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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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無' 사라진 최태웅의 목소리를 찾아서

기사입력 2016.02.19 05:48 / 기사수정 2016.02.19 05:56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의 파죽지세가 14경기로 늘었다. 그럴수록 선수단을 향한 최태웅(40) 감독의 요구는 줄어들었다. 

현대캐피탈이 '스피드 배구'에 이은 '스스로 배구'로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신년 들어 무패를 내달리는 상승세가 이어진 현대캐피탈은 지난 17일 KB손해보험전까지 승리하며 14연승을 달성했다. 앞으로 1승이면 자신들이 2005-06시즌에 달성한 한 시즌 최다 연승(15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4승을 더하면 2005-06시즌과 2006-07시즌에 걸쳐 작성된 삼성화재의 역대 최다 연승 17연승도 뛰어넘는다. 

지금 기세라면 넘지 못할 산도 아니다. 전반기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피드 배구를 이식할 시간을 보낸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승수를 챙기고 있다. "후반기에는 도약할 수 있게 승부에 중점을 두겠다"던 최 감독의 시즌 전 계획과 자신감이 코트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승리가 반복될수록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수비만 책임지던 윙 리시버까지 공격에 가담해 5명이 움직이는 현대캐피탈은 세터 노재욱의 토스 속에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어낸다. KB손해보험전을 보면 문성민(30%)을 비롯해 오레올(28%), 박주형(17%), 최민호(12%)까지 공격점유율이 고루 분포돼 상대 블로커를 자유자재로 따돌렸다. 수비도 안정감이 생겼고 1차 저지선인 높이도 신영석이 가세하면서 더욱 올라갔다. 

코트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고른 활약을 보여주니 정작 최 감독의 할 일이 줄어들었다. 최 감독은 지난 15일 대한항공전에서 한 차례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았다. 그저 8점과 16점에 적용되는 테크니컬 타임아웃과 상대의 작전타임만 활용해 승리를 챙겼다. 배구는 흐름의 싸움이라 1~2점의 리드는 서브 한방, 블로킹 한 번으로 금세 뒤집힌다. 작전타임을 지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활용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대한항공전에서 작전타임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V리그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틀 뒤 KB손해보험전에서도 최 감독은 같은 선택을 했다. 작전타임 한 번 없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2경기 연속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자 팬들은 '최 감독의 목소리를 잊겠다'는 농담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 최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밝았다. 작전타임 없는 경기에 대한 의도를 묻자 "사실 워낙 흐름이 좋아서…"라고 웃는다. 사실 점수 차가 워낙 큰 상황에 가장 어린 자신이 과도한 승부욕으로 작전타임을 부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 했다.   

그래도 핵심은 선수들을 향한 신뢰였다. 최 감독은 "연승을 하다 보니 스스로 해내는 능력이 커졌다. 2경기 모두 물 흐르듯이 흘러갔고 내 간섭이 필요가 없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크게 간섭하지 않는 지도방법은 연습장에서도 똑같다. 전반기 막판 지독한 연패를 경험하며 얻은 교훈 때문이다. 최 감독은 "3라운드 때 의도적으로 부담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역효과가 났다. 내가 우리 배구의 초심을 잃지 말자고 외치면서 다른 행동을 하자 문제가 생겼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연승 기록에 대해 부담을 줄 생각은 없다. 해왔던 대로 편안하게 선수들에게 맡길 것이고 넘치지 않게 눌러주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조용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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