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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되는 파트 없어, 모두 좋은 능력"…'초보 감독' 이범호, 선수들을 믿는다

기사입력 2024.02.25 05:45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부담감 속에서 중책을 맡은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그만큼 누구보다도 팀을, 또 선수들을 잘 알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달 말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악재와 마주했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KIA는 직무정지에 이어 해임 조치로 김 감독을 내보냈다.

사령탑의 공백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KIA는 2주 동안 여러 지도자를 두루 살핀 끝에 이범호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외부 영입보다 내부 승격이 좀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2000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한화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KIA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9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간 뒤 은퇴를 택했다.

이후 소프트뱅크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고, 2021년엔 KIA 퓨처스(2군) 감독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1군 타격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다 지난 13일 KIA의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세부 계약 내용은 2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3억원)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KIA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이 감독은 "KIA는 강팀이다. 이 팀에서 선수 생활할 때부터 모든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각 파트의 모든 분이 정말 열심히 하신다"며 "이런 강팀에서, 준비가 잘 돼 있는 팀에서 처음으로 감독을 하게 돼 굉장히 감사하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구단이 좋은 방향 가고 있기 때문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감독이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범호 감독은 코치를 맡을 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이 감독은 "그게 내 '콘셉트'다. 편하게 어울리고 대화해야 그날 선수들의 생각, 컨디션을 파악할 수 있다"며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선수들의 상태가 어떤지 직접 체크하려 한다. 이제 연습경기를 치러야 해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자꾸 선수들에게 가 이야기를 나눈다"고 귀띔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주장 나성범은 "솔직히 감독님이 정말 좋다. 내가 KIA에 왔을 때(2022년) 감독님은 타격코치셨는데 그때도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여전히 대화가 잘 되고 편안하다"며 "보통 감독이라고 하면, 선수들이 어려워하거나 다가가기 힘들어할 수 있는데 우리 팀은 그런 게 없다. 감독님께서 워낙 편하게 먼저 다가와 주시니 좋다"고 미소 지었다.

이범호 감독은 '편한 사령탑' 콘셉트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이 감독은 "타자는 타석, 투수는 마운드에 들어설 때 부담감이 없어야 한다. 편하게 치고, 던져야 제 플레이가 나오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발전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며 "내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은 이 부분을 가장 강조할 것이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 내가 추구하는 야구"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면 쉬면서 훈련해도 상관없다. 대신 야구에만, 경기에만 집중해 달라고 했다"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몸은 철저히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 모두 각자 컨디션에 맞춰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건 사령탑의 몫이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지난해 KIA는 부상자 속출로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나성범, 박찬호, 김도영 등 주전급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5강 경쟁을 펼친 KIA는 6위를 차지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겨울 KIA는 외부 FA(자유계약)를 영입하지 않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힘을 쏟았다. 우선 빅리그 경험이 있는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선발진에 가세했고,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내야수 서건창이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로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낸다면 5강은 물론이고 '디펜딩챔피언' LG까지 위협할 수 있다.

사령탑의 생각도 같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 모두 충분히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6위)엔 부상 때문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본다"며 "다른 팀에서 봤을 때 우리 선수들이 강해 보인다면 긍정적이다.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나도 영광이다. 부상 관리만 잘한다면 올 시즌 어느 해보다 재미있는, 즐거운 야구 하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력상 고민되는 파트에 대한 질문에 "크게 없다"고 답한 이 감독은 "주위에서 1루를 걱정하시는데, 우리 선수들 컨디션이나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우성이, (변)우혁이 등이 1루에서 준비 중이고 전혀 문제없을 듯하다"고 전했다. 내부 경쟁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선발진이 힘든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올해 외인들이나 기존 선발들의 부상, 컨디션을 신경 써서 체크하겠다. 1군, 2군 캠프에서 투수코치님들이 선발 자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각 2명씩 선발 수업을 시키며 여러 변수에 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팀 외부에서 변수가 한 가지 발생하긴 했다. 11년 동안 빅리그 무대를 누빈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KBO리그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을 마친 뒤 이튿날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

류현진은 "(KBO리그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나도 겪어봐야 한다. 시범경기, 연습경기 등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지만,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으로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올해 예상 승수를 2승 줄여야겠다"고 류현진을 경계했다.

선수 시절 한화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범호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이 감독은 "실제로 경기에서 붙어봐야 어느 팀이 더 강한지,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알 수 있다. 선발투수는 로테이션을 돌게 되니 (류현진이) 최대한 우리와의 경기에 안 나오도록 잘 피해줬으면 한다(웃음). 류현진은 한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화는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팀이 될 듯하다"며 "감독으로서 그런 부분이 신경 쓰인다. 앞으로 (한화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류현진의 합류가 한화에 미칠 영향을 주목한 이범호 감독은 "한화라는 팀 자체가 류현진이 들어오며 훨씬 더 탄탄해질 것 같다. 감독 입장에선 선수 한 명을 특정하는 것보다 한 선수로 인해 그 팀이 얼마나 강해지느냐를 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 감독은 "선수 한 명이 가진 긍정적인 방향성을 다른 선수들이 따라가다보면 그 팀 자체가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된다.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 류현진이란 좋은 선수가 합류함으로써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우리도 이런 선수 있다'며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줄 것이다. 큰 변화로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한화가 '류현진 효과'를 기대하는 것처럼 KIA도 신구조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팀이다. 나성범, 최형우, 양현종을 비롯해 팀 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테랑 선수가 많다. '초보 감독' 꼬리표를 떼어내야 하는 이 감독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번 캠프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KIA로선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 팀에도 투수진에 양현종이 있다. 야수진에는 최형우, 나성범이 오며 힘이 됐다. 이런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며 젊은 선수들은 배움을 얻게 되고 성장한다. 그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이라며 "한 명의 선수가 공을 잘 던지고 많은 승수를 쌓는 것보다 팀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제일 크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오키나와, 고아라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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