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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시즌결산 맨투맨⑤] 김성근-무리뉴, ‘우승청부사’ 시련의 시즌

기사입력 2015.12.19 08:00 / 기사수정 2015.12.18 17:55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2015년 한국야구를 결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다.
 
올해의 야구에 대해 ‘맨투맨(비슷한 두 사람, 혹은 정반대의 두 사람)’ 컨셉트로 정리하는 이번 시리즈에서 ‘김성근 편’에 대한 고민이 매우 컸다. 올해의 인물 김성근 감독을 빼고 시리즈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인데, 김성근 감독과 나란히 배치할 만한 적당한 인물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결국 김성근 감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멀리 런던에 있는 주제 무리뉴(52) 감독을 강제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평행이론①- ‘우승청부사’ 별명이 무색했던 한해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탁월한 명장들이 있지만,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이 꼭 어울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김성근 감독과 무리뉴 감독은 닮은 점이 많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프로야구에서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07, 2008, 2010년 SK), 준우승 2회(2002년 LG, 2009년 SK)를 일궈냈으며 과거 쌍방울, 태평양 등 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이끌었다.
 
무리뉴 감독은 2003-2004시즌 FC포르투(포르투갈)를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끈 것을 시작으로 이후 첼시(잉글랜드), 인터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그리고 다시 첼시까지 명문 구단을 맡아 수많은 우승 기록을 남겼다.
 
무리뉴 감독이 변변한 선수 경력 없이 통역으로 축구단 일을 시작했을 정도로 무명이었고, 재일동포 출신 김성근 감독이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영구귀국해 한국 야구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등 지도자가 되기 전 험난한 과정을 거친 경력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여기에 언변이 화려해서 늘 미디어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 구단에 “감독의 전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요구를 강력하게 하는 점 등 카리스마 있는 성격과 팀 운영도 닮은꼴이다.
 
그러나 올해 두 감독 모두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김 감독은 한화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올해 한화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한화는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무리뉴 감독은 김 감독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첼시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6위까지 추락하자 지난 18일 첼시는 무리뉴와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그들의 평행이론②- 논란, 또 논란의 한해
 
김성근 감독이 올해 가장 곤혹스러웠을 부분은, 어쩌면 성적 보다도 수없이 이어진 ‘논란’이었을지 모른다.
이동걸의 빈볼 시비부터 시작해서 최진행의 도핑 적발, 권혁과 박정진의 혹사 논란, 특타 및 강훈련 논란, 청주구장 CCTV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비난 여론의 화살이 모조리 김 감독을 향했다.
 
‘논란’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한화가 시즌 초반 역전승을 거듭하며 ‘마리한화’, ‘마약야구’라는 애칭을 얻고 팬들의 호응을 얻을 때는 이런 논란의 불길이 거세지 않았다. 그러나 혹서기 이후 한화의 순위가 점차 하락하기 시작하자 논란은 점점 거세졌다. 특히 시즌 내내 이어진 주간 야간 특타, 불펜 투수들의 과부하에 따른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무리뉴 감독 역시 올 시즌은 시작부터가 논란이었다. 무리뉴는 첼시의 팀닥터 에바 카네이로가 정규리그 초반 경기 도중 선수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간 것을 두고 “공격 흐름을 끊어놓았다. 팀닥터도 축구를 알아야 한다”며 맹비난했고,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카네이로는 팀닥터를 그만뒀다. 이를 두고 팬들과 선수들이 반발했다. 최근에는 디에구 코스타가 무리뉴 감독이 자신을 기용하지 않는 것에 반발해 경기 도중 조끼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혀 고스란히 전파를 타는가 하면,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기자와 설전을 벌인 것, 심지어 길에서 만난 소년 팬을 밀쳤다는 동영상까지 떠돌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들의 평행이론③- ‘전가의 보도’가 사라진 한해
 
올 시즌 김성근 감독과 무리뉴가 고전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성적 노하우가 통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비시즌 혹독한 훈련을 통해 체력과 수비력을 키우고, 이른바 ‘벌떼마운드’라고 불리는, 불펜진을 자주 교체하면서 경기를 지켜나가는 야구를 했다.
그러나 올해 한화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았다. 한화 선수들은 오히려 여름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고, ‘수비 훈련’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한화는 결정적인 순간 수비 실책으로 경기를 내준 경우가 잦았다. 더구나 불펜 투수층이 얇은 가운데서 권혁, 박정진 등이 지나치게 긴 이닝을 소화하는 등 혹사 논란이 이어졌다. 후반기에는 이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지키는 야구’가 실종됐다.
 
무리뉴는 그동안 ‘수비’를 바탕으로 한 강팀을 만들어왔다. 과거 첼시에서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이끌 때도 최전방 공격진부터 압박에 가담하는 ‘질식 수비’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지난 시즌 우승할 때도 수준급 수비수들이 첼시의 수비를 책임졌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수비진의 새 영입 등 변화가 거의 없는 안일한 운용을 한 게 화근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지난 시즌 활약했던 수비수 중 마티치, 이바노비치 등의 경기력이 형편 없이 떨어지면서 첼시 수비라인이 붕괴됐다.
또한 뮤리뉴 감독은 그동안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과 기싸움을 벌일 때마다 젊은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방법을 애용했으나 올 시즌엔 그마저 통하지 않아 선수들과의 불화설만 무성했다.
 
 

그들의 평행이론④- 흥행과 화제성...그리고?
 
김성근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언변으로 그 누구보다 많은 뉴스와 화제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한화가 ‘마약야구’로 돌풍을 일으킬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KBO에서 흥행에 기여한 점에 대해 상 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화는 올해 최다관중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서는 매우 좋은 성적을 냈다.
 
2015년 12월 현재, 김성근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인 반면, 무리뉴 감독은 시즌 도중 첼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올 시즌 한화와 김성근 감독을 돌이켜 볼 때 무리뉴 전 첼시 감독과 비슷했던 부분을 찾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리뷰가 되겠다는 의도로 정리한 시리즈일 뿐 무리뉴 감독과 모든 게 똑 같은 평행이론이라는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처음 기사를 작성한 시점은 무리뉴 감독이 경질되기 전이었다).

또 하나. 두 감독의 ‘평행이론’이 정말로 어떤 근거가 된다면, 내년 시즌 한화엔 오히려 큰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에 복귀한 두 번째 시즌(2014-2015시즌)에 리그 우승,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내년 시즌은 김성근 감독이 KBO리그에 복귀한 두 번째 시즌이다. 과연 그 결과는?
 
kyong@xportsnews.com /사진 ⓒ AFPBBNews=NEWS1, 엑스포츠뉴스DB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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