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2회말 KIA 선발투수 황동하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타자들을 상대로 한번 테스트를 하고 싶었는데, 일본 독립리그 팀과 붙었을 때 '내 공이 통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KIA 타이거즈 투수 황동하는 지난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 동안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했으며, 25경기 103⅓이닝 5승 7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 고지를 밟았다.
황동하는 데뷔 첫 가을야구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올렸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획득하며 기분 좋게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만큼 황동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황동하는 김도현과의 5선발 경쟁에서 밀리면서 불펜으로 2025시즌을 맞았지만,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했다. 선발이 흔들리자 4월 말부터는 대체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부상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5월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2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런데 황동하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황동하는 5월 8일 인천 원정 숙소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차량과 부딪혔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진행했다. 검진 결과는 요추 2번, 3번 횡돌기 골절이었다. 6주간 보조기 착용 및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5월 9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황동하는 일찌감치 전반기를 마감했다. 회복에 힘을 쏟았지만, 7~8월에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KIA의 고민도 더 깊어졌다.
4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진 황동하는 조금씩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9월 중순부터 실전에 돌입했으며, 9월 23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복귀전에서는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4경기에서는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황동하의 2025시즌 최종 성적은 18경기 35⅔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5.30.
KIA는 지난달 4일 삼성과의 홈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황동하는 공을 내려놓지 않았다. 10월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2025 울산-KBO Fall League(가을리그)에서 투구를 이어갔다. 교육리그 성격의 울산-KBO Fall League는 올해로 2회째를 맞았으며, KIA를 포함해 총 11개 팀이 대회에 참가했다.
황동하는 3경기 15⅔이닝 평균자책점 2.30의 성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KIA 투수 중 이도현(17⅓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일본 독립리그 팀과의 경기에서는 6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다.
최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황동하는 "부상 없이 많은 투구수와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는데, 계획한 대로 경기를 치르고 와서 그래도 기분이 좋다"며 시작할 때는 그냥 똑같이 했는데, 시즌 초반에 좋았던 걸 계속 가져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경기 감각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계속 경기를 뛰고 싶었고, 대회에서도 (정규시즌처럼) 선발투수들이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발로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황동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확인했다. 그는 "타자들을 상대로 한번 테스트를 하고 싶었다. '다른 국가의 타자들을 만났을 때 내 공이 통할까'라고 생각했다"며 "호주(멜버른 에이시스) 팀과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 독립리그 팀과 붙었을 때 '내 공이 통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교육리그 일정을 끝낸 황동하는 2026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오는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진행되는 마무리 훈련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황동하는 "이렇게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시즌이었다"며 "선발투수로 나왔을 때 6회에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막상 6회에 올라가니 좀 힘들더라. 체력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마무리 훈련에서는 체력에 좀 더 집중하면서 운동하고, 직구 구위도 신경 쓰고 싶다"고 얘기했다.
KIA가 비시즌 동안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선발진이다. 재활 중인 윤영철이 시즌 초반 공을 던질 수 없고, 나머지 투수들도 관리가 필요하다. 그만큼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군에서 경험을 쌓은 황동하도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게 황동하의 이야기다. 황동하는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일단 (선발과 불펜 중) 선발을 맡고 싶다. 예전부터 선발을 맡고 싶었다"며 "이렇게 강한 선수들과 함께 1군에 있으면 나도, 다른 선수들도 성장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고 경기에 출전하면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래서 (경쟁이) 너무 설렌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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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