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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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야 경쟁 치열한데 서건창까지 영입, KIA는 어떤 효과를 노린 것일까

기사입력 2024.01.17 05:45

LG 시절 서건창의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LG 시절 서건창의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내야수 서건창에게 손을 내민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이미 내야 자원이 충분한 KIA가 서건창을 품은 이유는 무엇일까.

KIA 구단은 15일 "서건창과 총액 1억 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건창의 세부 계약 내용은 연봉 5000만원과 옵션 7000만원으로, 연봉만 놓고 보면 지난해(2억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팀을 찾은 것만으로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서건창은 "좋은 팀에 오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불러주신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강팀의 일원이 됐다는 것에 매우 기쁘고, 팀이 필요한 부분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KIA에 입단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지난 15일 KIA와 총액 1억 2000만원에 계약한 내야수 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지난 15일 KIA와 총액 1억 2000만원에 계약한 내야수 서건창. 사진=KIA 타이거즈


2008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서건창은 방출 및 군복무 이후 입단 테스트를 거쳐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와 손을 잡았다. 계약 이후 첫 시즌이었던 2012년부터 활약했고, 내야진의 한 축을 맡게 됐다.

특히 서건창은 2014년 128경기 543타수 201안타 타율 0.370 7홈런 6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5를 기록,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았다. 뛰어난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건창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 2020년이었다. 성적에서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듬해 7월 27일에는 키움이 LG와 1:1 트레이드를 단행, 서건창과 '광주일고 동기' 투수 정찬헌이 팀을 맞바꿨다. 키움은 당장 선발진을 보강해야 했고, LG는 2루 자원을 원했다. 그러면서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적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서건창은 반등에 실패했고, 데뷔 첫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77경기 219타수 49안타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OPS 0.605, 44경기 110타수 22안타 타율 0.200 12타점 OPS 0.542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결국 서건창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에 방출을 요청했다.

서건창의 LG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서건창의 LG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사실 KIA로선 급할 게 없었다. 이미 내야진이 포화 상태나 다름이 없다. 프로 2년 차에 한 단계 성장한 김도영을 비롯해 박찬호, 김선빈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황대인, 김규성, 변우혁 등도 자리를 노리는 중이다. 올 시즌 1루수 병행 도전에 나서는 이우성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KIA도 이를 모를 리가 없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고 싶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던 지난해의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성범을 비롯해 시즌 초반부터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시즌 내내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할 수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11월 일본과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에 출전했던 김도영이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현재로선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심재학 KIA 단장은 서건창의 합류가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심재학 KIA 단장은 서건창의 합류가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심재학 KIA 단장은 "우리 팀은 부상을 안고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박찬호의 경우 개막 전까지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난해 부상을 당하지 않았나. 김도영의 경우 재활 중이라 초반에 내야 수비의 안정성을 가져가야 하는데, 서건창이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본인의 기량이 올라온다면 감독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장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다 만족할 수 없다. 여전히 (전력에서) 빈 곳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대안을 찾을지 생각 중"이라며 "올겨울 외부 FA를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단장, 프런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입에 있어서 단순히 기량적인 면만 본 건 아니다. 서건창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키움에 있을 때부터 서건창을 지켜봐왔던 심재학 단장은 "서건창은 인품이 매우 좋은 선수인 만큼 팀에 선한 영향력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루틴이 매우 정확한 선수이기도 하다"며 "훈련량이나 훈련 모습을 보면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다. 최근까지도 광주에서 훈련을 했고, 몸 상태는 좋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계약 당시 서건창을 만났던 심 단장은 "잠깐 악수를 했는데, 서건창의 손에 굳은살이 많더라. 정말 오랜만에 '야구인의 손'을 잡아본 느낌이었다"며 "캠프를 다 마친 선수, 또 마무리 훈련을 막 끝낸 신인의 손과 같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서건창의 키움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서건창의 키움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또 심재학 단장은 "우리 팀이 젊고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선수들이 선배의 모습을 보고, 또 서건창 입장에서는 코치가 할 수 없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2의 플레잉코치' 같은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건창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계약이다. 특히 연봉보다 옵션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활약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서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서건창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심재학 단장은 "분명 감독님이 동등한 위치에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실 텐데, 그 경쟁에서 서건창도 살아남아야 한다. 서건창이 캠프에 간다고 해서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안 데려가진 않을 것이고, 서건창이 추가될 뿐이다. 이제는 서건창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새롭게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최근 성적은 좋지 않아도 서건창은 '레전드'의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하지만 경기에 출전하려면 그만큼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쪽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서건창의 LG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서건창의 LG 시절 모습.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선수 본인의 의지도 확실하다. 서건창은 "안 됐던 부분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겨울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2024시즌이 기대되는 시즌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너무 많이 하려는 욕심이 강했는데, 요즘에는 좀 더 효율적으로 잘 움직이는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캠프까지 시간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해왔던 것들을) 좀 더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건창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활용도는 높아지기 마련이고, 팀도 운영의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을 얻을 수 있다. 고향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서건창이 팀의 기대에 부응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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