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징크스 탈출+세대교체 성공…류중일호, 금메달로 얻은 것은? [항저우AG]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로 구축된 대표팀이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 아픈 기억을 안겼던 대만을 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날 한국은 김혜성(2루수·키움)-최지훈(중견수·SSG)-윤동희(우익수·롯데)-노시환(3루수·한화)-문보경(1루수·LG)-강백호(지명타자·KT)-김주원(유격수·NC)-김형준(포수·NC)-김성윤(좌익수·삼성)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중책을 맡은 투수는 문동주(한화)다.

대만은 쩡종저(유격수)-린즈웨이(좌익수)-린리(지명타자)-린안커(우익수)-우녠팅(1루수)-린즈하오(3루수)-리하오위(2루수)-션하오웨이(중견수)-린쟈정(포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지난 2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좌완 린위민이 다시 한 번 선발 중책을 맡았다.

한일전 못지않게 한국 입장에서 대만전은 꽤나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대표팀은 대만을 만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1-2로 패배한 한국은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0-7로 완패했고,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도 0-4로 패배했다. 특히 23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타선의 부진이 뼈아팠다.

그랬던 한국이 결승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회초를 무득점으로 마쳤으나 2회초 시작과 함께 선두타자 문보경의 2루타로 린위민을 압박했다. 여기에 후속타자 강백호의 헛스윙 때 공이 뒤로 빠졌다. 대만 선발 린위민의 폭투로 2루주자 문보경이 3루로 안착하면서 무사 3루를 만들었다.

강백호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1사 3루에서 김주원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때렸고, 그 사이 3루주자 문보경이 홈으로 쇄도하면서 한국에 선취점을 안겼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후속타자 김형준은 린위민의 초구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김성윤 역시 초구를 밀어쳐 2루타를 생산하면서 2사 2·3루의 기회를 잡았다. 두 타자 연속 초구 안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린위민은 2사 2·3루에서 김혜성의 타석 때 폭투까지 범했다.

여유롭게 3루주자 김형준이 홈으로 들어왔고, 두 팀의 격차는 2-0으로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2회초에 뽑은 2점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 셈이 된 것이다.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투수들은 선발 문동주부터 최지민(KIA), 박영현(KT), 고우석(LG) 순으로 무실점 릴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었다면, 이번 대표팀은 이전 대회와 달리 연령 및 연차에 제한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향후 수 년간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을 적극 육성한다는 취지로 KBO리그 선수 중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차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을 진행했으며 와일드카드로 만 29세 이하 선수 중 3명을 선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체 선수 선발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확실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박세웅(롯데)이나 원태인(삼성) 등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경험한 투수들의 역할이 결정적이긴 했다. 하지만 문동주나 문보경 등 국제대회가 처음인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불펜의 한 축을 책임진 최지민과 박영현은 대회 내내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서 대표팀뿐만 아니라 선수 입장에서도 얻은 게 많았다는 것이다.

9회말에 등판한 고우석이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1사 1·2루에서 우녠팅에게 땅볼을 유도했고, 2루수 김혜성이 1루주자 태그 이후 1루로 공을 던져 금메달을 완성했다. 수년간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한국 야구는 그렇게 의미 있는 성과와 함께 대회를 마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