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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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우승 마운드의 든든한 조력자 불펜포수들, “올해도 우승 일원 돼야죠”[놀땐뭐하니]

기사입력 2022.03.06 08:00 / 기사수정 2022.03.06 07:21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기장, 윤승재 기자) 비시즌 그리고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지금. 야구 시즌이 ‘놀 때’ 구단 직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쉴 틈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KT 위즈는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공략할 틈이 보이지 않는 견고한 국내 투수진, 여기에 포수들의 유연한 리드까지 더해져 KT는 리그 최고의 투수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빼놓고 KT 마운드의 힘을 논할 순 없다. 경기 전, 아니 시즌 전부터 투수들의 무수한 공을 받아내며 이들을 돕는 불펜 포수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KT는 창단 첫 우승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나이스 볼!” 등 불펜 포수들의 응원은 물론,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는 그들의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은 투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시즌을 준비하는 데 큰 힘이 된다. 

◆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누구보다 늦게 퇴근, “보람으로 먹고 살죠”

그러나 불펜포수의 일은 이게 끝이 아니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배팅 케이지 설치나 배팅볼 투수 등 타자들의 훈련도 돕는다. 여기에 전반적인 훈련 준비와 뒷정리까지, ‘불펜 포수’라는 단어 안에 업무를 한정시키기엔 이들이 하는 일은 너무나도 많다. 이렇기에 이들의 하루 일과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더 늦게 끝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일정이 여유로운 캠프 때도 마찬가지. 선수들이 오전 웨이트 훈련에 매진하는 사이 불펜 포수들은 훈련장에 출근해 장비들을 세팅한다. 선수들이 출근하면 각자 맡은 파트로 흩어져 투수들의 공을 받거나 타자들의 훈련을 돕고, 늦은 오후 엑스트라 훈련까지 캠프지 곳곳을 누비며 값진 땀을 흘린다. 선수들이 퇴근한 뒤에도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 이들의 일과가 끝나면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다. 

하루가 굉장히 길면서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2013년 불펜포수로서 창단을 함께한 서준영 매니저는 “캠프 때나 훈련 때나 마찬가지로, 선수들보다도 2시간 이상 먼저 출근해 세팅하고, 끝나고 뒷정리 다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라면서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내 적성에 맞는 일이고 무엇보다 훈련을 도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그렇게 뿌듯한 것이 없다. 그 뿌듯함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 “나도 야구 선수를 꿈꿨다”, 좌절 딛고 보람 찾은 불펜포수 3인방

지금은 선수들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도 한때 선수를 꿈꿨었다. 서준영 매니저는 고등학교에서 수술을 받고 선수의 꿈을 접었지만 야구가 좋아 불펜 포수를 택했다. 5년차 강재욱 매니저도 초등학교부터 야구를 꾸준히 해왔고, 3년차 정유찬 매니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좌절을 겪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포기할 뻔한 시련이 찾아왔지만, 다행히 주변의 권유에 불펜포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쉬움이 없을 순 없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KT의 불펜포수 역할을 맡고 있는 강재욱 매니저는 “처음 불펜포수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사실 선뜻 내키진 않았다. 나도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온 사람인데, 어렸을 땐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선다는 게 힘들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뿌듯한 감정밖에 없다. 처음엔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포지션이 뿌듯하고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 우승팀의 일원, 꿈이 현실로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팀의 우승은 불펜포수들에게도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비록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이들과 함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는 뿌듯함은 남달랐다. 정유찬 매니저는 “감정을 누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선수들을 축하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만들어냈다는 성취감과 ‘드디어’라는 감정이 뒤섞여서 꽤 오래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더 오래 팀에 남아있던 선배 불펜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준영 매니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KT에 있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지난해 돌아오자마자 우승을 맛봤다. 2018년부터 KT와 함께 한 강재욱 매니저는 9위에서 6위, 그리고 이듬해 2위에서 우승까지 단계별로 팀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지켜봤다.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우승 순간을 직접 경험하니 희열과 뿌듯함이 남달랐다고. 

우승의 순간, 서준영 매니저는 문득 박경수를 떠올리며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서 매니저는 “시즌 중간에 (박)경수 형이 선발이 아닌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경기 도중 준비할 때 연습장에서 기계볼을 맞춰달라고 해서 도와드렸는데, 그걸로 연습하시고 타석에 나가 홈런을 치시더라. 그리고는 돌아와서 ‘너가 이렇게 고생해줘서 시합 때 잘 된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울컥했다. 우승 때 목발 짚고 세리머니 하시는 걸 보고 문득 그때 생각이 나 더 벅차올랐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 시즌 농사의 중요한 시작, “더 열심히 땀 흘릴게요”

이제 우승의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KT 위즈의 일원들은 새 시즌을 바라본다. 불펜포수들도 바짝 긴장해있다. 선수들이 시즌 농사에 앞서 밑거름을 다지는 시기이기에 불펜포수들 역시 게을리 임할 수 없다. 

강재욱 매니저는 “한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투수들에겐 중요하다. 기를 불어 주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좋은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안 좋은 부분이나 이전과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는 해줘야 하지만, 지금은 투수들이 스스로 포커스를 맞추고 보완을 할 수 있도록 우리도 말을 굉장히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연하지만 KT의 올 시즌 목표는 ‘2연패’다. 불펜포수들 역시 이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이어가 값진 경험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당부의 한 마디 씩을 부탁하자, 불펜포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치지 말고 2연패”라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서준영 매니저 “144경기 긴 호흡을 하는 동안 컨디션 유지를 잘했으면 좋겠다.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고, 편하게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강재욱 매니저 “올해는 지키는 자리가 됐다. 2연패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부담감보다는 1등이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올해도 높은 위치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유찬 매니저 “작년에 우승해봤으니, 똑같이 하던 대로 하면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신 지난해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시작해 우승을 일궈냈듯이, 우승했다는 생각보단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믿는다.”


사진=기장 윤승재 기자, 본인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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