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디세이'
(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디세이아'를 다시 썼다. 신화를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구현하면서도, 영웅 오디세우스가 아닌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얼굴을 비춘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는 '일리아스'와 함께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 동안 겪는 모험을 그린 대서사시다.
오는 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 신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러나 놀란은 오디세우스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략가가 아니라, 승리 이후에도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으로 그려냈다.

영화 '오디세이'
영화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종적을 감춘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의 행방을 따라간다.
왕이 사라진 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타카는 혼란에 빠지고, 페넬로페(앤 해서웨이)는 왕비의 자리를 지키며 구혼자들의 압박을 견딘다.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직접 여정에 나선다.
먼바다를 떠돌던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의 섬에서 망각의 꽃 로투스를 먹고 가늠하기도 어려운 긴 시간을 보냈다. 하얗게 새버린 수염과 머리카락이 그 증거다. 평온한 섬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희미하게 떠오른 가족의 흔적은 그를 다시 지난 여정으로 이끈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작품은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현재와, 오디세우스가 겪은 과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다 위를 떠도는 오디세우스의 길은 익숙한 신화 속 장면이다.
그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맞서고, 마녀 키르케를 만나며, 세이렌의 노래를 지나고,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통과한다. 이 과정을 통해 오디세우스의 선택과 후회를 보여준다. 그가 결정한 한 번의 선택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살아남은 오디세우스는 영웅이 아닌 한 명의 생존자로 남는다.

영화 '오디세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고대 그리스의 환대 문화인 '제니아(Xenia)'다. 당시에는 낯선 손님이 신의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믿었고, 손님을 환대하는 일은 제우스가 내린 신성한 의무였다.
영화는 이 같은 제니아의 개념을 오디세우스의 여정 전반에 녹여낸다.
특히 트로이 목마는 신뢰와 배신이 공존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믿음을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부하 시논(엘리엇 페이지)을 속여 희생을 감수하게 만든다.
테네에게 바치는 봉헌물로 위장한 목마는 결국 트로이를 무너뜨리는 계략이 되고, 영화는 승리 뒤에 감춰진 희생과 그 대가를 되짚는다.
그의 곁을 지키는 전쟁의 신 아테네 역시 영웅을 찬양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디세우스가 외면하려는 기억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하는 존재에 가깝다.
전쟁의 승리보다 그 이후를 견뎌야 하는 인간의 시간을 비추면서, 오디세우스는 영웅이라기보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짊어진 한 인간으로 다가온다. 신의 뜻을 어긴자에게 귀향은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영화 '오디세이'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IMAX)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한 덕분에 화면이 주는 밀도는 압도적이다.
제작진은 고대 그리스 선박과 트로이 목마를 실제 크기로 제작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거인 역시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기보다 배우의 체격 차이와 촬영 기법을 활용해 구현했다. 광활한 자연은 신들의 존재를 대신하며 화면을 압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실제 세트와 필름 촬영을 고집했는지를 결과물로 증명한다. 광활한 풍경과 거친 바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담아낸 화면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된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17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감독은 이 긴 여정이 단순한 귀향기가 아니라 전쟁을 끝낸 한 인간이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임을 끝내 설득해낸다.
'오디세이'는 고전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블록버스터이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오디세이'는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루피타 뇽,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미아 고스, 엘리엇 페이지 등이 출연해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 영상은 없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