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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아빠 히어로의 탄생, 전 세대 공감할 수 있길"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1.01.31 09:00 / 기사수정 2021.01.31 00:3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12년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으로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던 이대희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스트레스 제로'로 돌아왔다.

2월 3일 개봉하는 '스트레스 제로'는 스트레스를 먹고 커져버린 거대 불괴물에 맞선 슈퍼 대디 히어로의 활약을 그린 작품.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인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신비한 음료 '스트레스 제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 '스트레스 제로'는 '아빠 히어로'의 탄생을 알리며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스트레스 제로' 개봉을 앞두고 서면을 통해 만난 이대희 감독은 "'파닥파닥' 이후 꾸준히 작품 준비를 이어왔어요. 기획했던 아이템 중 '스트레스 제로'를 먼저 제작하게 됐죠. 9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정신없이 작업을 하면서 살다 보니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라고 웃으며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횟집에 갇힌 고등어가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파닥파닥' 공개 당시 귀여운 물고기의 모습과는 다른 이야기 전개로 '동심 파괴 영화'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대희 감독은 "'파닥파닥' 때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며 '동심 파괴 감독이다' , '어린이날 보여주면 안 되는 영화 톱5' 이런 말을 듣기도 했었거든요. 상심도 했었죠. 그 때 '다음 영화는 꼭 가족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었어요"라고 '스트레스 제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은 '뽀로로'와 '코코몽'을 제작한 302플래닛과의 협업 소식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이대희 감독은 "302플래닛 멤버들 모두, 분야별로 최고의 베테랑들이거든요. 저 역시 '파닥파닥' 때와는 달리 감독으로 제가 해야 할 본분에 더 충실해야 해 긴장되기도 했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다음 작품은 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된, 업그레이드 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얘기했다.

'파닥파닥' 개봉 이후 이대희 감독은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둔 아빠가 됐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스트레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이대희 감독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표현이 아니었다"며 이야기 구성과 불괴물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함께 말했다.

"사실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 제가 '파닥파닥' 흥행 실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태였어요. 길을 가다가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었고요. '이런 감정들을 영화로 만들 수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어느 주말에 첫째 딸과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고, 그 옆에 둘째와 셋째가 같이 있었죠. 둘째가 셋째의 장난감을 빼앗아가는 상황이 생겼는데, 울면서 자지러지는 모습이 마치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 때 스케치북에 불괴물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이 불괴물 아이디어의 시작이 됐죠. 이후 PD님의 제안으로 '스트레스를 없애는 음료'라는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스토리가 완성돼갔고요."



화가 나서 날뛰는 괴물이지만, 많은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성을 되새기며 너무 공포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부분까지 세세히 신경 썼다. 이대희 감독은 "불괴물의 아이디어가 화가 난 아기에서 출발한 만큼 외형이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보이길 바랐어요. 또 불괴물을 둘러싸고 있는 재질의 경우도, 처음 디자인했을 때는 검은색 기름덩어리 같은 설정이었는데 다소 징그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젤리 같은 느낌으로 질감과 색감을 바꾸기도 했죠. 아이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 더해졌다. 아기자기한 구성만큼이나, 불괴물로 인해 무너지는 도심의 모습은 실제 영화에서 만나던 재난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이에 이대희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은 아니지만, 장르가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또 어른 관객들에게도 만족감을 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어린이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영화의 톤이 너무 무겁거나 무서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제곡처럼 경쾌한 음악을 곳곳에 배치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했어요"라고 얘기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짱돌(장동석)은 평범한 직장인과 두 아이의 아빠에서 슈퍼 대디 히어로가 된다. 학창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친구 고박사(고만수)는 손재주를 발휘해 새 음료 '스트레스 제로'를 만들어 불괴물 퇴치에 힘을 보태고, 퀵 히어로 타조(박태조)는 남다른 의리로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들은 실제 이대희 감독의 마음 속 생각에서 탄생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대희 감독은 "삼총사는 각각 개성이 있는 세 사람으로 설정돼있지만, 사실 출발은 모두 저의 욕망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라고 다시 웃으며 "고박사는 뭔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서 성공하고 싶어하잖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짱돌은 가족에게 책임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죠. 또 타조는 아무 것에도 속박 받지 않고 한량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길 원하는데, 모두 저의 내재된 바람에서 시작된 캐릭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남편이 히어로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내에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는 짱돌의 말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책임져야 하는 것들도 필연적으로 동반된다'는 것 역시 이대희 감독이 함께 말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남편이자 가장, 아빠가 되는 시간을 거쳐 온 이대희 감독은 결혼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며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안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니 이전과는 다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쑥, 제 삶으로 들어오더라고요. 당연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었죠. 결혼 전에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은 잘 보지 않았어요. 좀 더 자극적인 영화들을 좋아했죠. 그런데 아이가 생긴 후에 아이와 같이 영화나 TV를 보다가 너무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들이 나오게 되면 눈살이 찌푸려지더라고요. 이후로 제가 영화를 만들 때도 그런 기준이 적용됐고요. 영화 속에서 짱돌의 고민은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평범한 직장을 갖고 있는 아빠와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봐요. 영화 내에서 짱돌이 움직이게 되는 동기에 많은 아버지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해요."

2002년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 보이'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상을 수상하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대희 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었던 '파닥파닥'으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가능성을 보여주며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쉽지만은 않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통해 전 세대의 관객들과의 계속된 소통을 꿈꾸며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대희 감독은 "단순하게 수치만 놓고 본다면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국내 작품의 제작비 차이는 약 100배 정도가 나거든요. 또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 이미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도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잘 만들어진 작품은 예산에 상관없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한 분야의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느리지만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 생각하죠. 무엇보다, 제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캐릭터를 살려내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으니까요"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극장가이지만, '스트레스 제로'를 통해 대중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과 위로를 줬으면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스트레스 제로'는 특별한 능력이 없지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거든요. 지금 우리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을 돕는 많은 이들이 있잖아요. 이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영웅들에 대한, 또 아이들에게 영웅으로 보여지고 싶은 아빠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도 풀고, 우리 주변을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트리플픽쳐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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