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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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반한(反韓)시위, 한국이 너무 싫어서일까? (인사이드 재팬)

기사입력 2011.11.24 10:46 / 기사수정 2011.11.24 10:46

백정은 기자


[E매거진·백정은의 인사이드 재팬]

미야자키 아오이의 남편으로 루키즈 등의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타카오카 소우스케의 트위터 상의 '혐한 발언'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혐한 움직임이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저런 말까지 들으며 반사능 문제로 시끄러운 일본까지 활동하러 가는 이유는 모르겠다"며 한류 스타들에게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류 팬까지 반한 시위 참여 "한류스타는 좋아합니다만…"

그렇다면 이러한 혐한 움직임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시위 장소에 향하는 인파 중에는 극우세력도 있을 것이며 단순히 한국이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력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집단이며, 김태희가 독도사랑 캠페인에 참가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무조건 한국이 싫은 일종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기 때문에 솔직히 이해할 수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평범한 대중들까지 시위장으로 향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도쿄 후지TV 건물 앞에서 시위가 일어난 현장의 모습. 이날 시위는 여배우 김태희에 대한 내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이바의 후지TV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자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자, 들려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한류의 오랜 팬이라는 중년 여성은 "한류스타는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방송국들이 하고 있는 일은 반대로 한류스타들을 죽이는 일이 아닌가요?"라며 혐한 감정은 일절 없음을 밝혔다.

또한 한 20대 남성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일본 국내 TV방송국들의 시스템상의 문제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고 해외 드라마나 스타만을 기용한다면 일본 특유의 색채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류'에 질려가고 있는 일본인들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는 TV 광고의 광고비가 저렴해진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 휘말려 매년 다양한 버라이어티, 드라마를 제작해 내던 TV 방송국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일본의 방송국들은 매년 많은 제작비를 들여 방송을 제작해 왔고 TV는 영화, 연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유일무이한 미디어 매체로서의 왕좌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제작비의 절감 등의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 일본 방송계가 선택한 것은 '욘사마 열풍'으로 시작된 한류의 이용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보다 해외 드라마 특히 단가가 저렴한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다. 주연 배우를 버라이어티에 출연시켜 홍보하면 시청률도 얻을 수 있었다.

레코드 업계도 마찬가지다. 오디션을 열거나 신인을 기용해서 키우기 보다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한국의 아이돌을 기용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국인은 외향적으로 일본인과 큰 차이가 없고 중국인에 비하면 문화적으로 비교적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호감을 느끼게 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한류 대량 수출, 재고의 여지도…

이러한 시위를 지켜보며 과연 우리가 '혐한 시위'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만이 옳은 자세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 역시 한국의 '국내' 사정을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의 방송국이나 연예기획사들이 비즈니스적 목적으로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려는 의도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반해, 아침 와이드쇼부터 심야 방송에까지 거의 모든 TV 방송에 등장하는 '한국'이라는 키워드에 질려가고 있는 일본인들. 우리나라가 내수 시장이 작은 탓에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품이 자동차, 가전제품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 콘텐츠나 연예인 역시 훌륭한 상품이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국가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기가 있으니 무조건적으로 '대량 수출'을 하는 것은 오히려 수명을 줄이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 의한 전략이 필요하며, 일련의 혐한 움직임 역시 전략 실패의 부작용으로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류이기 때문에 더욱, 원점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글·사진] 백정은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재학 중) 

백정은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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