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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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외도'는 특별하다.

기사입력 2005.06.20 23:26 / 기사수정 2005.06.20 23:26

서민석 기자
-팀의 하향세 &  선발진의 붕괴를 막기위해 투입된 '원포인트'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사실상 선발 투수 이외엔 중간-마무리의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LG 이광환 감독의 '스타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선발-중간-셋업-마무리투수의 분업화가 정착되었고,  현대 야구에서 연투나 역할 분담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런 분업화된 배역 가운데서 패전처리 만큼이나 빛 바랜 조연이 있으니 이름하여 '원포인트 릴리프'

강한 왼손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경기 중반에 등판. 1~2타자를 상대한 뒤 소리소문없이 물러나는 원포인트. 한 때 LG에서 마당쇠 역할을 했던 김기범 선수의 지인들이 그의 투구를 보러 왔다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 이미 그의 역할은 끝이 났었다고 할 정도로 경기 중 한 눈을 파면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조연중에 최근 선발로의 쌩뚱맞은 외도로 주목을 끌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LG의 노장 좌완 투수 유택현과 롯데의 좌완 이명우 선수다.경기 중반에 짧게짧게 나와서 던지다가 최근 선발로 올라온 두 선수의 등판이 주목 받는 이유는 왜 일까.


땜질용 선발. 하지만 주연 못지 않은 조연.- LG 류택현

1994년 두산의 전신인 OB에 당시 최고 유격수였던 유지현을 제치고 당당히(?) 1지명으로 입단했던 류택현. 상당한 기대를 앉고 OB에 입단했으나, 1998년까지 무승(8패)에 허우적대다가 1999년 당시 OB의 중심타자였던 김상호와 함께 현금 트레이드 되며,  7년동안 LG에서 중간계투에서 철저한 '원포인트' 투수로 지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7일. 비록 선발 김민기의 갑작스런 부상 때문이긴 했지만, 1회 무사에서 구원(사실상 선발)등판해서 5.2이닝동안 투구수 82개를 기록하며 3안타 3BB 무실점하며 시즌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시즌 전부터 은연중에 선발등판을 원했던 그로썬 1년 선배 김정민과의 베터리 호흡도 이상적이었지만, 역시 그의 주무기였던 각이 큰 커브와 상대 허를찌르는 볼배합은 왠만한 베테랑 선발보다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6/11일 한화전에 등판해서 0.1이닝을 던진 이후 또다시 등판했던 6월 16일 삼성전에서도 90개의 투구수에 5.1이닝 4안타 2BB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후속 투수들의 부진으로 승을 날려버린 그를 김광삼-장문석의 복귀와 새로운 용병 투수의 가세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이순철 감독 입장에선 여간 고민스러울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85경기 등판으로 '한시즌 최다등판' 신기록을 세운 류택현. 비록 직구의 스터프는 떨어지지만 각이 큰 커브와 체인지업-슬라이더 등 왠만한 변화구는 다 구사할 줄 아는 그가 있기에 올시즌 힘겨운 LG 마운드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패기를 앞세워 이제야 '제자리' 를 찾다. - 롯데 이명우

2002년 입단당시 좋은 제구력과 183cm-80kg의 당당한 체구의 잠재력을 높이사  고졸(부산공고)선수 치곤 큰 계약금인 1억원에 입단했던 이명우.

02-03-04 시즌. 팀의 최하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팀에서 자릴 못잡고, 중간과 패전 처리로 주로 등판하던 그는 2004년 9월 23일. 팀의 최하위 확정으로SK전에서 선발기회를 처음 잡은 그는 연속경기 2차전에서 등판 9이닝동안 2삼진 8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일을 낸 이명우는 이듬해인 올 시즌. 선발에 꿈을 안고 전지훈련때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결국 손민한-이용훈-염종석-박지철-장원준으로 채워진 자리엔 그의 자리는 더이상 없었다.

게다가 중간이나 원포인트로 등판한 경기에선 '어김 없이' 나쁜 모습을 보여왔던 그의 입장에선 이제 1군 무대에서의 입지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우연찮은 기회가 찾아왔던건 지난 5월 31일 삼성전이었다.

삼성과의 3연전을 앞둔 롯데는 삼성이 '좌완에 약하다'는 것 하나 믿고, 그나마 덜 알려진 이명우를 '큰 기대 없이' 선발로 등판시켰다.

하지만, 그런 코칭스테프의 의도와는 '다르게'  6.1이닝 7안타 3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준 그는 비록 패전이 되긴했지만, 인상적인 피칭으로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6월 6일 현대전-6월 11일 SK전에서 공히 4.1이닝 3실점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팀의 9연패 와중에 그 역시 부진하긴 했으나, 팀이 9연패를 끊고 마산원정에서 1승 2패를 거두고 온 지난 6월 17일 경기. 그는 무결점의 투구로 8이닝을 6안타 7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LG 최원호(7.2이닝 2안타 5BB 8삼진)에게 밀려 아쉽게 패전투수를 기록했다.

물론 이 날 6회 최동수에게 허용한 솔로포가 옥의 티였지만, 3안타 완봉패를 당한 롯데의 타선의 부진이 그의 입장에선 참 야속했을 것이다.


평범한 이들에게 희망을 준 '류택현-이명우

'
류택현-이명우. 물론 이 두 명의 투수들이 박명환-배영수와 같은 빠른 볼이나 손민한과 같은 제구력을 가진 투수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2군에서 주축 선수들이 복귀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도 물론 높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야구 팬 뿐만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도 잘하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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