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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부터 로봇 심판 도입, KBO 확고한 의지…캠프 최대 과제 '급부상'

기사입력 2024.01.12 07:29 / 기사수정 2024.01.12 07:29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24 KBO리그가 크고 작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선수들도, 코칭스태프, 심판들도 숙지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적용을 최종 확정했다"고 알렸다. 또한 "이와 더불어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주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순차적 도입 및 적용 시기를 확정했고 비FA 선수 다년 계약 관련 규정 등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ABS, 이른바 '로봇심판'은 2024시즌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또 KBO는 1군과 퓨처스리그 모두 전반기부터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기로 했고, 2월 중 각 구장에 신규 베이스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수비 시프트 제한도 전반기부터 1군, 퓨처스리그에 적용한다.

다만 피치클락은 전반기 동안 1군에서 시범 운영된다. KBO는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추진했던 피치클락은 퓨처스리그에서 전반기부터 적용되고, 1군에선 전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부터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피치클락에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고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BO는 투수 세 타자 상대 제도의 경우 우선적으로 퓨처스리그에만 적용한 뒤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1군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2022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시행 중인 연장전 승부치기를 1군에 도입할지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올 시즌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라 각 제도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



▲ABS 도입에 속도 낸 KBO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ABS 도입이다. KBO는 지난해 10월 18일 2023년 제4차 이사회를 통해 그동안 실행위원회 및 해당 실무 부서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지속해왔던 ABS와 피치클락의 KBO리그 도입 시기를 2024시즌으로 계획하고 관련 설비 및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ABS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KBO는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으며,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ABS를 KBO리그에 도입하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 축적된 ABS 시스템과 가장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선정 작업 등을 정교하게 진행해 2024시즌 시범경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공로상'을 수상한 뒤 "팬분들께서 ABS 도입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선수, 구단, 심판, 팬 모두가 많은 불만이 쌓인 상태다. 심판들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심판을 소화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는 심판이 나올 정도"라고 얘기했다.

이어 "(ABS 도입에 있어서) 100%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초반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함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ABS에 익숙해졌다. 또한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 참가했던 야구 대표팀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소집 훈련을 진행할 당시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짧게나마 ABS를 경험했다. KBO 관계자는 "선수들도 내년부터 적용받는 것이고, 또 룰에 가장 가까운 존이기도 하다"며 "빨리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시스템은 다 갖춰져 있다"고 귀띔했다.

'인간 심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던 반면 볼 또는 스트라이크 선언이 조금 늦다는 반응을 보인 선수들도 존재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APBC 2023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은 "투수의 유형에 따라서 스트라이크를 잡아주기도, 안 잡아주기도 한다더라. 콜이 1초 정도 늦은 것 같다. 처음에는 못 느끼다가 삼진 잡을 때 바로 콜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판들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KBO 심판위원회는 지난달 4일부터 8일까지 두산 베어스의 2군 경기장인 이천 두산 베어스파크에서 피치클락 및 ABS 사용 시뮬레이션 훈련을 소화했다. ABS 훈련은 무전기 및 이어폰 적응, 오류 발생시 대처법 숙지 등을 통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중점을 뒀고, 피치클락 훈련은 계측원과 소통 및 상황별 적용에 집중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심판들을 격려했던 허구연 총재는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심판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ABS 운영 엔지니어들에게 판정 시스템을 확인하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지난 3일 신년사를 발표한 허 총재는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올 시즌 ABS를 KBO리그에 도입한다. ABS를 통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 속에 경기를 치른다. 신뢰가 주는 큰 힘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KBO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드러냈다.




▲피치클락+수비 시프트 제한+베이스 크기 확대 겪은 메이저리그, 어떤 변화 있었나

ABS가 가장 큰 변화이긴 하지만, 시범 운영을 앞둔 피치클락과 수비 시프트 제한 및 베이스 크기 확대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지난해 피치클락과 베이스 크기 확대를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단, ABS는 빅리그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챔피언십시리즈)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분으로 전년도보다 20분 줄었다. 2021년의 경우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40분이었는데, 2년 사이에 38분이 감소한 셈이다. 정규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2022년 3시간 4분에서 지난해 2시간 39분으로 25분이나 줄었다.

메이저리그가 선보인 피치클락의 경우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내로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투수가 제 시간 내로 투구를 시작하지 않으면 심판은 볼을 선언하게 된다. 타자는 남은 시간이 8초 이내일 때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메이저리그는 피치클락과 더불어 수비 시프트 제한 및 베이스 크기 증가(15제곱인치→18제곱인치)로 타자 친화적인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 효과는 고스란히 경기에서 나타났다. 2022년 양대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경기당 0.8개였던 도루 개수가 지난해 1.4개로 증가했고, 도루 성공률도 77.8%에서 84.5%로 상승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야구를 선보이는 팀들로선 달라지는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뛰는 야구'를 선보였던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도 지난해 7월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어차피 도루는 작은 차이로 죽고 사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할 때 느린 그림을 보면 아주 작은 차이지 않나. 베이스가 커진다는 건 세이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변화를 반겼다.

또한 '맞춤형 시프트'가 나올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던 좌타자들로선 수비 시프트 제한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야수들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고 강한 타구로 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규정 적응, 스프링캠프+시범경기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걱정이 공존한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비롯해 2024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하는 중이다.

낯선 제도에 적응해야 하는 선수들로선 부담감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다이노스에서 SSG 랜더스로 이적한 포수 박대온은 "ABS가 판정을 맡은 경기를 봤을 때 투수들이 생각하는 존보다 스트라이크를 안 잡아줘서 존을 잘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아무래도 투수들이 불리할 것 같다. 투수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풀어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SSG 포수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조형우는 "포수의 역할 중 하나가 프레이밍인데, 어떻게 보면 이제 막 적응했는데 ABS가 도입되니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반대로 포구보다는 수비적인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연속으로 NC 다이노스 주장을 맡게 된 베테랑 외야수 손아섭은 "준비가 긴 선수들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느낌일지,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는지 체감하지 못했다. 나도 루틴이 많은데, 준비 동작에서 루틴이 긴 선수는 생각보다 그 동작을 줄였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게 있다"며 피치클락 적응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벌써부터 걱정이 많은 NC 투수 이용찬은 "피치클락도 피치클락이지만, 로봇 심판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스프링캠프에서 경험해봐야 할 것 같긴 하지만, 투수들이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록이 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타자들과 주자들이 좀 더 유리할 거라고 본다. 야구가 투수에게 유리해야 하는 종목인데, 더 불리해지는 느낌"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정확히 71일이다. 낯선 제도를 마주해야 하는 10개 구단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B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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