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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복면-히든-불후 '소환술사 4인방', 세상을 흔들다

기사입력 2015.11.16 11:50 / 기사수정 2015.11.16 15:26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엑스포츠뉴스=김관명기자] 2015년 11월13~15일 '느닷없이' 소방차와 김정민, 현진영, 안치환이 TV에 떴다. 소방차(김태형 이상원 정원관)는 13,14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김정민은 14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를 통해, 안치환은 14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2'를 통해, 현진영은 15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을 통해서다. 1980~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스타들이 2015년 TV와 대중에게 연이어 소환된 것이다.

'느닷없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이들 4개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면, 8090 스타들의 소환은 매우 정교한 메카니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드라마 '응팔'은 전작 '응칠'과 '응사'가 그랬듯, 추억을 가장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방편으로 '음악과 노래'를 선택했고, '히든싱어'는 모창가수가 존재하려면 최소 10,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가수가 필요했다. '불후의 명곡'은 말 그대로 '불후'의 자격이 있는 레전드들의 무대이고, '복면가왕'은 복면을 통해 대중의 선입견을 벗겨내는 포맷 특성상 왕년의 스타가 요즘 신예들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이 추억과 원조와 불후와 왕년의 가수를 선별해오다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집중한 것이 바로 '80,90년대 뮤지션'이라는 얘기다.


좀 더 들여다보자. '응답하라 1988'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무대로 삼았다. 사실 '응팔'의 소환술은 뻔하다. 버스 승차권 자르기 신공, "반갑구만 반갑구만" 같은 유행어 차용 등 '그땐 그랬지' 식의 정형화된 드라마 공식이 난무한다. 하지만 '응팔'이 영리한 것은 당시의 음악과 노래, 뮤지션을 얄미울 정도로 적시적소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차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수학여행에서 펼친 장기자랑 무대에서 그 신나는 댄스와 함께 울려퍼졌다.

'응팔'이 소방차에 거의 2회에 걸쳐 집중한 이유는 명백하다. 소방차야말로 당시를 상징하는 뜨거운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1987년 1월에 발표된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는 한 해 전인 87년부터 당시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였다. 당시 음악소비 패턴을 감안할 때 1년 전 곡이 2,3년 내내 히트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데뷔 당시 일본 그룹 이름을 따라했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소방차의 멋진 외모와 칼군무, 텀블링,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순식간에 대중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1980년대 초중반을 외국 팝의 세례만 받고 자라왔던 세대, 그러다 84, 85년 들국화와 이선희를 통해 겨우 국내가요에 눈길을 돌린 세대에게 이 소방차는 새로운 음악소비 트렌드에 대한 일종의 신호탄과도 같았다.

마찬가지다. '응팔'은 지금까지 당시를 물들였던 여러 상징어들을 노래와 음악에서 찾았다. 지금까지 방송을 탄 노래만 보면, 변진섭의 '새',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이상은의 '담다디', 고(故) 이남이의 '울고싶어라', 윤수일의 '아파트', 이선희의 '영',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에서', 김완선 '기분 좋은 날' 등 87~88년 히트곡들이다. 해서 '응팔'이 무서운 건 앞으로 언제든지 다른 80년대 스타들을 대거 소환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미 소환한 소방차나 이상은, 코리아나, 변진섭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하면 언제든, '서울서울서울'의 조용필을 비롯해, 이 해 KBS 가요왕에 등극한 '신사동 그사람'의 주현미, 주6일제 당시의 토요일찬가 '토요일은 밤이 좋아'의 김종찬 등등.


'히든싱어'는 모창가수로 이름 붙여졌지만 결국은 뼛속까지 팬덤으로 중무장한 열성 팬들이 일궈가는 80,90년대 스타 소환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출연한 '원조가수'들의 데뷔 연도를 짚어보자. 이적이 95년, 이승환이 89년, 신승훈이 90년, 김경호가 94년, 주현미가 85년, 김건모가 92년, 박진영이 93년, 윤종신이 90년, 이선희가 84년, 이문세가 83년, 조관우가 94년이다. 비교적 어린(?) 축에 드는 보아만 해도 2000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16년차다. 자신의 노래를 모창하는 그 기술이나 재주를 넘어, 그 속에 숨어든 두터운 팬심에 왈칵 눈물까지 쏟을 수 있는 원조가수의 마지노선은 결국 20세기라는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원조가수의 음색과 창법이 팬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도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14일 출연한 김정민 역시 1994년 데뷔한 90년대 스타다.


'불후의 명곡'은 반대로 레전드들의 평균연령이 점점 어려지다가(?) 80,90년대 뮤지션들을 만났다. 예전 50,60년대 '가요무대'급에서 트윈폴리오 등이 활약한 70년대를 거쳐, 지금도 현역인 80,90년대 스타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 지난 14일 방송된 안치환 편이 대표적이다. 안치환은 1986년 노래패 새벽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 90년대 초반까지 민중가요 혹은 소위 '운동권 노래'로 재야와 학생운동권 사이에 레전드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84년생인 알리가 이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우승한 대목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80,90년대 전설이어야만 지금 20, 30대 스타급 현역 가수들이 엇비슷한 감성으로 무대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 또 그런 지점이 있어야만 '불후의 명곡'이 젊은 감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해서 '불후의 명곡'에게 80,90년대는 또다른 의미의 마지노선이다.


'복면가왕'은 소환방식과 소환술 무대가 앞선 프로그램들과는 많이 다르다. '불후의 명곡'이 후배들이 꾸미는 전설의 무대, '히든싱어'가 팬들이 선사하는 원조들의 무대라면, '복면가왕'은 현역 혹은 비(非) 가수들이 복면 하나에 의지해 직접 자신을 어필하는 무대다. 15일 '꺼진 불도 다시 보자 119'라는 이름으로 출연, 쟈니리의 '사노라면'과 김광진의 '편지'를 부른 현진영을 보자. 얼굴이 공개된 순간 '힙합 1세대'라는 자막이 떴지만, 사실 현진영은 이 정도로 간단히 수식될 뮤지션이 아니다. 그는 1990년 현진영과 와와라는 댄서블 힙합그룹으로 데뷔, 그야말로 대한민국 가요신에 장르로서 힙합의 씨앗을 뿌린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복면을 벗고 자신이 현진영임을 만천하에 알린다? 스타가 직접 소환에 응한 것은 물론, 소환 무대를 진두지휘한데다 마지막에는 직접 복면을 벗는 의식을 통해 소환술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복면가왕'은 가장 극적이다.

'응답하라 1988', '불후의 명곡2', '히든싱어4', '복면가왕'. 김건모 소찬휘 터보 이정현 등 90년대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던 '무도-토토가'로 2015년을 맞았던 대한민국이 이들 '소환술사 4인방'이 펼치는 기막힌 매직에 다시 한번 술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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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l3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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