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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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돼요?"…이병헌→박보영의 적나라한 인간상 (리뷰)['콘유'②]

기사입력 2023.08.10 11:50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나는 어떻게 했을까

"모든 것이 무너졌다. 우리 아파트만 제외하고"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이미 재난이 발생한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화로운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 아닌, 이미 잿빛으로 물든 세상에 덩그러니 남은 주민들의 하루가 더욱 영화의 시작을 무겁게 만든다.



시작부터 남다른 이 영화는 살아남기 위해 재난상황을 극복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인물 개개인의 전사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희망이 꺼져가는 암담한 현실 속이기에 인물 간의 관계와 인간상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저기에서 나라면 뭘 했을까',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관객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일상을 보내던 평범한 우리 집만 빼고 온세상이 무너졌기에, 언제 어디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실에서는 흔한 고민인 2세 계획도, 직장 문제도 아닌 '생존'만을 생각해야 하는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칭하며 그 안에서 작은 사회를 형성하고 또 살아간다.



살고 싶기에 주변을 돌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나와 내 가족만 안전하면 뭐든 하려는 극 중 인물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르게 살지만 그 누구도 비난받을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더라도 극 중 상황에서는 관객의 공감을 가장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많은 생명을 지키려는 간호사 명화(박보영 분)는 빛났다. 당장 먹을 게 없어 고민할 수 있는 하루하루지만 더 굶주린 사람을 보살피고, 주변 압박에도 꿋꿋하게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관을 지키며 굳게 나아간다.

그러나 너무나도 굳은 그녀의 심지 탓에 함께 생존 중인 공동체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 그의 남편 민성(박서준)이다. 외부인에 대한 주민들의 대처는 이미 투표라는 작은 사회의 규칙으로 정해졌는데, 명화는 규칙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들이 있었다. 민성은 그를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와 다른 길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명화와 가장 극명히 부딪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민대표 영탁(이병헌). 영탁은 주민들의 질서를, 생명을 연장할 자원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위치다. 그에게는 모든 게 주민과 외부인으로만 나뉜다. 

재난을 한 차례 겪고 희망이 점점 희미해진 상황에서 이들의 극명한 인간상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너무나도 다른 이들이지만 공통점은 결국 '우리'를 위한 각자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말을 들으면 그렇게 해서 나쁠 건 없다. 재난 상황만 아니었다면 서로에게 공감하고 양보하며 타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죽음이 올 것 같은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 이는 선택받은 아파트, 즉 '유토피아'가 보여주는 지옥이다. 

결국 각각의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다다를수록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숨기지 않는다. 무서워서 드러낸 인간상을 지키기 위해 용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답답할 수도,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끝까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작은 사회를 만들고, 누구든 될 수 있는 인간상을 표현했다. 집단 이기주의의 무서움, 생존에 대한 열망 때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치관으로 이야깃거리를 주고 가끔은 오히려 웃음을 준다.

생각에 잠기고 싶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자. 러닝타임 130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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