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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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섭 "낚시대로 야구도, 인생도 낚아요" [신년 인터뷰 ②]

기사입력 2016.01.03 07:00 / 기사수정 2016.01.02 23:41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가장 중요한 결정은 늘 조용한 낚시터에서 했던 것 같아요."

야구가 직업인 야구선수들은 각자의 또다른 취미가 있다. 김원섭(38,KIA)의 소중한 취미는 낚시다. 벌써 서건창, 나바로의 타격폼을 따라하며 야구에 재능을 보인다는 7살배기 아들 이야기와 취미인 낚시 이야기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줄도 모르고 풀어놓는다.

-낚시가 취미가 된 계기는?

"2008년에 낚시를 처음 하게 됐다. 그때는 비시즌에 개인 훈련 하는게 수월치가 않았다. 야구장 문을 열지 않아 알아서 훈련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모교 야구부를 찾아가는데 내 모교는 다 서울이라 찾아가기가 힘들었다. 그때 친한 후배가 천안에서 사회인 야구하는 분들에게 레슨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낚시를 시작하게 됐다. 1개월 쉬면 20일을 낚시 다녔다(웃음). 텐트도 없이 맨몸으로 낚시대랑 난로 하나만 가지고 가서 버텼다. 요새는 워낙 장비들이 좋아져서 개인 텐트에 낚시대 10개를 부챗살처럼 펴놓고 이불도 덮어놓으면서 시작한다."

-비시즌인 요즘도 낚시를 열심히 하나.

"너무 추워서 쉬고있다(웃음). 붕어 낚시만 가끔씩 간다. 오히려 이렇게 추울때 큰놈을 잡을 확률이 있다. 쉬는 날에는 무안, 해남, 함평, 나주까지 다 돌아다닌다. 붕어 낚시를 열심히 하다가 허리가 안좋아져서 배스 낚시로 바꿨다. 붕어 낚시는 텐트도 쳐야하고 하룻밤을 꼬박 새야해서 규모가 너무 크기도 하다. 그래서 장비가 간단하고 서서하는 배스 낚시를 주로하고 한번씩 그리울 때 붕어 낚시를 간다."

-조용한 낚시터에서 사색을 즐기는 것 같다.

"저수지에 앉아있으면 밤에 정말 불빛 하나 안보이게 까맣다. 오직 낚시대의 불빛만 볼 수 있다. 거기에 앉아서 그 불빛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한다. 그동안 중요한 결정은 항상 낚시터에서 했다. 내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울까, 야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계획들도 거의 낚시터에서 세운다."



-프로 16년차 선수로 후배들을 보는 생각은 예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나.

"예전에는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오~잘치네?' 했는데 요즘은 멀리 보게 된다. '이 친구가 지금은 아니어도 2~3년 후에 굉장히 잘하겠다', '이게 부족하니까 어떤 연습을 집중적으로 시키면 되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코치님들에게도 물어본다."

-어떤 궁금증을?

"우리팀 후배 중에 오준혁 같은 경우는 방망이에 굉장히 소질이 있다. 그런데 수비랑 공 던지는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김민호 수비코치님께 '준혁이 같은 경우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라고 여쭤봤다. 코치님이 준혁이는 아직 등 근육이 제대로 안만들어져있어서 공을 던질때 힘이 안실리는거라 웨이트를 많이 하는게 필요할 것 같다고 답하시더라. 이렇게 내가 후배들을 보면서 궁금한 점들을 묻고 있다."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할 때도 있는지.

"가끔씩 2군에 내려가면 이야기를 한다. 2군 선수들을 보면 대다수가 방망이에 욕심이 엄청 많다. 무조건 잘 칠 생각만 한다. 그런데 그 선수들 중에 보면 캐치볼이 엉망이고 수비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후배들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너네 이렇게 방망이만 잘치면 1군에 가게되더라도 기껏해야 대타다. 수비랑 공 던지는 기본이 되야 그때 공격력이 빛을 발휘하는 거다'라고. 그러면서 후배들이 캐치볼하는 모습, 수비 훈련하는 자세 등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냥 조용히 지켜만 보는거다(웃음)."

-받아들이는 흡수력은 편차가 있을 것 같은데.

"받아들이는 후배들도 있고, 한번 듣고 까먹는 후배들도 있다. 만약에 본인이 열심히 하면서 내게 와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면, 내가 아는게 정답은 아니어도 남에게 물어봐서라도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태도가 참 예쁘지 않나. 반대로 이야기 해줘도 변화가 없으면 그 다음부터는 굳이 입을 열지 않는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미리 생각하고 있는건가.

"줄곧 야구를 해왔으니까 그쪽으로 가는게 맞는 것 같다. 만약 프로 구단에서 코치를 못하게 되도 꼬맹이들이라도 가르칠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 한 길을 가면서 언젠가는 프로야구 감독도 해보는게 내 꿈이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웃음) 야구를 해 온 이상 한번은 해봐야하지 않나. 꿈이라도 가져야 한다. 꿈을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가고 또 다른 꿈을 만들어야지."



-낚시터에서 병신년 새해 목표도 세워뒀나.

"지금 그게 참 걱정이다. 지금 내가 불안한게 뭐냐면, 지금까지 생각해놨던 것들은 거의 이뤘고 기록은 특별히 달성할 수 있을만한게 없다. 올해 경기를 얼마나 나가게 될지 모르겠고, 더이상 주전 선수도 아니다. 그래서 불안하다. 올해가 마지막이 되면 어떡하나(웃음). (박)기남이도 2~3년 더 할 줄 알았는데 은퇴해버리고, (차)일목이도 한화로 가버렸다. (최)희섭이도 은퇴했다. 우승 동지들이 다 떠나가서 나도 그만둬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말이 씨가 되라고 일부러 40살까지 할거라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올해는 새로운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우승을 한번 더 하고 은퇴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아닐까.

"최고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NYR@xportsnews.com/사진= ⓒ 김원섭 본인 제공, 엑스포츠뉴스DB

※ 신년 인터뷰 : 김원섭의 새해 소망 "40까지 야구할 수 있을까요?"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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