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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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144G 시즌, 감독들이 뽑은 '장기전'의 관건은?

기사입력 2015.09.23 09:08 / 기사수정 2015.09.23 11:22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작년이었으면 벌써 우승 확정지었을텐데 말이야." "날짜는 빨리 가는데 게임은 빨리 안 끝나." "144경기 참 기네." 9월 들어 감독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젠 체력전"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길어진 패넌트레이스 일정의 여파다.

패넌트레이스는 장기전이 됐다. 2015시즌 10구단 체제가 시작되면서 한 팀이 치러야 하는 경기 수도 144경기까지 늘어났다. 기존 128경기에 비하면 약 16경기를 더 치르는 상황. 9월 중순이면 대부분의 일정이 끝이 났지만, 10월 초까지 모든 구단이 강제 가을야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즌 막판인 만큼 16경기의 체감 무게는 단순한 경기수 그 이상이다. 하지만 이 하중을 이겨낸 팀들이 있다. 9월 승률 5할 이상인 '넥센-삼성-롯데-NC-SK' 다섯 팀이다. 여전히 경쟁력을 잃지 않고 순위 다툼 중인 와중에도 감독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 같았다. 길어진 일정 속, 무리하지 않고 제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두 삼성은 한때 2위 NC에 1.5경기차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선두 굳히기에 급급할 법도 하지만 삼성은 더 멀리 바라봤다. 1승만 더 거두면 더 달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선발투수 당겨쓰기'를 하지 않았다. 피가로의 대체 선발 정인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과정이라고 봐야한다. 결국 선발로 키워야 할 선수다. 안맞으면 가장 좋겠지만 맞아가면서 크는 게 투수다"라며 끝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뒤쫓고 있는 NC도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후반기 파죽의 7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조급하면 안 된다. 질 게임을 이기는 건 감독의 욕심"이라며 "일단 순위 싸움을 한다기 보다는 우리 위치를 확실하게 해야한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잡는 게임에서만 필승조를 넣겠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다. 급한 와중에 손가락 통증을 안고 뛰었던 4번 타자 박병호에게 휴식을 줬다. "더 중요한 게임이 남아 있다"며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1군에서 말소하기도 했다.

후반기 5위 싸움의 핵으로 떠오른 롯데와 SK의 입장도 비슷했다. 후반기 접어들 때까지도 7~8위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과는 인연이 없어 보였지만, 막판 연승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가시권까지 치고 올라온 두 팀이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5위 수성의 각오를 묻는 취재진에 "야구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똑같이 하던대로 하겠다"며 "5위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는 순간 힘들어진다. 그냥 한 게임 한 게임 우리가 하던데로 하면 결과는 따라오게 돼있다"고 답한 바 있다.



SK의 막판 뒷심도 특별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시즌 초 SK의 경기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스템 야구'로 일컬어지던 김용희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은 '아끼다 똥된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노력이 후반기 빛을 발하고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후반기 상승세에 대해 "특별히 다른 부분은 없다. 체력적인 부분을 좋게 유지하고 있다"며 비결 아닌 비결을 밝혔다. 

리그의 수준은 평준화 됐고, 패넌트레이스는 장기전으로 변했다. 시즌 전체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진 셈이다. 한 순간 하얗게 불태우는 것보단,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내는 게 필요해졌다. 달라진 KBO리그의 양상이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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