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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 남겨둔 이규혁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기사입력 2010.02.17 18:24 / 기사수정 2010.02.17 18: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던 스피드 스케이팅이 이런 경사가 일어났습니다. 이승훈(22)과 모태범(21, 한국체대), 그리고 이상화(21, 한국체대) 등이 연이은 메달을 획득할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규혁(32, 서울시청) 선수를 생각할 땐,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춘천시청 감독이자 SBS 빙속 해설가인 제갈성렬(40) 위원은 "이규혁이야말로 한국 빙속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진행되는 힘든 훈련을 이규혁은 30이 넘는 나이임에도 피하지 않았다. 16세의 어린나이에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한 이규혁은 1998년 나가노, 20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까지 4번이나 출전했다. 17년의 세월동안 올림픽에 5번이나 출전한 이규혁은 단 한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시리즈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월드컵 시리즈와 스프린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규혁의 불굴의 도전은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16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버럴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이규혁은 종합 15위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 출전했던 500m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상하게도 올림픽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인 이강석(25, 의정부시청)과 함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금메달의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모태범에게 돌아갔다. 한국 빙속에서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일은 뜻깊은 성과였지만 올림픽 메달을 향한 이규혁의 도전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 올림픽에서 이규혁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 남아있다. 18일 열리는 남자 1,000m에 출전할 예정인 이규혁은 '4전 5기' 신화를 위한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된다.

1,000m는 이규혁의 주종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샤니 데이비스(28, 미국)라는 '절대 강자'가 이 종목에 버티고 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비스는 이 종목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제갈성렬 SBS 위원은 "남자 1,000m에서 샤니 데이비스가 지니는 존재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절대 넘지 못할 벽도 아니다"고 데이비스를 평가했다. 1,000m는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모태범의 주종목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던 500m 금메달 획득으로 모태범은 자신감을 얻은 상태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올림픽 경기에서 인상깊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이규혁의 각오이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이 없지만 이규혁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갈성렬 위원은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익힌 이규혁의 스케이팅은 경기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모든 구간에서 흔들리지 않고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이규혁의 장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은퇴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이규혁은 여전히 스케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오랜 세월동안 차가운 빙판 위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던 정신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사진 = 이규혁 (C)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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