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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조상현, 농구계의 '김재현'되라

기사입력 2008.10.17 14:30 / 기사수정 2008.10.17 14:30

전호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전호경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타자 김재현.

그는 신일고를 졸업하고 1994년 LG 트윈스에 입단하자마자 유지현(1군 수비코치), 서용빈(육성군 코치)과 함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지금은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트스피드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과 함께 세월을 거스르고 있다. 손목 힘이 아주 강하기로 소문난 선수다. 김재현은 2005년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바 있다.

김재현은 팀을 옮긴 후, 입단식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2002년 LG. 자신은 부상이었고, 팀도 당시 플레이오프 진출팀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LG는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었다. ― 당시 김재현은, "SK를 택한 이유는, 이곳에서라면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다"고 말했었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 포워드 조상현.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9년 광주 골드뱅크 클리커스(현 부산 KTF 매직윙스)에 지명됐으나 곧바로 현재는 한솥밥을 먹고 있는 현주엽과의 맞트레이드로 청주 SK 나이츠(현 서울 SK 나이츠) 유니폼을 입었다.

조상현은 입단 첫해 전 경기(당시 45경기)에 출전했고, 평균 17.18득점에 2.2리바운드와 2.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해 청주 SK는 조상현과 서장훈(현 전주 KCC 이지스), 재키 존스 등의 활약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3시즌 연속 통합챔피언을 노리던 대전 현대 걸리버스(현 전주 KCC)를 4승 2패로 누르고 처음인 동시에 현재까지 유일한 우승을 차지했었다.

조상현은 2001~02시즌 종료와 함께 상무에 입대했고, 복귀해 2005~06시즌까지 SK에서 뛰었다. 그해 자신과 방성윤이 포함된 3:3 트레이드를 통해 부산 KTF 매직윙스로 이적했고, 창원 LG에서는 2006~07시즌부터 뛰어오고 있다.

2008~09시즌을 앞두고 있는 조상현. 팀 선배 박규현, 현주엽과 함께 자신에게 이번 시즌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지난 시즌 조상현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득점 한자리 수에 그치며, 현주엽과 함께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야구의 김재현은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지만, 조상현은 아직 창원 LG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조상현이 지난 시즌 극도로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 다시 말해, 팀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스스로 책임이기도 했지만, 포지션 중복의 문제였다. 지난 시즌 창원 LG의 외국인선수는 오다티 블랭슨(현 울산 모비스 피버스)과 캘빈 워너(현 안양 KT&G 카이츠). 포워드인 오다티 블랭슨은 슛거리가 길어 조상현과 함께 팀의 외곽을 책임졌다.

하지만, 센터인 캘빈 워너마저 3점슛을 쏘면서, 그가 조상현이 슛을 던질 위치에 자주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캘빈 워너가 자기 역할을 망각하고 외곽에서 슛 던지기만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잦은 3점슛 시도는 팀 입장에서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최인선 엑스포츠 KBL해설위원도 캘빈 워너가 조상현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전성기 시절 얘기를 꺼내면 아쉽지 않은 선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조상현은 특히 더 아쉬운 선수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인해 운동능력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와 달리, 3점슛의 비중이 높아진 지금이다. 그래도 2006~07시즌에는 포지션 중복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서 득점력이 높았는데, 지난 시즌에는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과 팀이 모두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 2008~09시즌은 조상현에게 명예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선수를 모두 센터 ― 지난 시즌 전주 KCC 이지스에서 뛰었던 브랜든 크럼프는 정통센터로 이번 시즌에는 창원 LG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새 얼굴인 아이반 존슨은 창원 LG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1, 4쿼터에는 파워포워드로, 2쿼터와 3쿼터에는 브랜든 크럼프와 교대로 센터 역할을 맡을 것이다. ― 로 데려오면서 지난 시즌과 같은 상황은 많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상현은 다시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고, 그 자신감은 실전에서 분명 발휘될 것이다. 더구나 조상현은 이번에 기승호와 이지운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경기에 임하게 되어, 매 순간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지금이 전성기는 아니지만, 새 시즌, 리바운드와 수비를 강조하는 새 감독의 지도하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조상현은 장신의 외국인선수들과 출중한 기량을 지닌 가드들로부터 좋은 패스를 많이 받게 될 것인데, 본인 자신도 공이 없을 때, 좋은 움직임을 보여야 좋은 타이밍에서 슛을 던질 수 있다. 기승호와 이지운이 돌파가 좋고, 슛도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내외곽에서의 조화를 기대한다.

공격에서는 3점슛과 함께, 기습적인 돌파로 상대 허를 찌르면 아직은 막기 쉬운 선수는 아니다. 이번 시즌에도 창원 LG의 주축선수인 조상현이지만, 때로는 조커의 역할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비에서는 지난 2006~07시즌 울산 모비스 피버스 통합우승 당시의 우지원처럼 묵묵히 궂은일도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해 울산 모비스는 지금은 상무에 있는 양동근과 외국인선수 크리스 윌리엄스, 크리스 버지스가 잘했지만, 우지원이 스스로의 플레이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우승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지원은 54경기를 모두 뛰며, 평균 8.41득점과 3.06리바운드, 어시스트는 1.72개를 기록했다. 득점은 프로에서 11시즌을 보내는 동안 가장 저조했지만, 리바운드는 5번째로 많이 잡았다. 그리고 기록으로 보여지는 부분들 외에도 우지원은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며, 완벽히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조상현도 현주엽과 함께, 소속팀 창원 LG를 위해, 한발 더 뛰면서 궂은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득점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공격을 하면서 말이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재현처럼, 또 같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우지원처럼…… 감독이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거나, 출전시간이 길지 않아도 팀을 위해, 기회가 주어진 시간 동안은 과감한 공격과 악착같은 수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실, 조상현의 소속팀 창원 LG는 지난 시즌 통합챔피언 원주 동부 프로미 다음으로 강한 수비를 보여준 팀이었다. 하지만, 조상현, 현주엽 등 주공격수들의 부진으로 그들은 물론, 팀도 부진에 따른 비난으로 상처를 입었다.

KBL은 몇 해 전부터, 젊고 실력 있는 선수들이 가세하고 있다.

창원 LG도 2006~07시즌 구단 창단 이래 최초의 신인상 수상자 이현민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에는 센터인 송창무,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기승호와 이지운이라는 좋은 슈터들을 데려왔다. 타팀에 비해 세대교체가 늦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지만, 베테랑인 조상현, 그리고 현주엽 등이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지나간 시즌들보다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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