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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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원라인'·배우·낚시…박병은을 말하는 몇 가지

기사입력 2017.04.04 17:20 / 기사수정 2017.04.04 17:05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배우 박병은은 묘한 얼굴과 분위기의 소유자다. 분명히 악역인 걸 인지하고 있는데 섹시해서 지고 만다. 

최근 개봉한 '원라인'은 그련 고민을 더욱 심화시키는 영화다. 극중 박병은이 맡은 박실장은 가장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며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손에 들고 있는 노트에 피가 묻는 일이 예사일 정도. 그런 와중에 뛰어난 수트핏은 여심을 흔들기도 충분하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병은은 여기에 고민을 하나 더 더한다. 진지하고 예민해보이는 박실장과 달리 실제의 박병은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SNS에 좋아요를 눌러줄 것을 당부하는 귀여운 면모도 있다.

'원라인'은 화기애애한 극의 분위기만큼 유쾌한 신도 많다. 박병은은 '원라인'에서 조우진과 박형수의 호흡이 돋보이는 탁구신에서 한참 웃었다. 재미있지만 의미있기에 더 웃음이 났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베스트 신은 뭘까. '원라인' 후반부 저축은행장이 될 꿈에 부풀어있는 그가 이사들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눈 앞까지 와있었던 행장의 자리가 자칫 위태로워지자 갖은 수를 써서 돈을 모아왔던 그는 분노에 잠긴다. 박병은은 그 장면을 여덟번 연기했다. 매 테이크마다 감정이 다 다르고 좋았다. 5,6번쯤 촬영하자 그는 대사를 하다 눈물마저 흘렸단다. 

"1년 후 백 억을 모으고 샴페인을 터뜨리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하잖아요. 화가 나고 분노와 짜증, 거기에 자기 연민까지 있어요. '여기까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하고 스스로를 안쓰러워하는 마음도 있죠. 그가 하는 행동들은 불법적이고 나쁜 행동이지만, 자기연민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그 장면이 좋았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온 테이크도 있었는데 그게 무슨 감정일까 생각해보니 자기연민과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것에 대한 배반감, 허물어짐에 대한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더라구요. 다만 감정과잉일 수 있을 것 같아 평생 제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나중에 쓰려구요(웃음)."

특히 그는 '원라인'의 배우들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일일이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배우들에 대한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실제로 '원라인'은 배우들의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 박병은은 박종환부터 안세하, 조우진, 박유환, 박형수, 김홍파 등 출연진 모두를 열거했다. 

"행여 지금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배우일지라도 앞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분명히 활발하게 활동할 이들이 많아요. 장담해요. 그런 배우들의 집합소에요. 배우들 하나하나가 자기 캐릭터랑 많은 바 소임을 다했어요. 아무리 적게 나와도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줘요. 아마 '저 배우 어디서 나왔지' 생각하면 '원라인'일 게 분명히 있어요. 임시완의 아버지로 나온 이석호 형은 17kg를 뺐어요. 자기 몸이 아플정도로요. 열정과 노력을 가진 배우들이 많아서 이들의 전작을 살펴보면 '원라인'이네 하실 거에요. 작건 크건 배역과 배우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죠. "

그는 제작보고회, 무비토크, 언론시사회까지 일관되게 박병은과 이동휘 커플, 이른바 '병휘커플'을 주장 중이다. 임시완과 진구의 끈끈한 브로맨스를 '완구커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 또한 '병휘커플'을 주장하고 있는 것. 극에서 악역으로 의기투합하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매력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효과가 있냐는 물음에 박병은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어요. 나비효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무리 파득파득해도 전혀 돌아오지 않네요. 저는 이동휘라는 배우를 좋아했어요. 전에 오디션도 같이 봤어요. 나는 그 오디션에 떨어지더라도 이동휘는 되고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아있었어요. 이동휘라는 배우의 호흡이나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들이 좋았어요. 언젠가는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죠.

실제의 그는 극 중 이동휘가 맡은 송차장과 진구가 맡은 장과장 사이의 유쾌한 인물이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더욱 더 긴장한 상태로 임했다. 유난히 다른 이들을 때리는 장면이 많은 만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연기는 연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액션을 하든 서로 치고박고 하는 그런 합을 맞춘 그런 액션을 하든 차 액션을 하든 그런 액션들은 철저하게 어떻게 보면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정연기도 중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돼요. 한 명이 진짜 몰입해서 하는 건 좋겠지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상대방의 배려 없이 액션을 하거나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죠. 그럼 촬영 내내 큰 지장이 생겨요. 액션을 대역해주시는 분들도 그래서 계시는 거고. 험한 신을 찍을 때는 긴장하고 집중해요. 그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집중도 있지만 잠깐만 딴 생각하면 사고가 나니까 조심하려고 하는 편이죠."

