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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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새 채점 규정, 김연아의 경기에 큰 영향 못 미쳐

기사입력 2009.05.01 04:28 / 기사수정 2009.05.01 04:2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2009 피겨 스케이팅 시즌은 마감되었다. 한 시즌을 마치고 난 뒤, ISU(국제빙상경기연맹)의 심판진들은 GOE(가산점 : 수행평가점수)와 다운그레이드(프로토콜에 '<'로 표기) 채점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채점 규정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몇 가지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새로운 규정을 간단하게 언급하면 다운그레이드 표시를 심판진들이 볼 수 없게 된 점이다. 또한, '롱에지'가 발생했을 시, 기존의 감점을 -1 ~ -3까지 주어졌던 것을 -2 ~ -3까지 매기는 부분도 눈에 띈다.

새로운 채점 규정은 그동안 '다운그레이드가 없어지고 어텐션과 롱에지가 강화되었다'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많은 미디어는 이러한 규정을 김연아(19, 고려대)와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에게 나란히 적용하며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어텐션('!'로 표기, 점프의 애매모호함)의 감점 강화에 대한 부분은 김연아가 불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시즌에 플립 점프에서 지속적으로 어텐션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 반면, 아사다 마오는 '다운그레이드' 표시를 심판진들이 볼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에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속임수(Cheating)'점프로 '<' 마크를 자주 받았던 아사다 마오는 심판의 판단에 따라 감점을 덜 받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예상은 충분히 공론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어디까지나 채점의 한 요소일 뿐이다. 또한, 김연아는 사사로운 채점 기준으로 흔들리기엔 모든 것이 완벽한 스케이터이다.

일선 현장에 있는 피겨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김연아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채점 규정도 특정 선수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케이스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또한, 채점의 한 요소로 특정 선수가 김연아를 뒤집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의견이 대세이다. 김연아는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규정된 다운그레이드 점수의 실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다운그레이드'의 새로운 규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새로운 채점에 대한 예를 트리플 플립 +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는 것과 같이 3플립 +3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한다고 봤을 때, 지난 시즌까지는 'TP'(테크니컬 스폐셜리스트)가 '<'(다운그레이드) 마크를 보고 감점을 매길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시즌부터는 '<'마크를 심판진들 볼 수 없게 됐다. 다운그레이드의 감점 폭을 좁히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 판정으로 인해 어려운 기술의 평가가 낮게 나온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례로 '트리플 살코'를 구사하는 선수가 넘어지지 않고 랜딩을 했다. 그러나 점프의 회전수가 부족하고 착지가 불안해 다운그레이드의 감점이 크게 나타나면 가산점을 많이 받은 '더블 살코'를 구사한 선수가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산점과 다운그레이드의 영향으로 '트리플' 대신, '더블' 점프를 구사하는 흐름을 방지하고자 감점의 폭을 줄이자는 의견이 ISU 심판진들 사이에서 논의되었다. 결국, 이러한 의논은 '<' 마크를 심판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된 원인이 됐다. 그러나 '점프의 정확성'을 세밀하게 검증하는 '슬로우 모션'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심판들이 점프를 보는 기준은 네 가지 요소로 나뉜다. 심판들은 슬로우 모션을 보는 테크니컬 패널들과는 달리, 육안으로 판단하게 된다. 슬로우 모션이 아닌 육안으로 점프의 정확성을 가려내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정확한 점프를 확인하는 시선에 대해 SBS 피겨해설가인 방상아 위원은 "잘못된 점프는 준비과정부터 확연하게 드러나며 자세와 도약이 잘못될 경우, 넘어질 확률도 높다. 정확한 점프가 이루어지려면 도약과 회전, 그리고 랜딩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교과서적인 점프는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라고 밝혔다.

