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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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은

기사입력 2005.03.05 01:24 / 기사수정 2005.03.05 01:24


'제도의 보호냐, 자유의 보장이냐,'

여자 축구의 대들보로 대표되는 박은선 선수가 여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서울시청여자축구단 박은선입니다.’라는 글을 게재, 대학을 가지 않아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음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고교 졸업 직후 실업 진출 불가’라는 여자축구연맹 규약을 위반해 자격정지를 당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자축구 선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실업팀에서 뛸 수 없다. 

이것으로 인해 고등학교와 실업팀의 욕심에 박은선 선수가 희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은선 선수는 6경기 8골로 한국 첫 우승을 안겨준 일등공신. MVP와 득점왕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서 실업팀에 바로 갈 수 없다는 제도는 일반인들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남자 선수는 대학 안나와도 원하는 곳에서의 활동이 가능한데 비해 여자 선수는 왜 대학 졸업을 필수로 하고 있는지, 그 내막을 알기 전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종목에도 찾아보기 힘들 이 제도로 인해 왜 한 선수는 규탄을 해야 하며 집단적인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무엇이 여자축구를 위한 제도이며 무엇이 발전가능성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연맹 임원들의 탁상공론으로 비춰질 뿐이다. 연맹에서 만든 대학 졸업 제도는 분명 축구팀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요구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실업팀을 가면 왜 부당한 대우를 받는가?

이 제도는 실업팀, 대학팀, 초중고팀의 관계자가 모여서 여자축구의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본 내용이다. 몇 개 안되는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학팀으로서는 우수한 선수가 바로 실업팀에 나가는 만큼 손해를 볼 수 있고, 실업팀으로서는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동시에 대학에서 훈련받은 준비된 좋은 선수들을 바로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졸업후 바로 실업팀에 입단을 한다면 한국여자축구 대학팀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대학에 안가고 실업으로 바로 갈 수 있다면 얼마 있지 않은 대학팀들은 흔들리게 된다. 그 영향은 초 중 고의 축구팀에게도 미치게 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한 선수를 위해 이런 제도가 꼭 비난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선수를 위하는 명분하에 여자축구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 공방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자 모두 모여 대화를 통해 선수를 살리고, 한국 여자축구의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아닐까.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재를 보호하며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제목 :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선수 박은선입니다.

저는 서울시청 여자축구단 선수 박은선입니다. 요즈음 운동하는 것이 매우 힘이 듭니다.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왜 그러시는지 저로서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가정이 어려워 돈을 벌어야 하기에 대학 아닌 실업팀을 선택했습니다. 저라고 대학을 가기가 싫어겠습니까? 부모님이 돈이 없어 식비도 제대로 내질 못하는 것을 알았을 때 제 마음이 어땠는지 아시는지요.

돈을 벌어서 할머니, 아버지, 엄마, 힘이 드신것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도와드리고 싶고 실업팀에서 빨리 적응해서 외국 프로팀에도 가고 싶고 해서 고등학교 때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계신 서울시청을 가게 됐습니다.

선수가 왜 대학을 꼭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은 은퇴하고도 공부를 하기위해 갈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학을 가지 않아서 시합을 못 뛰게 한다고 하니 어린 저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이 어떤 일 때문에 시합을 뛰지 못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위에 물어보니 개인기본법인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서 돈을 벌어야 하기에 어쩔수 없어서 가게 됐는데...... 운동을 열심히 할수 있고 시합에 나가 경기에 뛸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외국프로에 나가 한국여자축구를 알리고도 싶고요. 돈도 많이 벌어서 고생하시는 할머니와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습니다.

여자 축구 선수 박 은 선 (올림) 

                                   ▲ 박은선 선수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먼저 선수와 구단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연맹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를 인지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도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먼저 박은선 선수를 뽑은 구단의 문제도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지 않길 바란다.


한편, 4일 오전 한 여자축구 선수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며 한국여자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진일이 있었다. 전남 완도군 전지훈련 중 이탈해 3일 오후 5시, 서울 시청의 A선수는 삶에 대한 중압감과 생활고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3장의 유서를 남긴 A선수는 여관 종업원에 의해 발견됐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선배님과 감독님 죄송해요. 엄마 끝까지 못지켜 드려 죄송해요."

한 인간의 죽음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슬픈 사건이었다. 

현재 국내에는 여자축구 실업팀이 단 3곳 밖에 없다. 연봉 계약의 조건을 보면 선수들의 고충을 알듯 하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이지 않은 미래와 연봉 계약에 대한 고충 등이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벌써 은퇴를 생각해야 할 만큼 여자축구선수의 생명은 길지 않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s Effect)라는 말이 있다. 괴테의 대표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권총으로 끝내 자살하여 생을 마감한다. 이 소설은 19세기에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발표된 19세기, 유럽의 젊은이들은 이 작품에 매료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소설 주인공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런 현상에 비유해 어떤 유명인이 죽은 다음 동조 자살하는 현상을 일컬어 '베르테르 효과'라 이름붙인 것이다.

최근 연이은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자살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큰 충격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번 일은 베르테르 효과에 의해 과장된 사건이 아닌 한국여자축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한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론의 자살보도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죽음을 일으켰던 문제의 본질 만큼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인을 위한 마지막 배려와 위안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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