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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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는 보너스로, 김신욱에겐 역설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5.08.13 15:45 / 기사수정 2015.08.13 16:05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김신욱(27, 울산)이 동아시안컵을 다녀와서 가진 K리그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골맛을 보지 못했던 그에게는 반가운 득점포였다. 다시 뛸 수 있는 원동력이자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김신욱의 강점인 높이를 그대로 살린 헤딩골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한번 제공권의 강점만을 보여준 득점장면이 됐다. 김신욱에게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머리보다는 아래, 발로 만들어내는 능력들을 발휘할 기회를 더욱 많이 가져야 하는 숙제에 계속해서 도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도 그렇고 본인 역시도 높이를 주가 아닌 보너스, 부수적인 요소로 돌리는 역설이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 김신욱을 후반 조커로 파악

중국 우한에서 열린 지난 2015 동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이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북한전이 끝난 뒤 한 말이었는데 그가 선발로 나섰을 때와 후반 교체로 나왔을 때의 효과가 다르다는 분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북한전에서 김신욱에 결정적인 장면 2개가 있었는데 이는 90분을 뛰었던 일본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진 것이었다"면서 "앞으로 김신욱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표팀은 김신욱을 앞으로 후반 조커로 쓰겠다고 공언한 셈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내놓을 김신욱 활용법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었다. 2012년 울산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헤딩력 못지 않은 발기술을 보여줬던 그때의 감각을 스스로도 되찾고 대표팀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오랫동안 '헤딩노예'로 뛰었던 김신욱을 슈틸리케 감독이 어떻게 살릴 지도 관건이었다.

동아시안컵 3경기동안 2번 출전했는데 김신욱에게 큰 변화는 없었다. 최전방에서 버티고 헤딩 경합을 벌여주는 것이 그가 해야할 일이었다. 여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이 후반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봤다. 상대의 체력이 지쳐 있을 때 앞에서 싸워주면서 김신욱에게 더 많은 찬스가 났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신욱을 교체카드로만 쓰기에는 역시나 아깝다. 머리에만 집중하기에는 김신욱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능력들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중요해졌다. 대표팀은 8월말 러시아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대표팀을 소집한다. 그전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김신욱으로서는 머리외에 자신이 가진 장기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높은 신장은 보너스로 돌리는 역설 필요 

약간은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지금의 김신욱은 장점을 멀리해야 한다. 압도적인 높이가 부가 되고 발기술이 주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치는 학생이라면 가장 잘하는 과목을 일단 제쳐두고 다른 과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다른 신장을 가진 김신욱이 키로 하는 모든 플레이는 굳이 시간을 들여 훈련하거나 경기중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기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으니 다른 요소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환경과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장신 공격수들이 각광 받는 이유도 알고 보면 신장이 아닌 발기술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헤딩만 잘한다고 해서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통파 공격수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PSG)는 실제 신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는 전체의 40%에도 이르지 않는다. 그가 빛나는 이유는 키가 큰 데도 나오는 유연함과 넓은 시야, 좌우로 뿌리는 패싱력 때문이다. 마루앙 펠라이니(맨유)와 피터 크라우치(스토크시티) 등도 신장에 어울리지 않는 슈팅력과 패싱력을 갖추고 있다.



김신욱의 자기계발에 못지 않게 울산의 지원사격도 중요하다. 자리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2012년 김신욱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포지션은 사실 최전방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최전방에 선 이근호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이근호가 좌우로 넓게 뛰는 스타일이었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공간을 향해 침투해 김신욱이 발과 머리로 골망을 갈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주변에서 이전보다 낮은 패스들이 많이 연결되고 이를 받고 정확히 연결해주는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는 여건이 울산에서 만들어진다면 김신욱은 물론이고 팀에게도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 카드는 울산이나 대표팀에게는 버릴 수 없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이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는 앞으로의 활약에 달렸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김신욱, 2012년의 김신욱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엑스포츠뉴스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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