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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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초연 '웃는 남자',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볼 가치는 충분

기사입력 2018.07.23 10:13 / 기사수정 2018.07.23 10:2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웃는 남자’라는 제목대로 주인공 그윈플렌은 항상 웃고 있다. 타의로 입이 찢어져 웃게 된 모습은 괴기하면서도 비극적이다. 어릴 때 납치돼 죽을 때까지 웃을 수밖에 없는 사악한 미소를 지닌 귀족 그윈플렌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이를 토대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소설 '웃는 남자 L’ Homme qui rit'(1869)가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한 17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담는다.

실제로 당시 영국에는 어린이 납치 매매단이 성행했다고 한다.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수발을 드는 몸종으로 외모가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에 매매단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신체 일부를 훼손하거나 성형수술을 시켜 기이한 외모로 만들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 그윈플렌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웃는 남자’는 창작 초연 작품으로 기대를 받았다.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한국에서 10년간 활약한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마타하리’,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마타하리’, ‘몬테크리스토’, ‘시빌 워’ 등 프랭크 와일드혼과 콤비로 알려진 잭 머피가 작사로 참여했다. 

175억의 제작비와 5년간의 제작 기간을 투자한 만큼 시종 화려하고 풍성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파도가 치는 바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벌판, 강가에서 여인들이 물장구를 치는 장면, 곡선 모양의 국회의사당 등 매 장면 실감 나는 표현으로 무대의 한계를 극복했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대사가 말해주듯 목구멍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든 가난한 자와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부유한 자를 대비시킨다. 여왕과 귀족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하는 그윈필렌을 통해 허영심과 탐욕으로 부패한 왕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깊게 담기진 않았다. 그보다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그윈플렌의 소용돌이 같은 여정과 데아, 우르수스와의 가족애가 기억에 남는다. 아름답고 거대한 스케일에 눈을 뗄 수 없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다소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그윈플렌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와 극에 어우러지는 넘버, 화려한 볼거리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다.
박효신은 안정된 가창력과 연기로 그윈플렌 역을 소화해낸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팬텀' 등에 출연한 박효신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웃는 남자’에서도 파워풀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이지만 마음은 순수한 그윈플렌을 이질감 없이 표현한다. 

작품마다 캐릭터에 맞는 해석력을 보여주는 정선아는 그윈플렌에게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 매혹적인 팜므파탈 조시아나 공작부인을 맞춤옷 입은 듯 연기한다. 양준모, 민경아, 조휘 등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8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EMK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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