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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전술엿보기]'메시 봉쇄'보다 중요한 '베론 봉쇄'

기사입력 2010.06.14 13:08 / 기사수정 2010.06.17 18:2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그리스전을 앞두고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그리스 선수들조차 '세트피스'라는 말을 지겹도록 되 내였던 것처럼,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는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바로 '메시 봉쇄'이다.

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인 리오넬 메시(22, FC바르셀로나)를 막는 것은 물론 아르헨티나전의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메시 봉쇄보다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베론 봉쇄'이다.

아르헨티나 제1의 플레이메이커였던 후안 로만 리켈메(32, 보카 주니어스)가 대표팀을 떠난 이후 후안 세비스티안 베론(35, 에스투디안테스), 페르난도 가고(24, 레알 마드리드), 파블로 아이마르(30, 벤피카) 등 여러 선수가 그의 자리를 대체해 왔고, 그들 중 마라도나 감독은 베테랑 베론을 선택했다. 베론은 한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테르 등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에서 뛰었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를 자랑하는 플레이메이커다.

실질적으로 전방을 향한 베론의 위협적인 롱패스나 날카로운 오른발 킥력은 메시의 돌파력 못지않은 아르헨티나의 필살 무기다. 나이지리아전 가브리엘 에인세(31, 마르세유)의 결승골도 베론의 정확한 오른발에서 나온 작품.
 
만약 '메시 봉쇄'에 집중하다 베론을 놓칠 경우, 중원에서 자유로운 상황에 높인 베론이 전방의 곤살로 이과인(22, 레알 마드리드)이나 테베즈(26, 맨체스터 시티)에게 정확한 패스를 한 번에 찔러주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베론의 패스가 메시에게까지 원활하게 공급되면 허정무호에게 절대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즉, 베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면 세계 최정상급의 아르헨티나 공격진이 가진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도 베론이 성공한 50번의 패스 중 31번이 전방의 이과인, 테베즈, 메시에게 향했다. 베론이 아르헨티나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 셈. 특히 베론이 메시에서 패스하면 메시가 직접 돌파 후 골을 노리거나 자신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 다른 공격수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골키퍼가 신들린 듯한 선방 쇼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나이지리아는 대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베론 봉쇄가 허정무호에게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베론은 자유로운 상태에 놓였을 때는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날카롭고 위력적인 패스를 보여주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에는 실수를 남발하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팀이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만큼의 중원에서의 협력수비와 압박을 아르헨티나전에서 재현해준다면 베론의 오른발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베론의 원래 위치는 중앙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중원 깊숙한 지역으로 내려와 롱패스를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허정무호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4-2-3-1로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론이 아래로 내려오면 공격형 미드필더의 박지성과 마주칠 확률이 높다, 이 때 박지성과 함께 가까이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 김정우 중 한 명이 적극적인 협력 수비로 베론을 압박해주어야 한다. 

베론이 봉쇄되면 그만큼 메시가 중원까지 내려와 직접 드리블을 치며 공격 전개를 이끌어 나가는 빈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남미지역예선부터 메시의 깊숙한 지역에서부터의 무리한 돌파는 오히려 아르헨티나에 악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 중앙 미드필더든 측면 미드필더든 메시를 협력수비로 최대한 측면으로 몰아내 다른 선수들과의 원활한 연결을 막는다면 아르헨티나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재현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또 한편으로는 강한 압박에 취약한 베론을 공략해 미드필드에서 볼을 빼앗아 발빠른 역습에 나서는 것도 아르헨티나전의 중요한 공략 포인트다. 특히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쉽게 허용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솔한 수비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베론 봉쇄가 아르헨티나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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