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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박령우와 김대엽, 여전히 이어지는 스타크래프트 전설의 증거

기사입력 2016.04.08 00:54 / 기사수정 2016.04.08 09:09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화려하다. 그리고 절실하다. 한국 e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불꽃 튀는 라이벌 관계인 두 팀의 선수가 만났다. 공허의 유산으로 열리는 첫 국내 개인리그 결승인 스타리그 결승이 그 어느 결승보다 흥미롭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2016 시즌1 결승전이 열린다. 지난 스타리그 2015 시즌3에 이어 다시 야외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이다. 결승전 무대에 오르는 선수도 예사롭지 않다. 

먼저 이번 시즌 스타리그 결승에 오른 선수는 SK텔레콤 T1 저그 박령우다. 박령우는 정규 개인 리그 결승에 처음 올랐다. SK텔레콤 T1 저그이면서, ‘황제’ 임요환의 마지막 유산이고, 최연성 감독이 완성한 SK텔레콤의 걸작이다. 

박령우는 임요환의 스타크래프트2 팀인 슬레이어즈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고, SK텔레콤 T1으로 이적해 자신의 실력을 드러냈다. 2015년 박령우는 자신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저그들은 뮤탈리스크와 저글링, 그리고 맹독충을 조합한 ‘뮤링링’ 조합을 사용했다. 하지만 박령우는 뮤탈리스크가 아닌 타락귀를 사용한 ‘타링링’ 조합을 선보이며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박령우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양대 리그에 오른 박령우는 자신감에 어울리는 실력을 갖췄다. 작년까지 박령우가 실력에 비해 과한 도발이 많았다. 박령우가 자신의 말에 맞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그 누구도 박령우에게 과하다는 이야기를 못 한다. 실력이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박령우가 자원 최적화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면, 지금의 박령우는 자원 최적화 대신 더 중요한 것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풀어나간다. 어떻게든 상대를 보고 맞춰가는 플레이로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어떤 종족전이든 박령우는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맞춰가서 잡아낸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나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자신감이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박령우의 상대는 SK텔레콤 T1의 영원한 통신사 라이벌인 kt 롤스터 프로토스 김대엽이다. kt 롤스터에서 데뷔한 이후 꾸준히 한 팀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지킨 선수다. 개인 리그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프로리그에서 언제나 팀을 위해 활약한 선수다.

그런 김대엽이 2014년 후반부터 개인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GSL에서 8강에오른 후 2015년 스타리그 시즌1에서 4강에 올랐다. 아쉽게도 4강 상대는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조성주였다. 김대엽은 다음 시즌 스타리그에서도 4강에 올랐지만 김도우에게 패하며 첫 결승 진출의 꿈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공허의 유산 첫 스타리그에서 김대엽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승자 4강에서 패배를 맛봤지만, 패자전 4라운드에서 변현우를 3대 2로 꺾었다. 이어진 패자조 5라운드와 패자 결승에서 조지현과 강민수를 나란히 격파했다. 세 선수 모두 공허의 유산들어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각 종족 선수였다.

김대엽의 스타일은 ‘정석’이다. 프로토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정석이다. 그 정석으로 김대엽은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유일하게 자신에게 패를 안긴 박령우가 그 상대다. 김대엽은 스타리그 승자 4강에서 박령우에게 허무한 모습을 보이며 0대 3으로 패배했다.

경기력만 놓고 보자면 박령우가 우세하다. 박령우는 지금 최고의 저그 선수다. 맞춰가야 하는 저그의 특성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김대엽의 경기력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좋지 않다. 이미 박령우에게 한 번 패배한 적이 있고, 강민수와의 경기에서는 정석적이지만 단조로운 모습으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김대엽이 박령우를 넘고 첫 우승을 차지하려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버려야 한다. 하던대로 하면 이를 지켜보고 있는 박령우를 넘기 힘들 것이다. 박령우가 보는 것 이상의 전략으로 박령우를 뛰어 넘어야한다. 박령우가 아닌 자신의 8년을 뛰어 넘는 모습을 보여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박령우는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상대를 살펴야 한다. 정석 플레이로는 절대 박령우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은 김대엽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결승은 흥미롭다. 기대된다. 누가 우승하든 ‘황제의 유산’과 ‘kt 그 자체’가 맞붙은 이번 결승은 계속 회자될 것이다. 20세기에 시작된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는 21세기인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결승에 오르고, 우승을 차지할 선수가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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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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