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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부임 3년 차에 통합우승' 강성형 감독 "승점 1점 소중함 느꼈다"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4.04.02 08:45



(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사령탑 이후 세 시즌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포스트시즌 흥국생명과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현대건설이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건 2010-2011시즌, 2015-2016시즌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통합 우승만 놓고 보면 2010-2011시즌 이후 두 번째다.



현대건설은 2015-2016시즌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룬 뒤 2016-2017시즌(4위), 2017-2018시즌(3위), 2018-2019시즌(5위)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런 현대건설에게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 20승7패(승점 55)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남녀부 정규리그를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 타이틀만 갖게 됐다.

2020-2021시즌을 최하위(6위)로 마친 현대건설은 강성형 감독과 새 시즌을 맞이했다.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2021-2022시즌 28승3패(승점 82)로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변이 없는 이상 정규리그 1위는 물론이고 통합 우승 도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가 결정됐고, 현대건설은 우승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현대건설은 한국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모두 패배하면서 허무하게 봄배구를 끝냈다. 강성형 감독도,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결말'은 달랐다. 현대건설은 어려움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고, 4라운드 이후 탄력을 받으면서 흥국생명과의 선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마지막 위기까지 넘어선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흥국생명과 풀세트 접전을 이어간 현대건설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3차전에서 남은 것 다 쏟아부으며 세 번째 별을 품을 수 있었다.



경기 후 강성형 감독은 "또 5세트를 갔는데, 우리도 체력적인 부담이 온 것 같지만 잘 이겨낸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면서 승점 1점의 소중함을 느꼈다. 부상자가 많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갔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사령탑 부임 이후 팀이 좋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성적을 냈지만, 외국인 선수도 그렇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삼세번에 해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모마와 위파위의 활약상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강 감독은 "모마가 건강하게 자리를 잘 지켜줬다. 2년간 (GS칼텍스에서) 봐왔던 선수였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 같다. GS칼텍스 시절 공격 성공률이나 득점력이 괜찮았고 큰 부상이 없었다. 우리 팀의 높이가 있는 만큼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신장이 비교적 작은 게)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위파위의 자리가 시즌을 치르면서 매우 중요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공백이 있었고, 시즌 초반 (정)지윤이와 (고)예림이가 부상으로 힘들어했는데 위파위가 오면서 안정감이 생겼다"며 "시즌을 앞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사흘 훈련 뒤 시즌에 돌입하면서 어리둥절한 모습이 1라운드에 나왔지만, 잘하는 선수인 만큼 팀에 잘 녹아들었다. 모마 등 여러 선수가 잘했지만, 그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령탑이 언급한 또 다른 이름, 바로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한미르와 고민지다. 강성형 감독은 "(고)민지가 서브도 좋지만 뒷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파이팅도 넘치고 기본기가 좋아 팀에 큰 힘이 됐다"며 "한미르는 3년째 그 역할을 했다. 리베로 쪽으로 전향하면서 기본기부터 배우고 있는데, 서브가 좋고 세터답게 2단 연결하는 부분이 좋다. 두 선수가 서브로 상대를 얼마나 괴롭히고 확률 높은 서브를 구사하는지가 중요한데, 챔프전에서 잘 나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현대건설을 우승후보로 꼽는 팀들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의 예상에서도 현대건설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편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미디어데이 할 때도 그렇고 연습경기 할 때도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공백이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1라운드 때 그 부분이 힘들었다"며 "그걸 잘 넘어가면서 팀이 끈끈해졌고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현대자동차 배구단 소속으로 실업배구에서 활동하다가 V-리그 출범 이후 남자부 현대캐피탈에서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쌓은 뒤 KB손해보험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2019년부터 3년간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지내며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감독을 보좌했고,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 선수들을 만났다.

강 감독은 "내가 어딜 가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고 수석코치 임무를 줬기 때문에 라바리니 감독를 보좌하면서, 또 여자배구를 처음 접하면서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외국인 지도자와 호흡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현대건설에 올 당시) 선수들이 어느 정도 구성돼 있었지만 운이 좋지 않아 최하위로 가면서 부임하게 됐는데,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얘기했다.



프로 감독 경력이 있다고 해도 여자부 프로팀을 처음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고, 그 진심이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강성형 감독은 "지금은 (작전타임 때) 화를 많이 내고 싶어도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웃음). 여자부 감독 3년 차였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고,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집에 선수들과 비슷한 또래의 딸이 선수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도움을 주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예전같지 않다. 내가 '아재개그'를 하면 웃어줬는데, 지금은 웃지 않고 냉정하더라. 그쪽과 멀어진 것 같다"며 "선수들이 손바닥으로 세게 때려서 멍이 든 것 같다. 감정이 실린 것 같기도 하다. 선수들에게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이)다현이가 그렇게 아프게 때리더라. (양)효진이가 마지막에 한 방을 때렸다"고 웃었다.



'우승 사령탑'이 된 강 감독은 "지도자를 하면서 우승하지 못할 확률이 더 높은데, 현대자동차 시절 때 두 차례 우승했고 김호철 감독님을 현대캐피탈에서 모시면서 두 번 우승했다. 감독이 어렵긴 어렵다. 선수들을 잘 만나서 좋은 영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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