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22:40

현대판 무인열전 '비문천추(秘門千秋)'

기사입력 2005.03.13 08:29 / 기사수정 2005.03.13 08:29

김종수 기자




사박, 사박…
어둠이 짙게 깔린 밤길을 가로질러 한 젊은 미녀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녀의 요염한 모습을 탐낸 사내들이 굶주린 늑대들처럼 침을 흘리며 달려들지만 다행스럽게도 도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에 의해 위기를 벗어난다.

위급한 상황을 겨우 떨쳐낸 여인,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침착하고, 젊은 도인 역시 감정이라고는 애초부터 상실된 목석(木石)인양 보통의 일반인과는 너무나도 다른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툭툭 털고 그녀가 발길을 옮긴 곳은 어느 권력가의 별장으로 보이는 곳, 권력가는 욕정에 사로잡혀 여인을 대하지만 몇 마디 대화가 오간 후 쓸모가 없다 싶자 그녀의 눈빛이 무섭게 변한다.

쾅!
가냘픈 몸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엄청난 파괴력으로 권력가를 즉사시켜버린 그녀는 분노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빠르다. 엄청나게 빠르다. 보통사람의 상식을 훨씬 넘어선 어마어마한 빠름.

퍽! 퍼퍼퍽… 그때까지도 가지 않고 몸을 추스르고있던 강간미수범들은 다시는 내일을 볼 수 없는 몸이 되고 만다.

인기만화가 이현세씨의 현대판 무협활극 '비문천추(秘門千秋)'는 이렇게 시작된다.

보통의 사람들치고, 특히 남성들 같은 경우, 무협 한편 안 접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구태여 무협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만화, 게임, 그리고 영화 등, 무협은 이미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 깊이 동화되어있는 상태이다.

강함에 대한 환상, 권선징악(勸善懲惡)의 본보기… 어쩌면 무협은 가장 동양적인 판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질 낮은 장르, 현실을 무시한 과장성, 일부 국내작가들 때문에 더욱 더 불거진 천편일률적인 스토리구성. 인정하든 하지않든지간에 국내시장만 놓고 봤을 때는 무협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학이라는 분야에서 한발 떨어져있는 상태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있지만 또 어떤 이들은 무협이라는 장르가 받고있는 푸대접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문천추'라는 작품은 현대판 무협활극이다.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세력의 등장에 맞서 그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정의로운 젊은이들, 어찌 보면 배경만 현대로 옮겨놓았지 전형적인 무협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천년의 신비에 빛나는 '비맥'의 수호자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있는 엄청난 힘을 새로운 권력의 매개체로 쓰려는 악의 세력들! 보통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강함을 훨씬 초월한 이들은 특수부대, 국가권력기관 등을 가리지 않고 유린해 나간다.

그저 허황된 내용일색으로 흘러나갈 수도 있는 줄거리이나 이현세라는 거장은 섬세한 묘사와 실제로 있을법한 구성 등을 가미해 정말로 그럴듯하게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작품전반을 관통하고있는 전통무술 및 고대사상에 대한 무형의 스케치는 읽는 이들에게 동양문화만을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신비감까지 전해준다.

수없이 반복됨에도 또다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무협만이 가지는 알 수 없는 중독. PRIDE나 K-1등을 통해 비쳐지고있는 동양인의 허약함에 실망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비문천추'라는 작품 속에서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숨겨진 강함을 체험해보길 바란다. 천년 역사 속에 숨겨진 '비맥'의 수호자들을 통해!




이미지제공: 다크북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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