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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20년 기록의 달인', KBO 기록실장 윤병웅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9.03.02 21:30 / 기사수정 2009.03.02 21:30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야구는 기록싸움이다. 안타 하나에 타율이 변동되는 것은 물론, 실점하는 투수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점수냐 아니냐에 따라 방어율과 승패가 결정된다. 송진우 선수의 200승을 포함하여 이승엽의 400홈런, 5시간 51분의 국내 최장경기 시간 등 야구의 모든 플레이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김영덕 감독도 삼성라이온스 감독 시절,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야구의 모든 플레이는 기록지 하나에 모두 기록된다. 또한, 이는 바둑처럼 복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기록은 역사가 되어 남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 공식 기록원들이 한다.

공식 기록원들의 탄생과 함께 일반 팬들을 위한 기록 강습회도 열렸다. 그리고 이는 프로야구의 탄생과 동일선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BO 기록실, 윤병웅 실장이 있었다. 2005년부터 팬들이 궁금해 하는 '야구 기록'에 대한 칼럼 - '야구와 기록사이'를 기고하고 있는 그를 3월 1일, 2009년 기록강습회 종료 이후 건국대학교 교정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Q : 3일간의 기록강습회를 주관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록강습회에 오신 분들은 실장님을 알고 계시지만, 안 오신 야구팬들을 위하여 자기소개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윤병웅(이하 ‘윤’으로 표기) : 현재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실장을 맡고 있는 윤병웅입니다. 매년 기록강습회를 여는데, 작게는 250명에서부터 많게는 300명에 이르는 일반 팬들이 신청을 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가 28회 강습회니까, 그동안 꽤 많은 팬이 기록강습회를 거쳐간 셈입니다. 대부분 (강습회를) 한 번 들으셨던 분들은 이듬해에 안 오시지만, 다시 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만약에 아직까지 강습회를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 특히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야구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권해드리고 싶은 행사입니다.

그리고 매 시즌 그렇지만 2월 말에서 3월 초, 프로야구가 일반 팬들과 만나는 첫 행사가 바로 기록강습회입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여기(기록강습회)에 얼마나 많은 팬이 관심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올 시즌 프로야구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즉, 본 기록강습회가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을 알 수 있는 간접적인 잣대인 셈이지요. 그래서 (본 기록강습회를 통하여 프로야구가) 흥행이 잘되기를 안팎으로 많이 바랍니다.

‘야구와 기록 사이’

Q : ‘야구 기록원’이란 어떠한 직업입니까?

윤 : 공식적인 명칭이 ‘공식 기록원’ 입니다. 즉, 프로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죠. 역사를 기록한다고 해서 ‘사관’이라 보시면 됩니다.

Q : ‘야구와 기록사이’라는 칼럼을 통하여 실장님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야구팬이 야구 보는 시야가 많이 확보된 것 같습니다

윤 : ‘야구와 기록 사이’를 쓰게 된 계기가 OSEN의 홍윤표 대표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야구계의 민감한 문제나 이슈를 논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식 기록원이었기 때문에, 기록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 팬들이 궁금해 하는 점, 시즌 중 발생할 수 있는 기록과 관련된 문제점 등이 있을 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대해 KBO 상부층에서도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한 번 써 보아라’라는 허락을 받게 되어 2005년 2월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5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1년 정도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게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팬들이 기록적으로 궁금해 하는 점이 많았고, 시즌 중에도 ‘판정이 왜 그렇게 내려졌느냐’는 어필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어 연재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게 됐습니다(웃음). 따라서 ‘야구와 기록사이’를 언제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습니다. 당분간 계속 이런 쪽으로 콘셉트를 잡아갈 생각입니다. 기록이나 규칙에 대해 야구팬들이 모르셨던 부분, 헷갈리셨던 부분을 이 코너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큰 보람입니다.

Q : 그 중에 ‘무승부’에 대한 윤병웅 실장님의 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승부에 대해 찬성하시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윤 : 원칙적으로 프로라면 승부를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야구 규칙에도 승부의 목적에 대해 ‘다득점 팀이 이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프로라면 승부를 가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작년 1년간 무제한 이닝 승부를 해 보았지만, 현장에서 상당히 어려워했습니다. 두텁지 않은 선수층(특히 투수) 등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무승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1년 만에 무제한 이닝 승부가 폐지되었는데, 한국적인 현실이기 때문에 일부분 공감 가는 것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승부가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이닝 제한을 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어느 시점에서 잘라야 하는 것이 한국적인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도 ‘끝장승부에 대한 찬성’이 과반수를 넘었습니다(웃음). 많은 분이 원하고 계시지만, 현장에서는 (끝장승부로 가는) 해당 게임뿐만이 아니라 다음 게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18회 연장 승부가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것이 타산지석이 되어 다른 팀에서도 ‘우리 팀이 저런 상황이라면 굉장히 힘들겠다’라는 간접적인 경험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끝장 승부가) 폐지되었다고 봅니다.

