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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분석] 프로구단 자생력을 묻다① 돈 먹는 하마, 야구장

기사입력 2015.12.24 06:00 / 기사수정 2015.12.24 10:47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이종서 기자] 대한민국 서울. 최고의 대도시 답게 서울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은 3개(두산, LG, 넥센)가 있다. 가장 큰 시장을 연고로 두고 있지만, 이들 팀들이 연고지에서 큰 수익을 얻고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결론짓기 어렵다. 홈구장을 관리하고 이용하는데 매우 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의 말 못할 사정
 
“2000년부터 두산과 LG가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의 위탁을 받고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구장에서 이뤄지는 광고 수익은 전액 서울시에 납부해야 한다. 구단엔 100원도 안 떨어지는데 (광고 수주를)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추가로 입장수익의 10%를 서울시에 낸다. 프로야구단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두산 조성일 잠실구장 운영본부장)
 
“잠실구장을 두산, LG가 안 쓰고, 혹은 또 다른 프로 야구단이 쓰지 않는다면 그렇게 광고가 붙을까? 프로 구단이 있고, 프로 경기가 열려서 광고가 붇는 건데 왜 모든 수익을 다 서울시가 가져가느냐.”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
 
“내년에 홈구장을 고척돔으로 옮기면 서울시에 내야 하는 대관비가 약 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추정한 금액이다. 고척돔 개장 직후인 지난 10월에 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했는데, 난방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전기세가 천 만 원 넘게 나왔다고 들었다. 운영권이나 광고권을 어떻게 측정할지 여부를 두고 아직 서울시와 씨름 중이다.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내야 할 돈은 목동구장 시절보다 2배 넘게 올랐는데, 수입은 2배로 오른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넥센 구단 관계자)
 
프로야구단은 아직까지도 ‘돈 먹는 하마’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구단 별로 운영비는 모두 다르지만, 대략 1년 적자가 50억~2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LG, 넥센의 경우 구장에 들어가는 돈도 매우 크다. 두산과 LG는 잠실구장을 쓰면서 2014년 기준으로 25억~26억원(각 구단별)을 서울시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서울시가 잠실구장 광고권으로 벌어들인 돈은 103억 원 선이었다.
만일 LG와 두산이 광고권과 구장 운영권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면, 일단 25억~26억 원의 사용료가 나가지 않고 여기에 광고수익으로 지난해 서울시가 벌어들인 103억 원의 절반인 51억 원(혹은 그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장 운영권과 광고권 획득 만으로도 한국 최고의 시장인 서울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한편 넥센은 입장 관중 수입의 10%+전기세+청소비+장비사용료+광고비까지 포함해 2014년에 서울시에 낸 대관비가 40억원 수준이다.


 
 
경기장 운영권, 팬 서비스로 직결
 
2015년을 기준으로, 프로야구 10개팀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KIA(광주챔피언스필드)와 NC(마산구장), kt(수원kt위즈파크)는 20~25년간의 장기위탁 방식(5년마다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구장을 쓴다. 삼성도 신축구장으로 이사하는 내년부터는 장기위탁을 하기로 대구시와 MOU를 체결했다.
 
두산과 LG, SK와 롯데, kt는 1~5년의 단기 위탁계약형이다. 그런데 기간과 광고권 등 세부 내용엔 차이가 크다. 두산과 LG는 광고권 없이 2016년까지 3년간 위탁계약을 해서 쓰고, 나머지 팀들은 일부 광고권을 보유한 채 경기장을 사용한다. 넥센은 올해까진 일일사용허가형으로 목동구장을 썼다. 광고와 관련해서는 넥센이 서울시에 연 13억~14억원을 지불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에는 넥센 구단이 가져갔다. 그러나 넥센은 내년부터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을 위탁계약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고척돔의 광고권과 관련한 세부 계약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0개 구단 전체를 살펴보면, 특징을 한 가지 찾을 수 있다. 지방 구단의 경우 지자체와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데 비해 가장 좋은 ‘시장 환경’을 갖고 있는 서울 팀들은 광고권 및 운영권 조건이 다른 구단들에 비해 불리하다.


 
이러한 구장 사용 계약은 팬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이어진다. 최근 프로야구는 안정적으로 관중을 모으는데 성공하면서 각종 참신한 아이디어로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SK와 kt가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팀 답게 야구장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가 하면, SK의 경우 ‘바비큐존’, ‘그린존’ 등 다양한 좌석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와 KIA, kt는 기존 구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서 스카이박스 등 고급좌석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파울존 가까이에서 짜릿한 관람을 할 수 있는 롯데의 익사이팅존, NC의 ‘매트리스존’이나 ‘버스시트 좌석’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잇따랐다.
 
하지만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은 구단이 주도해서 구장 시설물을 고치거나 만드는데 제약이 크다. 현재 잠실구장과 두산-LG의 계약에 따르면 새로 설치하는 시설물은 구단의 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 결과물은 서울시에 기부체납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잠실구장에 전세로 살고 있는 두산과 LG가 전셋집에 예쁜 붙박이장을 만들면, 이사갈 때 주인 가지라고 놓고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새 시설물로 얻는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지도 못한다. 잠실구장의 좌석 등 시설물이 타 구장에 비해 낙후된 이유다. 서울을 연고로하는 3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다른 팀들이 새 시즌마다 새로운 좌석과 서비스로 팬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NYR@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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