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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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길해연 "'안판석 사단? 좋은 역할 만날 때 행복"[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08.27 16:06 / 기사수정 2019.08.27 16:1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 길해연은 연기 생활 33년 동안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켜켜이 쌓아온 내공만큼 어느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극에 녹아들어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길해연은 1986년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고 연극 무대에 오른 베테랑이다. 매체로 진출한 건 2003년으로 영화 ‘여섯 개의 시선’을 통해서다. 이후 ‘마파도’, ‘싸움의 기술’, ‘세븐데이즈’, ‘아기와 나’, ‘똥파리’, ‘그대를 사랑합니다’, ‘날 보러와요’, ‘미씽: 사라진 여자’, ‘장산범’, ‘나의 특별한 형제, 드라마 ’닥터 이방인‘, ’밀회‘, ’아내의 자격‘, ‘워킹맘 육아대디’, ‘오 마이 금비’ 등에 출연했다. 

“처음에는 매체로 가는 방법도 몰랐고 연극만 해도 정신이 없었어요. 그 안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꼴깍대느라 다른 매체에 대한 생각을 못했어요.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게 도와줘 좋은 배역을 만나고 ‘미저리’까지 하게 된 게 아닌가 해요. 누군가가 지켜보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외롭다고 느끼지 말라고, 주어진 것을 하다 보면 더디게 올 지라도 기회가 올 거라고 이야기해줘요. 정말 누군가 보고 있거든요. 저 또한 우연히 보다가 ‘저 배우 연기 잘한다’고 할 때도 있고요. 좋은 연기를 하면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최근에는 '봄밤'에서 김준한, 이무생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하더라고요. 그런 배우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 각각 손예진과 한지민의 엄마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쁜 누나’에서는 속물이자 밉상 악역 연기를 펼쳤고 ‘봄밤’에서는 반대로 딸들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면모를 보여줬다. 

“역할에 정당성을 투영해요. 연기할 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쁜 누나’ 속 캐릭터는 ‘그래 받아줘야지 하면서도 저 일이 안 생겼으면 한다는 속물근성‘을 가졌는데 욕을 많이 들었죠. (웃음)

‘봄밤’에서는 올바르려고 노력하는 엄마지만 많은 걸 편들어주진 못했잖아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는 그 모습이 느껴지길 바랐어요. 딸에게 훌륭한 걸 해주진 않지만 좋은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 엄마였다고 생각해요. 엄마로서 갈등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딸이 하는 것에 응원해줬죠. (정)해인(유지호 역)의 엄마를 만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연대의식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울림도 느끼길 바랐죠. 딸이 당한 가정 폭력에 아파하는 건 당연한 거에요. 그런데 뒷 대사가 더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송승환 선배에게 하는 ‘지나가는 사람이 맞았다고 해도 부들거리는 게 정상인 거다’라는 대사가 마음을 울렸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을 비롯해 앞서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안판석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그는 "좋은 역할을 만날 때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안판석 감독의 사단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작품을 쭉 한 것뿐이고 작품할 때만 봬요. 감독님이 작품에 필요한 사람을 찾는 거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인격적으로 굉장히 존중해주고 우리 스스로 검열하고 찾아보게 해주세요. 뭐라고 말을 안 해주시는데 어떨 때는 최선의 결과가 단순할 때 나오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진짜가 나와요. 연기자는 좋은 역할을 만날 때 제일 행복하고 감사해요. 어쨌든 같이 할 수 있어 좋고 오래도록 작품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더 섬세하게, 차분하게 무언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은 배우뿐만 아니라 연기를 보는 분들에게도 좋으니까요."

현재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미저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폴 셸던의 열렬한 광팬이자 그의 책 '미저리'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애니 윌크스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연기하기 쉽지 않을 애니 캐릭터를 체화하고 또 광기를 분출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소요가 클 터다.

“실수하면 안 되니까 배우끼리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파이팅을 세 번 해요. 어렵게 공연을 찾아준 분들에게 최선의 공연을 선물해야 하잖아요. 매 순간 새로운 에너지를 갖고 살아있으려 해요. 지금 이 순간 반응하도록 감각을 살려야 해요. 그래야 관객과 함께 느낄 수 있거든요. 극장이란 공간은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미저리’를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연극을 처음 본 분들, 연세 있거나 어린 친구들이 ‘미저리’를 보고 ‘연극은 이런 거군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아요. 영화 ‘미저리’와는 또 다른 느낌일 거예요. 극장 안에서 쫄깃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거로 감히 말하고 싶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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