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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섭의 새해 소망 "40까지 야구할 수 있을까요?" [신년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6.01.02 07:00 / 기사수정 2016.01.02 01:23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홈런-20도루를 하더라도 40살이 되면 그만둘거예요. 그런데 요즘 점점 불안해요. 자꾸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김원섭(38,KIA)은 자신의 프로 인생 최대의 목표가 '1000경기 출장'이라고 여러차례 말했었다. 서른이 다 되서야 프로에서 빛을 봤고, 체력이 약해 그에게 1000경기 출장은 1000안타 만큼이나 값진 기록이다.

모두들 이런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프로 1000번째 경기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동감할 수 있다. 7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 SK의 맞대결. 7회말 첫 타석에 들어선 김원섭은 선발이 아닌 대타로 1000번째 경기를 알렸다. 다소 심심하게 기록이 달성되는듯 했지만, '진짜'는 마지막에 있었다. 3-3 동점 상황이던 9회말. 김원섭은 정우람을 상대로 경기를 끝내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주인공이 된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처가집 식구들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고, 홈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아 기쁨은 수 배로 불어났다. 

올 시즌 가장 '드라마틱한' 인터뷰이였던 김원섭을 새해를 맞아 다시 마주했다. 또 KIA의 야수조 최고참으로서 이야기도 들어봤다.


◆ 떠올리고 떠올려도 기분 좋은 그날의 기억

-기록이 달성될 수도 있는데 선발에서 제외되면서 아쉽지 않았나.

"그날 몸에 힘이 없었다.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7회말에 갑자기 대타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 몸을 풀고 있었는데 (김)호령이가 그대로 나가길래 다시 방망이를 내려놨는데, 초구 볼이 들어오자 다시 준비를 하라더라. 또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도 지시가 없었다. 2구도 볼이었다. 헬멧 놓고, 장갑을 벗으려는데 감독님이 '김원섭 대타!'라고 하셔서 허둥지둥 다시 나갔다. 정신도 없고 몸도 안좋아 일단 공을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볼넷으로 나갔다."

-9회말 끝내기 홈런은 6년전 군산에서 열렸던 SK전과 데자뷔 같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지완의 2루타부터 시작해서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왠지 만루 찬스가 내게 올 것 같았고 공교롭게 투수가 정우람이었다(김원섭은 2009년 8월 9일 군산 SK전에서 정우람을 상대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었다). 내게 몸쪽 직구 승부를 할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초구 직구, 2구 또 직구 그리고 3구 체인지업에서 약간 헷갈렸지만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다음 공은 100% 직구다. 그래서 타이밍 맞춰 힘도 안들이고 쳤는데 담장을 넘어갔다."

-힘을 빼고 홈런?

"지금까지 야구를 해보니까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데 더 오래걸린다. 몸에 힘이 있어서 방망이에도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정확성이 떨어진다. 피곤하고 힘들때 더 잘맞을 때가 많다. 그날 다시 한번 절감했다."



◆ 다음 목표는 2017시즌 후 은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던 것을 이뤘으니 다음 목표는.

"다음 목표는 40살까지 뛰고 은퇴하는거다. 이제 2시즌 남았다. 그런데 왜 자꾸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은 생각이 들까? 솔직히 말해서 몸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여기저기 아픈데도 자꾸 생기고 회복도 늦다. 손이 살짝 까지면 예전에는 금방 나았는데 요새는 잘 안아문다(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나 한계를 느끼는건가?

"아직까지 배트 순발력이 떨어진다거나 스피드가 느려진다는 느낌은 없다. 방망이쪽에서는 그렇다. 투수의 공이 너무 빨라서 못치겠다는 생각도 안든다. 다만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아픈데가 생긴다. 그리고 수비할때 차이를 느낀다. 예전에는 중견수를 보면 몸이 나도 모르게 먼저 반응했었다. 스윙 궤도를 보고 자연스레 예측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방망이에 맞고 난 후 출발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 템포 느려졌다."

-최대한 오래 현역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인 선수들도 있다.

"나는 변화를 인정한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자기가 정말 예전과 달라진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체력이야 젊었을 때도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그 외 부분은 걱정이다. 관리를 잘하고 병원도 자주가는데도 그렇다."



◆ 선빈아, 치홍아. 다시 함께 야구 할 수 있을까?

-시즌을 마치고 나니 드는 아쉬움은.


"우리팀의 힘이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구나 싶었다. 치고나갈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없어 헤매는 모습을 봤다. 만약에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안치홍, 김선빈이 있었다면 충분히 올라갔을 것이다. 그만큼 경험있는 선수들이 없었다."

-다른 선수보다 두사람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나.

"선빈이랑 치홍이가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친구들이 군대로 떠나고 나서 우리팀이 하는걸 보니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선빈이랑 치홍이는 야구를 정말 잘하는 애들이다. 치홍이 같은 경우는 워낙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선빈이는 감각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있다. 단순히 치고 받는 것을 떠나서 순간적인 센스는 돈 주고도 못산다. 내가 두사람을 참 예뻐했다. '아가'들이 야구를 야무지게 잘하는게 너무 기특해서."

"솔직히 치홍이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고졸 신인으로 입단해서 같이 스프링캠프를 갔는데 정말 선수도 아니었다(웃음). 방망이도 진짜 못치고 수비도 너무 뻑뻑하고 못하더라. 저런 애가 정말 2차 1번 신인인지 의아했다. 일본 캠프 도중에 조기 귀국 해야 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당시 조범현 감독님이 뭐가 보이셨는지 캠프, 시범경기, 정규 시즌까지 계속 기용하셨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경기를 거듭할 수록 치홍이가 바뀌더라. 실력이 확 달라졌다. 선수들은 처음 봐서는 모른다. 선배들이랑 야구를 하다보면 기가 죽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9월이면 제대하고 다시 한 팀에서 뛸 수 있게 된다.

"내가 2017년까지 뛴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선빈이랑 치홍이가 돌아왔을때 다시 한번 같이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룸메이트이자 단국대 후배인 박지훈도 돌아온다. 애들이 입대할때 '너네랑 다시 야구 같이 하고 싶은데 선배가 그때까지 뛰고 있을까?'하고 농담을 했었는데 기대가 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 김원섭 신년 인터뷰는 1월 3일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NYR@xportsnews.com/사진 ⓒ 엑스포츠뉴스DB, KIA 타이거즈 제공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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