집중하겠다는 힐리어드가 치열해진 타이틀 경쟁의 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인천,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