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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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미나리' 오스카 레이스 지원…정이삭 감독과 화상 대담 [전문]

기사입력 2020.12.18 17:28 / 기사수정 2020.12.18 17:28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2021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는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美 버라이어티가 개최한 FYC(For Your Consideration) 페스티벌에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함께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담은 영화 제작자, 배우,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시상식 시즌을 위한 프리미어 행사인 FYC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미나리'를 두 번이나 관람하고 감탄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자전적인 영화로 알려진 '미나리'를 정이삭 감독의 가족들도 관람하였는지 묻는 질문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이에 정이삭 감독은 “작년 11월 추수감사절 즈음에 영화를 보여드렸고 혹시나 추수감사절 식사를 망치는 건 아닐까 너무 두려웠다. 솔직히 영화 프리미어 때보다 더 무서웠지만 가족 모두 영화를 좋아해 줬고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스토리나 실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찍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감독으로서 공감을 표현했고 “'미나리'의 장점은 자전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노스탤지어에 젖어있지 않는다. 다양한 캐릭터에 시점이 분산돼 있고 보이스오버나 내레이션이 나오지도 않으며 그 거리감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40여 분간 이어진 대담에서 두 사람은 '미나리'를 함께 분석하며 장면별 연출법, 시나리오 과정, 촬영 로케이션, 배우들과의 상호작용 등 전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미나리'의 주연이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도 출연했던 배우 스티븐 연에 대해서는 두 감독 모두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는, 사랑하게 싶게 만드는 면이 있는 배우”라는 점에 공감을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에서 거짓말을 하는 역할이지만 묘한 귀여움을 있던 스티븐 연이 '미나리'에서는 다른 레벨의, 한 차원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라고 극찬했으며 “스티븐 연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대담 후반부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통해 부모님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 역시 '미나리'를 보면서 아들인 제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했따. 또한 정이삭 감독의 부모님이 감독에게 “네가 우리를 이해하는구나. 우리를 제대로 봤어”라고 전한 소감이 큰 감동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미나리'는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제작사 플랜B와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다수의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배급사 A24의 참여로 큰 주목을 받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이미 장편 데뷔작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의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던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 

이를 증명하듯 뉴욕과 LA에서 제한적으로 개봉된 이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할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과 평론가들로부터 "'기생충'을 이을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Deadline Hollywood Daily), "국경을 초월한 최고의 영화"(Vague Visages), "사랑스럽고 특별한 작품"(RogerEbert.com),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LA Times), "이 영화는 기적이다"(The Wrap), "자전적인 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롤모델로 남을 작품"(Rolling Stone), "세상 모든 이가 공감할, 가슴 벅찬 스토리텔링"(Film Actually) 등 만장일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스카 4관왕의 신화,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미나리'는 2021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美 버라이어티가 17일 공개한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함께한 FCY 페스티벌, 온라인 화상 대담의 기사 전문.

Bong Joon Ho and Lee Isaac Chung Talk ‘Minari,’ Family and Working With Steven Yeun / By Jenelle Riley
봉준호와 정이삭이 영화 <미나리>와 가족, 그리고 스티븐 연과의 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 지넬 라일리

This year, Bong Joon Ho made history and won four Academy Awards with his film “Parasite,” detailing a down-on-their-luck Korean family ingratiating themselves into the lives of a wealthy household. Lee Isaac Chung’s “Minari” describes a different family; based on Chung’s childhood experiences, the film casts Steven Yeun and Yeri Han as Korean immigrants in the 1980s who move to Arkansas to start a new life as farmers. Alan Kim plays their son, David, who balks when his grandmother (a scene-stealing Youn Yuh-jung) comes to live with them.
올해, 봉준호는 부유한 가족의 환심을 사면서 곤경에 처하게 되는 한국인 가족의 모습을 담은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등극하고 역사를 만들었다. 정이삭의 영화 <미나리>는 다른 가족을 묘사한다.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80년대, 아칸소로 이주하여 농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국인 이민자 역으로 스티븐 연과 한예리를 캐스팅하였다. 앨런 김은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할머니(씬스틸러 윤여정)가 왔을 때, 머뭇거리는 그들의 아들 데이빗을 연기한다.

The two filmmakers discussed creating on-screen families, telling personal stories and their work with Yeun as a part of Variety’s inaugural FYC Fest.
두 영화감독은 버라이어티의 FYC Fest 개회의 일환으로, 영화 속 가족을 만드는 것에 대해 토론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와 스티븐 연과 함께 한 그들의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Bong Joon Ho: I’m curious if everyone in your family all watched the film. Your mother, father …
봉준호 감독: 가족분들도 영화를 다 보셨을까 궁금해요, 어머니나 아버지나…

Lee Isaac Chung: Yeah, they all watched it. My mom and dad, they saw it last year in November. Around Thanksgiving time, actually.
정이삭 감독: 네, 다 보셨어요. 저희 부모님은 작년 11월에 영화를 보셨어요. 추수감사절 즈음이었죠, 사실.

Bong: It must have been a big gift to the family.
봉준호 감독: 가족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것 같네요.

