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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기상도] 요즘 리버풀은 하루종일 '흐림'

기사입력 2009.02.04 12:02 / 기사수정 2009.02.04 12:02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리버풀은 작년 여름 야심 차게 영입한 아일랜드산 스트라이커 로비 킨(29)을  6개월 만에 그의 원소속팀인 토트넘 핫스퍼로 재 이적시켰다.

팬들은 킨을 영입할 때보다 싼 가격으로 이적시켜 금전적인 손실을 본 것은 둘째치고 라도, 그의 대체자를 물색하지 않은 채 공격진에 누수를 일으킨 경영진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비 킨, 그는 실패한 영입이었나?

19경기 5골, 킨이 리버풀을 떠나면서 남긴 성적표다. 과연 그의 영입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중앙에 원톱을 세우는 4-2-3-1 전술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원톱을 내세우는 그의 전술은 '2'에 위치한 미드필더의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선수비 후역습,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 대량득점을 하기에는 공격력이 부족한, 매력적이지 못한 전술이라 볼 수 있다. 베니테즈 감독은 그래서 리그 우승을 위해 작년 여름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로비 킨을 영입했다. 킨의 영입은 리버풀의 팬들이 토레스와 짝을 이룰 투톱 파트너를 찾았다는 면에서 아주 즐거워했다. 특히 4-4-2에서의 킨이 보여준 활약은 EPL 내에서도 유명했기에 매우 성공적인 영입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킨은 리버풀에서 지낸 반년동안 실망스런 모습으로 팬들을 분노케 한 바 있다.  토레스는 킨과 같이 자신의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해 끊임없이 뒷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공격수였기 때문에 자신과 대조적인 스타일인 맨유의 공격수 베르바토프와 짝을 이룰때와 달리 킨이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킨과 토레스의 호흡 문제는 끊임없이 킨을 괴롭혔으며, 설상가상으로 토레스는 리그 중반에 부상을 당하는 탓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말을 증명도 못한 채로 킨은 그렇게 리버풀 포워드진에서 도태되어갔다.

4-4-2에서의 킨의 가치

그럼에도, 리버풀이 섣불리 로비 킨을 이적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최근 리버풀이 계속해서 무승부를 쌓고 있을 때 로비 킨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4-4-2의 공격력이 얼마만큼 극대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신성'아게로와 우루과이의 포를란 투톱은 개인기와 스피드를 중시하는 투톱이라는 점에서 토레스-킨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않으며 여기에 양 날개의 시망-막시 로드리게스의 무한 스위칭은 수비진의 혼을 빼놓기에 무리가 없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 4명의 환상적인 활약에 힘입어 리가에서 44점을 득점하며 팀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리버풀 또한 중하위권의 밀집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원톱 밑에 제라드를 세컨드 톱의 역할을 부여해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닌 토레스-킨의 투톱과 리에라-쿠이트 또는 바벨-쿠이트, 리에라-바벨 등의 사이드 공격을 통해 수비진을 정신없게 만드는 편이 좋았을 수도 있다. 비록 그것은 토레스의 잦은 부상으로 시험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결국, 로비 킨에게 시간을 좀더 주었더라면 리버풀의 공격전술 운용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그런 선수였다. 맨유가 베르바토프를 지속적으로 믿고 기용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토레스가 부상에서 복귀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요즘, 그래서 더욱 아쉬운 킨의 이적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대안도 없이 떠나보낸 킨의 공백은 무엇으로 메우려는 걸까? 리버풀은 자칫하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리그 우승의 가능성을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 놓여 있다. 베니테즈의 의중은 과연 무엇일까?
 
리버풀의 필승 카드, 토레스-제라드

비록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이미지가 실추된 바 있지만 그래도 리버풀의 주장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스티븐 제라드이고 제라드가 곧 리버풀을 대신하는 선수와도 같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중후반기에 4-2-3-1 전술에서 토레스를 원톱에 놓고 바벨-카이트의 양 사이드와 제라드에게 세컨드 톱 역할을 맡겨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실제로도 첼시와의 '컬러더비'에서 제라드와 토레스가 보여준 유기적인 플레이는 베니테즈 감독으로 하여금 쉽게 지지 않는 전술인 4-2-3-1 카드를 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베니테즈 감독은 4-2-3-1 전술을 더욱 완성도 높게 보완해 리그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첼시전에서 리버풀은 아르벨로아의 강한 오버래핑과 쿠이트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미드필드 지역에 실질적으로 6명을 포진시키는, 엄청난 강한 압박으로 승리를 가져간 바 있는데, 이 경기에서 앞으로 리버풀이 중하위권을 상대할 때 중원의 압박을 더 거세게 강화해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역습을 노려 승리를 가져가려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요즘 리버풀은 하루종일 흐림

그런 베니테즈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지금 리버풀은 전형적인 영국 날씨만큼 흐리다. 

일단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부분이 1군 스쿼드의 질적인 얇음이다. 토레스와 제라드는 분명 훌륭한 선수로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지만 지금 그들의 대체자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선수중 하나라도 부상을 당한다면 리버풀은 또다시 심각한 빈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토레스가 없는 리버풀은 첼시전 승리 이전에 4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득점의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제라드만큼 세컨드 톱에서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는 건 지금으로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리에라는 분명 리버풀 팬들이 그토록 찾아온 정통 윙어지만 바벨의 부진으로 너무 많은 혹사를 당했고, 쿠이트는 리버풀 전술의 핵심이지만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이 무색하게 포워드 본연의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나마 서브 멤버로 나오고 있는 베나윤의 최근 보여준 걸출한 활약은 리버풀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베니테즈는 최근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킨의 이적에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에겐 토레스가 있다'는 발언과 '토레스가 부상을 당한다 하더라도 쿠이트,바벨,은고그 등이 그 자리를 메꿀 수 있고 베나윤과 엘 자르 또한 제라드의 세컨드톱 위치에서 뛸 수 있다'는 말을 통해 리버풀의 공격 옵션이 결코 얇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은고그와 엘 자르등이 아직 유망주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걸 감안하면 킨의 이적은 그래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리버풀이 올 시즌 정말로 우승에 도전하려 한다면, 토레스와 제라드 두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한, 베니테즈가 확실한 베스트 멤버를 결정지어 기세가 오른 선수를 지속적으로 기용하는 면이 중요시된다고 본다.  그의 훌륭한 로테이션 정책은 초반에는 주춤거리긴 했지만 리버풀을 시즌 후반에 스퍼트를 낼 수 있게 해주었고  엄격한 체력관리로 시즌 내내 동등한 수준의 강한 압박을 구사할 수 있어 항상 챔피언스리그 등의 컵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베스트 11의 멤버를 정해 승점을 따내야 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리그 우승의 염원을 이룰 수 있다. 잔여 시즌 동안 리버풀이 흐린 날씨를 거두고 찬란하게 빛나는 우승의 영광을 안을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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