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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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케팅이 그냥 마케팅인줄 알았지? 아니야"

기사입력 2011.10.12 17:39 / 기사수정 2011.10.12 17:39

한국외대 기자




 [엑스포츠뉴스 한국외대 스포츠레저학부 대학생기자=박순호] 몇 년 전, 큰 주목을 받은 음료 광고가 기억난다. 한 유명 가수가 콘서트를 마치고 음료 대신 물이나 마시라던 동료에게 '날 물로 보지마' 라고 외치던 그 광고 말이다. 광고 문구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던 것은 바로 상품의 이름이었다. 해당 제품이 등장한 이후부터 우리는 '2% 부족하다' '2% 다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의 이름처럼 우리 주변에는 기존의 개념들과 2% 다른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는 그 중 한 가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바로 스포츠 마케팅이다.

'스포츠 마케팅? 그냥 스포츠 갖다가 마케팅 하면 스포츠 마케팅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은 "전혀 아니올시다"다.

그렇다면, 왜 스포츠 마케팅이 기존 마케팅과 2% 다른 걸까? 이 에세이를 통해서 스포츠 산업만이 가지는 매력을 여러분에게 '쏴 줄'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스포츠 마케팅은 융합의 달인
 
"아 내가 50년 동안 쭉 융합만 하고 살았어."

"내가 융합해본 산업만 한 2만 6천여 가지 정도 되"

스포츠 마케팅이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는 단순히 달인의 허풍이 아닐 수도 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을 법한 SK 와이번스의 스포테인먼트 마케팅은 문자 그대로 스포츠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융합된 마케팅이다. 애플은 2006년 자사의 제품인 아이팟 나노와 나이키의 런닝화를 결합시킨 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를 출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 맨하탄 북부에는 아모리 센터라고 하는 고등학생·대학생 대상의 체육활동 & 교육 센터가 존재한다. 이 센터의 공동 설립자는 스포츠화 브랜드 뉴발란스와 미국의 비 영리 교육 단체인 '아모리 파운데이션'이다. 우리가 쉽게 여길 수 있는 체육 교육도 시선을 달리하면 산업과 산업 간의 융합이다. 이렇듯 실제로 스포츠 마케팅은 수많은 산업과 융합되고 있다.
 
타 산업뿐일까? 스포츠 마케팅의 세계에서는 타 스포츠 종목 간의 융합 또한 가능하다. 올해 4월 골프용품 제조업체 테일러메이드 사는 미 프로야구팀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홈 구장 펫코파크의 파울 폴 옆에 높이 약 24미터의 거대 골프채 모형을 설치했다.  

이 구단의 대표는 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경험을 제공하고 테일러메이드와 같은 지역 브랜드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야구와 골프가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 융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마케팅이 다양한 방면에서 융합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스포츠가 기본적으로  가진 다양한 속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SK가 추진하는 스포테인먼트,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유희성은 스포츠의 기본 속성 중 하나이다. 스포츠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의 Ludus는 스포츠라는 뜻 외에도 '즐거움', '놀이'의 뜻으로도 쓰였다. 스포츠가 유희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대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IT 산업간의 융합도 다르지 않다

IT 산업과 스포츠 산업 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기술 중심 산업이라는 것이다. IT 산업이야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스포츠 산업 또한 기술이 업계 내의 경쟁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다. 나이키의 2011년 연간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는 자사의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고 품질의 상품에 의존한다" 라고 언급했다.

또 우리나라는 매년 정부주도의 스포츠산업 기술개발 사업을 실시하여 스포츠 업체나 단체들에 연구개발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말 그대로 두 산업에 있어서 기술이 곧 경쟁력이다.
 
애플은 아이팟을 단순히 음악을 듣는 mp3가 아니라 디지털라이프 기기로 재정의했다. 음악은 하루종일 우리의 삶과 함께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와 같은 특징은 스포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강덕모(2009)는 스포츠는 인간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함께해야 할 동반자적 존재라고 하였다. 이런 정황들을 살펴보면 여러분은 나이키와 아이팟의 융합과 관련해서 이런 노래 가사를 떠올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결론짓자면 스포츠의 다양한 측면 중에서 적합한 요소를 추출하여 각 상황에 맞게 결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마케팅은 다양한 형태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다양한 스포츠 또 그로부터 파생된 융합의 달인 스포츠 마케팅 이들에게 혈액형이 존재한다면 아마 누구에게나 수혈할 수 있는 O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값이면 스포츠마케팅 ? 플러스 알파의 가치 창출 능력
 
마케팅의 기본 원리는 투자 대비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은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꽃' 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를 살펴보자.

