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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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이 깨우쳐야 하는 것, 시구의 의미

기사입력 2009.04.04 18:31 / 기사수정 2009.04.04 18:31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허구연 MBC-ESPN 해설위원을 포함한 많은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 원로들이 메이저리그를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구’다.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시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홈 개막전, 올스타전, 베이브 루스의 날, 각 구단 기념 행사 등 특정한 날에만 시구를 하며, 시구 초청자로 내정된 인사 역시 구단의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베이브 루스의 날’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왕년의 야구 원로들(예 : 요기 베라)이 시구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미 야구팬들은 큰 영광으로 안다. 야구계의 살아 있는 전설들을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보기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원로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는 풍토 아쉬워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에서도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이 날 문학 경기장에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의 시구를 본 이들이라면 그 아쉬움이 더욱 클 수도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을 포함하여 많은 유명인사들을 초청했음에도 불구, 따로 시구 내정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물론 한 국가의 장관을 야구장에 모실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 장관은 시구 이후에도 양 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각종 행사 등으로 13시 35분에 진행됐어야 할 경기가 10분 이상 지연되었음에도 불구, 유 장관이 덕아웃을 빠져나가지 않자 경기는 다시 5분 정도 지연됐다. 공중파 TV 중계로 인하여 경기 시간을 25분이나 앞당겼음에도 불구, 인천 경기는 타 구장에 비해 15분 정도 일찍 시작한 것에 불과했다.

문화관광부는 이미 지난해 KBO 총재 선임시 적지 않은 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야구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SK 와이번스가 굳이 유 장관을 시구자로 내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인천 SK’라는 프랜차이즈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인천야구의 원로들을 초청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 왕년 삼미 슈퍼스타즈 멤버나 청보 핀토스 멤버들을 초정하여 시구/시타하게 했다면 인천 야구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킴은 물론 구단 역시 호평을 얻을 수 있었다.

시구자를 향하에 기립박수 하는 문화, 하루 빨리 정착되길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 5만 관중이 꽉 들어찬 야구장에 80세가 넘는 노인이 그라운드 정 가운데 서서 시구를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 모든 관중들이 기립하여 그 노인을 향하여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왕년의 야구영웅’을 대접하는 미국 프로야구의 선진 문화는 대략 이와 같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장면이기도 하다. 70세 넘은 야구 원로들을 초청하여 시구를 하게 할 수도 있고, 전광판을 통하여 그 분의 공적을 알려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여전히 야구 원로들을 대접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아쉽만 하다. 은퇴한 야구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고사하고 골든글러브 수여식과 같은 큰 행사시 원로들을 초청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도 요기 베라, 토미 라소다와 같은 야구 원로들이 시구하는 모습을 부러워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구는 아무 때나 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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