Chung: At the time I thought I was going to ruin the Thanksgiving dinner. I was so scared. I was more scared about that than our premiere, to be honest. But they really loved the movie, and it was an incredible time for us as a family.
정이삭 감독: 당시엔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망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너무 두려웠죠. 솔직히 말해서 프리미어 때보다 더 무서웠어요. 하지만 다들 영화를 정말 좋아해 주었고 가족으로서 멋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Bong: I think it takes a lot of courage to shoot a film about yourself or your family, since it’s autobiographical. But what I appreciated more about this film is that it doesn’t wallow in nostalgia. It follows the perspective of multiple characters, and it doesn’t feature any voiceovers or narration. I think that level of distance makes the film more beautiful and universal. I wonder if that’s something you intentionally worked on to create, or it just happened naturally in your screenwriting process.
봉준호 감독: 자기 자신에 대한 스토리나 실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찍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자전적인 이야기이니까요. 근데 동시에 이 영화는 더 좋았던 게 노스탤지어에 젖어 있지 않다는 점이죠.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시점이 분산되어 있고, 보이스오버나 내레이션이 나오지도 않고요. 저는 그 거리감이 영화를 더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신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어요. 

Chung: There was a time with this that I thought maybe I would do like … a bookend of voiceover. But as I was writing the film, I realized more and more: I was able to create distance with this story by not only thinking of myself as David, as the little boy. I thought of myself as Jacob, Steven’s character, quite a lot. And then I also felt very close to all the other characters. I wanted that distance to be there for sure, because I didn’t think it would work as just a memory piece only, but it needed to be like a family story. So there was an intentional choice to do it a little differently.
정이삭 감독: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보이스오버를 북앤드처럼 양 끝에 넣을까 생각했던 시기가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써 내려가면서, 제가 점점 깨달았던 게 있는데, 저 자신을 데이빗이라는 어린 소년뿐만 아니라 스티븐의 캐릭터인 제이콥이라고도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이야기와 거리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서 그 외 다른 캐릭터들과도 점점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죠. 저는 말씀하신 거리감이 영화에 확실하게 존재하길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기억의 조각으로서만 영화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다르게 만들어 보려는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Bong: You were essentially casting your parents with Steven Yeun and Yeri Han, and that could have been a tricky process as a director. I’m curious what approach you took during casting.
봉준호 감독: 스티븐 연과 한예리를 부모님 역할로 캐스팅하셨는데, 감독으로서 미묘한 작업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느낌으로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Chung: You’ve worked with [Yeun] before, and I’m just curious about your experiences working with him and what that was like. He’s kind of a singular person in America, and [I’m] just curious — like your experience on “Okja.” I love what he does in that film and his whole character. And he kind of has that lovable aspect in unity. I feel that he could do something very bad in bringing his family to this farm in Arkansas, but still you love him.
정이삭 감독: 감독님도 스티븐과 이전에 함께 일하셨으니 저는 감독님이 그와 함께 할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그는 미국에서 참 독특하게 도드라지는 배우인데 그냥 궁금해요 – <옥자>에서 어떠셨나요? 저는 스티븐이 그 영화에서 했던 연기와 그의 캐릭터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스티븐은 전반적으로 뭔가 사랑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을 아칸소의 농장으로 데려오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Bong: In “Okja” he’s a man who lies, but you can’t really hate him for doing so, and you actually come to adore him. Steven has this lovable quality to him. But his performance in “Minari” was on another level. You see the heavy burden on this young father’s shoulders and his obsession over this farm. You really get to see a new side of Steven — a truly father-like father.
봉준호 감독: <옥자>에서 스티븐은 거짓말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묘한 귀여움이 있죠. 스티븐 연,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번 <미나리>에서는 다른 레벨의, 한 차원 높은 연기를 보여주었죠. 젊은 아빠가 짊어진 어깨가 무거운 짐이라던가, 농장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인물을 볼 수 있죠. 스티븐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어요. “아빠다운” 아빠의 모습 말이죠.

Chung: He has this quality to him that you want to love him.
정이삭 감독: 스티븐은 그를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면이 있죠.

Bong: You said that you tried thinking about how your parents felt and viewed the story from Steven’s perspective. At the time you were probably too young to understand what was going on. But during the screenwriting and shooting process, now that you’re an adult, were you trying to understand what they were going through? The things you couldn’t understand back then?
봉준호 감독: 아까 스티븐 연의 관점에서 부모의 마음이나 시각을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당시에는 감독님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주 어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감독님도 이제 어른이 됐으니, 어른이 된 시점에서 그분들을 이해해보려고 한 마음이 있었나요? 그 당시에는 감독님이 이해할 수 없던 것들까지 말이죠.

Chung: My daughter is now 7 years old. And just as Jacob is trying to farm and to chase this dream, I felt like for many years I’ve been irresponsibly chasing a dream of filmmaking. So something within understanding my dad’s pursuit and then also the conflicts that can come from that. And then also understanding the perspective of what it’s like for my daughter to be watching what I’m doing and my wife’s concerns and all these things. I felt it was helping me to see my parents in a different way. Then when my parents saw [the film], to see that they felt I had seen them. The way that they responded was “You understand us; you see us.” And to me, that was incredibly moving.
정이삭 감독: (영화 속 데이빗처럼) 제 딸이 지금 7살이에요. 그리고 제이콥이 농장을 만들고 꿈을 향하는 것처럼 저 역시 몇 년 동안 영화 제작이라는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아버지가 추구했던 것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 같은 것도 함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 딸아이의 입장에서 제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제 아내의 걱정과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영화가 부모님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미나리>를 보셨을 때, 제가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들도 느끼게 된 거죠. 부모님이 저에게 "네가 우리를 이해하는구나, 우리를 제대로 봤어"라고 반응하셨는데 그게 저에겐, 정말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VARIETY, 판씨네마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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