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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같았던 이우성의 하루 "명신이 형, 저 괜찮습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3.09.17 07:30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황당 주루사 이후 데뷔 첫 만루포, 몸에 맞는 볼까지 예상치 못한 순간이 연이어 일어났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우성이 돌아본 2023년 9월 15일은 어떤 하루였을까.

이우성은 1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3차전에 6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KIA는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벤치에서 대기시켰고, 좌익수 최형우-중견수 이창진-우익수 이우성으로 외야진을 꾸렸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말, 첫 타석부터 이우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최형우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타자 김선빈의 투수 땅볼 때 3루로 진루하면서 1사 3루가 됐다. 타석에 들어선 이우성은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겼는데, 타구가 3루수 쪽으로 굴러갔다.



평범한 땅볼이라고 판단한 3루주자 최형우는 3루수 허경민의 송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1루로 공을 뿌린 허경민의 송구가 크게 벗어났다. 그러자 최형우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문제는 이우성이었다. 공이 빠진 걸 확인한 뒤 2루로 뛰는 과정에서 1루심 나광남 심판위원과 크게 충돌하며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볼데드'가 아닌 '인플레이' 상황이라 두산 야수들은 그대로 플레이를 이어갔고, 2루수 박계범이 타자주자 이우성을 태그하면서 아웃카운트 1개를 추가했다. 두 팀이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맞바꾼 셈이 됐다.

이튿날 취재진을 만난 이우성은 "0-1로 지고 있었고 1아웃 3루 득점권 기회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운이 좋게 실책이 나왔다"라며 "3루주자도 홈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 베이스만 보고 뛰는 도중에 공이 빠졌다. 공을 보고 2루 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1루심이 있었다. 당시에는 충격이 있어서 일어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1루심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상황을 복기했다.



아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팀이 1-2로 끌려가던 4회말 선두타자 나성범의 2루타와 최형우의 볼넷, 김선빈의 중전 안타까지 세 타자 연속 출루로 무사 만루가 됐고 이우성이 볼카운트 2-2에서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의 7구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달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7일 만에 이우성의 시즌 7호 홈런이 터졌다. 자신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이우성은 "전력분석 할 때부터 (브랜든이) 몸쪽을 많이 던진다고 분석했고, 상대가 그 곳에 너무 잘 던졌다. 공이 뜨는 순간 외야 뜬공일 것 같아서 '1점이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뛰었는데, 하늘에서 나를 도와준 게 아닌가 싶다"라며 "감독님이 장난으로 말씀을 걸어주시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무사 만루였고 다음 타자가 (황)대인이었는데, 요즘 대인이도 공도 잘 보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삼진 먹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휘둘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만루포 이후 계속 경기를 소화하던 이우성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온 것은 8회말이었다. 2사에서 김명신의 5구째 직구에 몸을 맞았고,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가 어려웠던 만큼 이후 대주자 오선우와 교체됐다. 엔트리에서 빠질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구단은 2~3일 정도 이우성의 몸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



이우성은 "햄스트링 근육 쪽에 맞았는데, 근육이 많지 않은 부위에 맞아서 뛸 때 경련이 좀 오는 듯한 느낌이다"라며 "(김)명신이 형은 두산에 있을 때부터 사이좋게 지냈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계속 미안하다고 했는데, 어차피 승부의 세계에서 그런 건 다 괜찮다고 했다. 오늘(16일) 아침에도 연락이 왔다. 저는 일단 괜찮다고 말했다.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얼굴에 비해 젊으니까 하루하루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비록 팀 패배로 이우성의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는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동료들과 팬들은 다시 한 번 그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팀 내에 쟁쟁한 외야수들이 많지만, 이우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는 "컨디션 조절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인 준비는 10~11년 동안 나가고 안나가고를 해왔던 사람이다보니 아침에 나와서 하던 대로 하고, 노하우보다는 평생 이렇게 해와서 이렇다 저렇다 그런 느낌은 없다. 다른 사람이 나갔을 때 이기면 좋고, 내가 나갔을 때 이기면 다 좋은 거니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3년 2라운드 15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이우성은 NC 다이노스를 거쳐 KIA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00경기 266타수 79안타 타율 0.297 7홈런 40타점 OPS 0.791.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 나온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이우성은 "몸에 맞는 공 이후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100안타를 치고 싶긴 한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목표를) 의식하고 이러는 게 보여서 지금은 목표없이 편하게 하자고 마음을 되새겼다. 개인적인 목표를 지우니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감 있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라며 "팀 승리가 가장 좋지 않을까. 그래야 나중에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팀 이미지가 좋아지고 성적이 좋아야 팬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시니까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언급한 인물이 있다. 바로 가장 든든한 '조력자' 아내다. 이우성은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거나 고민 상담 같은 걸 잘하지 못하는데, 가족이 된 아내에게는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고, 자존심까지 낮춰서 얘길 하면 아내는 현실적인 얘길 많이 해주는 타입이라 고맙고,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광주,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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