김연아의 점프가 가장 정확하다는 증거는 '높은 성공률'이 증명해주고 있다. 이번 시즌 들어서 지속적으로 '어텐션' 판정을 받고 있는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이미 오래전부터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김연아가 지닌 '명품 러츠'도 다른 선수들의 러츠에 비해 압도적인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김연아는 이미 이번 4대륙 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흠잡을 때 없는 연기를 펼쳤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얕은 인에지로 정확하게 뛰어오르는 김연아의 플립 점프가 '어텐션'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펼쳐질 새 시즌에서는 이러한 부당함에서 벗어나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

새로운 채점 규정은 경기의 작은 요소에 불과

이번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아사다 마오의 다운그레이드 감점이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오직 '트리플 악셀'로만 승부해야 하는 점이 아사다 마오의 현재 위치다. 아사다 마오는 지난 18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팀트로피 대회'에서 김연아 다음으로 여자 싱글 200점 돌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회는 ISU와 일본빙상경기연맹, 그리고 아사히TV가 주관해서 만든 '초청' 대회였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이 대회의 테크니셜 스페셜리스트가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국제대회의 공정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규정 속에서도 김연아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피겨 요소의 장악력'에 있다. 김연아는 점프는 물론, 스핀과 스파이럴, 스텝, 여기에 PCS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여전히 '트리플 악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콤비네이션이 취약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아사다가 트리플 콤비네이션에서 약한 이유 중 하나는 파워가 떨어진 '룹' 점프를 후속 점프로 뛴다는 점이다. 오른쪽 다리가 중심이 돼 바로 도약해야 하는 룹 점프는 '파워'와 '탄력'이 필요한 점프다. 토룹에 약한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 스스로가 자신 있어 하는 '룹' 점프를 후속 점프로 즐겨 뛴다.

그러나 첫 점프에서 힘을 소진한 나머지 룹 점프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회전수 부족과 어설픈 랜딩이 나타난다. 아사다의 점프에 지속적으로 비판이 일어나는 근거 중 하나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 또한, 러츠를 구사하지 못하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피겨 지도자인 김세열 코치는 "아사다 마오가 팀트로피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에 이은 콤비네이션 대신, 트리플 악셀에 이은 더블 콤비를 뛴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들어가면 약점은 더욱 많이 노출된다. 트리플 콤비네이션을 비롯한 나머지 점프가 약하고 PCS에서는 김연아와의 격차가 워낙 크게 나타난다. 새로운 채점 규정이 적용돼도 김연아가 특별하게 불리한 점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규정과 관계없이 김연아가 압도적인 선수란 점은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서 나타난다. 김연아는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 PCS에서 9.00대의 점수를 무려 네 번이나 받았다. 그리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9'라는 숫자가 무려 7번이나 프로토콜을 장식하고 있었다.

2위를 기록한 조애니 로셰트(22, 캐나다)는 프리스케이팅 PCS에서 9점을 받은 것이 두 번에 불과했다. 3위인 안도 미키(21, 일본)는 한 번에 그쳤다. 남자 싱글의 경우를 봐도 김연아와 같이 PCS에서 9점을 고르게 찍은 선수는 드물다.

김연아는 이미 지난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TES(기술요소점수)와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서 고른 점수를 받아냈다. 이와 같이 절정에 오른 김연아에게 새 채점 규정은 극히 작은 요소에 불과하다고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방상아 해설위원은 "이미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 차별되는 레벨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상태만 꾸준하게 유지해도 내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채점 규정이 김연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김세열 코치는 "지난 시즌에도 트리플 악셀의 배점이 높아진 점과 롱에지를 완화할 어텐션이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김연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이번 규정도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연아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새로운 채점 규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고른 기량을 갖춘 김연아는 사소한 규정으로 흔들릴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서 코치의 신념은 "215점도 가능"이라는 자신감으로 내비쳤다.

김연아에게 가장 큰 적은 특정 선수도, 새로운 채점 규정도 아니다. 이번 시즌, 김연아가 자신감을 가지고 최상의 연기를 펼쳤던 이유는 '부상'을 떨쳤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동안 김연아의 '악몽'이었던 부상을 방지하고 현재의 페이스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김연아의 가장 큰 과제이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결코 유리하지 못한 조건 속에서 분투해왔다. 이러한 힘이 지탱이 된 것은 김연아와 주변인들이 가진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어떤 일이 닥쳐오든 간에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응했던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왔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이미지 작성 =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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