Q ; 현장에 계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으시다면요?

윤 : 작년에 깨졌지만, LG와 두산의 5시간 45분 최장시간 경기를 담당했는데,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길게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많이 피곤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노리는) 이승엽 선수 고의4구 경기로 상당시간 지연되었던 롯데와 삼성의 사직구장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가 한국프로야구 최장시간 중단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노히트노런을 목전에 두고 9회에 날아갔던 두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수경(당시 현대 유니콘스)과 신재웅(당시 LG 트윈스)이 그 대상이었죠. 그런데 저는 노히트노런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노히트노런 경기를 기록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Q : 기록원으로서 애로사항도 적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윤 : 심판도 그렇지만, 경기를 담당하다 보면 전국을 순회해야 하는 직업이 공식기록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떨어진, 객지생활을 해야 합니다. 가장 역할을 못 하는, 경조사가 있을 때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개인기록에 관심이 많은 선수가 간혹 (기록원들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예 : 어제 경기에서 마땅히 안타로 기록됐어야 했는데, 왜 에러로 기록됐는지 등). 그런데 이는 자기 직업에 대한 굉장한 의욕이 있어야 그러한 관심도 나오는 것이라 여겨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양준혁 선수를 보십시오. 땅볼 하나만 쳐도 전력 질주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어필 받을 때에는 기록원으로서 약간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웃음).

기록강습회 이야기

Q : 3월 1일부로 기록강습회가 끝났습니다. 소감을 묻는다면요?

윤 : 매년 강습회를 끝내고 나면 시원섭섭한 기분과 함께 허탈한 느낌이 듭니다. 팬들과의 첫 만남인데, 팬들로서는 3일이 짧지 않겠지만 저희로서는 시간이 늘 부족하거든요. 현실적인 여건이 가능하다면 날짜를 늘려서라도 많은 기간 동안 팬들을 만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도 많습니다. 또한, 팬들과 야구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궁금했던 부분을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충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죠. 앞으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갈까 생각중입니다.

Q : 그렇다면 기록강습회를 4일이나 5일로 늘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윤 :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쾌적하고 좋은 조건을 갖춘 장소 섭외도 쉽지 않고, 팬 여러분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편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면에 대한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야구팬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휴무일을 포함한 3일이 최적의 기간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Q : 기록 강습회를 통하여 야구팬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윤 : 여기 오신 분들이 주위에서 ‘야구 박사’, ‘야구광’으로 이름난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분들이 미처 몰랐던 야구에 대한 부분, 규칙에 대한 부분, 기록에 대한 부분 등을 새로 알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야구 팬들과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해 주십시오

윤 : 팬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이런 부탁을 드리겠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작년에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500만 관중 돌파 등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지만, 우리나라가 국제 대회에서 늘 금메달만 따고, WBC 4강 이상 들기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좋지 않은 성적이 나올 때도 있겠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한국 프로야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관중 500만 명을 돌파했지만, 500만 명을 넘어 600만 명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선수들의 경우 야구가 직업이니까 열심히 하고 또 허슬 플레이를 펼치는 것, 정말 좋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기록에 대해 어필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기록원이 잘못 판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선수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 어필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판정 번복을 위한 어필보다는 차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의 어필로 방향을 잡아가 주었으면 합니다.

[정리=엑스포츠뉴스 유진 기자]

※ 윤병웅은 누구?

올해로 20년째 야구판에 뛰어든 KBO 공식 기록원이다. ‘야구와 기록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더욱 유명하며, 현재 KBO 기록실장을 맡고 있다.

고교 3학년 때인 1983년에 기록강습회를 수료했다. 당시 기억을 두고 윤병웅 실장은 ‘기말고사를 하루 빼먹고 강의에 나갔으니 뭔가에 홀렸나 보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대학 4학년인 1989년, 다시 찾은 기록강습회에서 기록원으로 일해 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은 윤병웅 실장은 고심 끝에 그 제의를 받아들였고, 이 인연이 벌써 20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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