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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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가 세계최고의 '스케이터'인 이유 - 상

기사입력 2008.10.27 15:20 / 기사수정 2008.10.27 15: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부상을 털어버린 좋은 컨디션과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 여기에 시니어 3년차에 들어가는 경험까지 쌓이면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의 새 시즌 전망은 쾌청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즌의 첫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아직 익숙치 않은 새 프로그램을 선보여야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습공개영상을 통해서 처음 모습이 드러난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와 프리스케이팅인 ‘세헤라자데’는 제아무리 김연아라 할지라도 제대로 소화해내기 힘든 난이도를 가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7일 새벽에 공개된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는 '죽음의 무도'에 비해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 나타나지만 손 끝 하나하나의 섬세한 연기를 더욱 감정을 실어서 표현한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세헤라자데'도 '죽음의 무도' 못지않게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이 없는 구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비록, 쇼트프로그램에 비하면 여유롭게 할 수 있는 프리스케이팅이지만 한눈을 팔 여유가 없었고 지난 시즌의 '미스 사이공'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트리플 악셀'에 못지 않은 엄청난 콤비네이션 점프

김연아를 두고 가장 논란이 많이 되는 부분은 바로 '트리플 악셀'의 구사여부입니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지만 이미 피겨를 오래도록 봐온 팬들이나 전문가,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피겨기술의 다채로움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큰 기술 하나가 결코 경기력을 좌우할 수 없는 것이 피겨스케이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 오늘 공개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기술 점수를 보면서 김연아가 가진 기술들의 우수성에 대해 차근차근 짊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이번 Skate America에서 기록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기술요소(TES)점수입니다. 이렇게 기술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채점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인데요. 우선 기술요소 항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연아의 전매특허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가 된 3F+3T(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은 기본점수 9.50의 배점이 있습니다. 경기초반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점프를 구사는 것은 체력적인 문제에 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이 점프를 성공하고 시작한다면 선수의 사기는 한층 올라가고 나머지 기술들에도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김연아 이외에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여자 싱글 선수들의 트리플 점프 횟수를 유심히 살펴보면 회전수의 문제와 착지 할 때의 균형감이 김연아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트리플 점프는 단독으로도 뛰기 힘든 것인데 이러한 난이도의 점프를 연속적으로 구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 이외에 안도 미키(일본, 21)와 나카노 유카리(일본, 23), 그리고 미국의 신예들은 미라이 나가수(15)와 레이첼 플렛(16)도 3-3 점프를 시도했지만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과 비교해보면 점프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점프의 우수한 질이 결정되는 것은 점프를 구사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속도감과 힘, 그리고 빙판을 치고 올라가는 탄력에서 좌우됩니다. 김연아는 경기가 시작되면 우아하게 안무를 소화하고 빙판을 크게 질주하다가 서서히 가속도를 붙이고 놀라운 스피드와 탄력을 기반삼아 점프를 구사합니다.

김연아의 점프가 다른 선수들과 확연하게 다른 것은 바로 점프가 이루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움직임과 스피드에서 나타납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를 싣고 거기에 김연아가 타고난 점프에 대한 감각을 살려서 높이 있는 점프를 구사합니다.

선수들에 따라 점프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결정이 납니다. 김연아는 어릴 적부터 타고난 점프의 감각이 뛰어났으며 순발력과 탄력도 대단했었습니다. 부상의 통증이 없고 컨디션이 좋은 상태의 김연아는 점프에서 자신의 힘을 발휘합니다. 김연아가 3F+3T과 함께 점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기술은 3Lz+2T+2Lo(트리플 러츠+더블 토룹+더블 룹)과 2A+3T(더블 악셀+트리플 토룹)입니다. 트리플 점프에 이은 연속 더블 점프와 악셀 점프와 함께 이루어지는 트리플 점프는 모두 뒤에 이어지는 점프의 성공확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선수들이 첫 점프는 잘 뛰었지만 뒤에 이어지는 점프에서 흔들린 것은 연속 점프 구사할 때, 극복해야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뒤에 배치해 놓아도 어김없이 성공률이 높은 3T(트리플 토룹)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층 안정된 점프 콤비네이션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은 물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모두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가산점을 얻었으며 이것이 많은 점수를 획득하는 결정적인 원인 됐습니다. 제아무리 8.2점의 최고 점수를 가진 트리플 악셀이 있다고 하지만 성공 실패 시, 감점도 높은 것을 감안할 때, 김연아가 현재 구사하는 점프 콤비네이션의 조합은 트리플 악셀 구사보다 더욱 효과적인 점수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럴, 스텝, 모두가 높은 레벨을 받았지만 스핀에서는 아쉬움이 남아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통해 김연아가 가장 성장하고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SpSq(스파이럴 시퀸스)와 SISt(스텝)입니다. 위의 표에서 나타나듯 김연아는 이 부분에서 모두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전반적으로 GOE(가산점)이 후하지 못했던 이번 대회의 경향을 생각할 때, 김연아는 충분히 잘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어려운 기술들이 혼합된 새 프로그램들을 소화하느라 김연아의 집중력과 체력은 절정의 상태가 아닙니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습이 아닌 실전에서 친숙하게 익히려면 적어도 한 대회를 더 치러야 가능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프리스케이팅에서 나온 플라잉 싯 스핀(FSSp)과 컴비네이션 싯 스핀(FCoSP)에서 감점이 나온 사실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 치의 여백도 없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엔 아직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트리플 룹 점프의 불발과 싯스핀에서 나왔지만 오서 코치를 만나고 나서 스핀도 거의 완벽해진 김연아를 생각할 때 그리 심각한 문제점은 아닙니다.

새 프로그램에 대한 실전의 경험을 가졌던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기대이상의 높은 기술점수를 받았지만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 그리고 매니저이자 평생 코치인 어머니 박미희 씨 등의 '드림팀'들이 모두 완벽주의자들임을 감안할 때, 이번 대회의 성과를 결코 만족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 프로그램에서 어느 부분을 보완하고 손질해야할지를 분명히 목격한 김연아의 '드림팀'은 트리플 룹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고 스핀을 가다듬는데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 = 김연아 (C) 남궁경상 기자, 표이미지 작성,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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