연기하는 모습이 천직처럼 보이는 그에게 배우의 삶에 대한 질문도 던져봤다. 오랜 고민 없이 바로 튀어나왔다. 만족도 97%. 오랜시간 연기를 하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배우가 가장 좋단다.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적이 없죠. 단 한 번도. 배우가 세상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제일 좋아요. 정말 너무 좋아요. 힘든 점도 있지만요. 얼마 전 전혜빈과 '국시집 여자'라는 단막극을 촬영했어요. 그때 작년에 제일 더운 시기에 안동 땡볕에서 하루종일 찍었어요. 너무 덥고 너무 힘들었어요.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쉬면서 넋두리를 했죠. 숨도 못 쉴 거 같고 너무 힘들다고. 친구가 '행복한 소리하고 자빠졌네'라고 하더군요. 현장에서 연기하고 단막극 주연을 하고 그런 것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여기라구요. 그 순간 정신이 들었어요. 내가 무슨 소릴 하고 있었지 싶었죠. 예전엔 단역 하나만 주어져도 좋았고, 한겨울에도 물에 뛰어들어갈 기세였는데 조금 덥다고 불평한 거에요. 스탭들은 조명기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데. 그 때 '땡' 하고 깨달은 게 있었어요."

박병은은 숨겨진 예능 블루칩이다. 이미 무비토크와 다수의 예능에서 그의 입담은 상당 부분 검증됐다. 최근에는 임시완과 '인생술집'에도 출연했다. 무작정 술만 마시다 왔다고 당시 촬영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조금 낯설었어요. 박성웅, 조진웅이 나갔어서 물어봤더니 '나는 취했어, 그날' 이러더라구요. 정말 술을 먹냐니까 진짜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막연하게 진짜 술을 먹는 것만 생각했는데 정말로 목젖에 알콜이 들어왔어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죠. 늘 먹던 시완이도 같이 있지만,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 처음 뵙는 분들이랑 술을 먹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개그 타이밍을 많이 놓쳤죠. 분위기에 많이 녹았어요. 처음 본 분들이 '병은이 왔어' 해주시는데 편해지고 술 먹는 데 집중하게 됐어요. 술기운이 오르니까 잠시 카메라 있다는 것도 까먹었어요.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눠서 재밌었어요."

박병은은 같은 말도 유쾌하게 한다. 과장되게 할 법한 말들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말을 하니 웃음이 난다. 개그 욕심이 은근히 있는 눈치. 임시완은 무비토크 당시 박병은의 애드리브가 계속 기억이 나 밤에 집에 가서도 그에게 웃겼다고 연락을 해올 정도였다고. 무비토크가 이른바 '입덕방송'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SNS에 친구 신청하는 이는 없어 은근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즐거우면 다 좋아요. 웃으면 좋죠. 인상 찌푸리고 있으면 좋을 거 없지 않나요? 개그도 타고난 게 있는 거 같아요. 웃길 줄 아는 사람이 웃기죠. 주위에 평생 한 번도 못 웃겨본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거 같아요. 그래도 누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게, 내 말과 내 생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죠. 웃을 일이 많지도 않은데."


그에게 낚시 이야기를 꺼내자 무자비한 토크 '폭격'이 이어졌다. 그가 낚은 물고기 중 가장 큰 사이즈를 물으니 가물치, 붕어, 참돔 등 어종마다 최고 사이즈를 말한다. 참돔은 75cm를 낚기도 했다고. 박병은만의 낚시일기도 있다. 자산어보같은 '병은어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떡밥에 어떤 어류들이 잘 낚였는 지를 써둔다.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 그의 보물이기도. 낚시TV에서 연락도 와 출연을 고민해보기도 했었다는 후문이다. 임시완, 박종환과도 벽제의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겼다. 

그렇게 낚시를 좋아하는 그이지만, 올 4월은 아쉽게도 낚시를 쉰다. 4월은 산란기라 어떤 떡밥도 덥썩 물건만, '열일'하는 그는 이번에는 KBS 2TV '추리의 여왕'으로 안방을 찾을 예정. 쉼없이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반색했다. '특별시민', 그리고 '추리의 여왕'에 '악질경찰'까지 박병은은 계속 달릴 예정이다. 

"제가 많이 한다구요? 이동휘가 많이 하는 거죠(웃음). 배우는 연기하는게 본업이니까 쉬고 그런 거 없어요. 더 하고 싶어요."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서예진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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