스포츠 이벤트의 효과를 측정할 때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뿐 아니라 개최 도시에 어떠한 문화적 유산을 남겼는가? 개최 도시나 국가의 이미지는 이벤트 개최 후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등의 비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이를 거꾸로 보면 반드시 스포츠 이벤트 후에는 경제적 파급 효과뿐 아니라 비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스포츠 마케팅인 스포츠 스폰서쉽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스폰서 (Sponsor) 와 스폰시(Sponsee) 관계에 놓여있는 기업과 스포츠 구단 혹은 스포츠 조직은 재무적 차원의 이익이나 현물 지급과 같은 경제적 가지 외에도 인지도 상승, 이미지 제고, 자사 제품의 전시 기회, 비즈니스 접대의 기회와 같은 비 경제적 가치 또한 교환한다.

미국 멕시코만 유전 유출 사건으로 곤욕을 겪은 영국계 원유 회사 BP의 계열사인 캐스트롤이 최근 미국 NFL과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BP가 단순히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보는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가치 그리고 미국 내 이미지 개선과 같은 비경제적 가치 또한 면밀히 고려만 결정이었을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흔히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한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활용한 정성적 파급 효과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떤가? 여러분이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담당자이고 한해 예산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았다면 같은 비용의 스포츠 마케팅을 먼저 고려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스포츠 마케팅을 특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 나는 팬!
 
작년 서류를 뗄 일이 있어 동사무소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침 많은 사람이 TV 앞에 모여 생중계되는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연기를 보고 있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한 아저씨가 들어와서 행정상 오류에 대해서 동사무소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그 아저씨는 동사무소 내의 많은 사람에게 원성을 샀다. 그 이유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위해 연기하고 있는 순간에 항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동사무소 내의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아닌 일반 뉴스나 스포츠 중계가 아닌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더라도 그 아저씨는 그와 같은 원성을 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잘못된 행정에 대해 항의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는가?
 
위의 스포츠 마케팅을 타 마케팅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팬이다. 일반 마케팅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대다수의 스포츠 마케팅은 팬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데 이 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불합리성이다. 스포츠 앞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 지지 못할 때가 있다.
 
애런과 밥은 스포츠와 비즈니스는 종종 다른 행동적 요소 내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기까지는 필요성 인지, 흥미 유발, 대안들의 평가, 상품 구매, 사용, 평가, 재구매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상품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못함을 깨닫고 재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판단했을 때 품질이 더 좋은 상품을 구매한다. 이것이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응원하고 있는 팀의 패배. 이것은 일반 시장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상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스포츠 팬, 특히 구단에 대한 충성도가 최고 수준에 달해있는 하드코어 팬들은 자신의 팀이 졌을 때 더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오히려 상품 입장에서 볼 때 품질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는 상대팀의 승리에 대한 적개심이 증가된다. 일반적인 시장의 원리가 통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폐막한 대구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선수만큼이나 우리의 주목을 받은 선수가 있다.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선수이다. 그는 대구 육상선수권 대회 400미터 3조 준결승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마케팅으로서의 상품가치가 부족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불러일으켜 주었다. 바로 '감동'이다. 스포츠서울(2008)의 기사 피스토리우스 선수를 육상계의 '파워 엘리트'는 아니지만 감동 스토리로 'just do it'의 나이키 정신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나이키의 기대감이 크다며 이번 대회 나이키의 간판스타로 소개했다. 일등만큼 인정받는 꼴찌. 아무 데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 합리성의 열쇠는 바로 스포츠에 존재하는 감정적 유대감이다. 팬의 충성도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인 펑크와 제임스의 모델에 의하면 일반 시장에서 소비자의 행동 패턴과는 달리 스포츠 팬은 인지, 매력, 애착, 헌신의 단계로 이동하면서 정신적인 유대 관계가 증가한다. 그리고 최종적인 형태로 강한 충성도가 형성이 되면 팬의 행동 양상은 영속성을 띄고 반복적인 구매 활동과 강한 편견을 보임이 증명된다.

쉽게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나 팀에 관해 감정적인 유대를 가지면서 결국 대상을 자신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이제 롯데 자이언츠가 '꼴데' 하던 시절 롯데의 경기를 보며 분통을 터뜨리면서 "마 딴데 틀어뿌라." 하시면서도 경기를 매번 챙겨 보시던 필자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필자가 스포츠 마케팅과 타 마케팅의 차이점을 위해서 융합, 부가 가치 창출, 그리고 팬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하고 재미있게 다가갔기를 바란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근거만이 스포츠 마케팅의 차별성을 100%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직한 심정으로 이들은 전체 이유 중 2%도 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이제 나머지 98%를 찾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한국외대 국제레저학부 기자 conten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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