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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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분위기메이커 원투펀치' 유먼을 돌려보낸 사연

기사입력 2015.07.24 13:29 / 기사수정 2015.07.24 13:37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올시즌 '재활용 용병'이 대세였다. 한화는 삼성 출신 미치 탈보트(32)와 롯데 출신 쉐인 유먼(36)을 선택하며 이 대세를 이끈 팀이었다. 

하지만 결국 유먼은 이제 한화의 옷을 벗는다. 한화 이글스는 24일 KBO에 투수 유먼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사유는 '좌측 어깨 소원근(어깨를 감싸는 근육)손상'. 지난 16일 좌측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진단 결과 재활기간만 4주 이상이 소요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재활용 용병의 최대 장점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훌륭한 기록을 가진 선수들을 데려다 놔도 적응에 실패해 고전하다가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한국을 다시 찾은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리그를 이미 경험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가 비교적 적다. 한 해 용병 농사에서 대박은 못 치더라도, '중박'정도는 보장이 되는 셈이다.

유먼도 중박은 친 외국인 투수였다. 전반기 유먼의 성적은 17경기 4승6패, 91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로 확장해보면 방어율 기준 19위, 소화이닝 기준 22위 등을 기록한 무난한 수준의 투수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질적인 무릎부상도 있었고, 피칭에 기복도 있었다. 나오기만 하면 승리가 보장되는 최고 수준의 투수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한화 선발진에서는 나름의 믿을 구석이었다.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한 유먼이었지만, 시즌 초부터 무너진 한화 선발진 사이에서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원투펀치' 중 하나였다. 퀄리티스타트 6번, 경기당 평균 소화이닝도 약 5⅓이닝, 방어율 4.52로 모두 팀 내 1위였다. 기록 상으로만 보면 이러나 저러나 '이닝이터'에 가장 걸맞는 역할을 해주던 투수다.

시즌 초부터 어느정도 제 역할을 해준데는 한국 리그에 익숙한 덕도 컸다. 유먼은 이미 한국 리그 4년차에 접어든 선수였다. 2012시즌 유먼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해 처음 한국 리그에 입성했다. 이후 두 시즌을 더 롯데에서 머문 뒤 올시즌 한화의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렇다보니 롯데라는 친정팀에 '무릎'이라는 약점을 공략당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3년간 전구단의 타자들을 상대하며 쌓은 자신만의 데이타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경기 외적으로 이런 적응력은 도움이 됐다. 유먼은 올시즌 시작부터 한화의 '분위기 메이커'를 도맡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겨울은 혼자 훈련을 하고 시즌 시작 직전 합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먼은 한화에 합류후 고치 1차 스프링캠프부터 모든 훈련을 함께 소화하며, 놀라운 친화력으로 팀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유먼 메달'이 대표적인 유산이다. 자비로 플라스틱 메달을 제작해 선수단 자체적으로 정한 그날의 수훈선수에게 걸어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선수들이 즐기면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재미를 주고 싶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 이벤트는 선수단 분위기에 훈풍을 불어 넣었다. '남자네 남자'라는 큰 글자가 써있는 장난감 같은 메달에 처음은 창피하다는 선수도 있었지만, 나중엔 오늘은 누구에게 메달이 가는지가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먼이 1군에서 말소된 지난 16일 경기부터 유먼 메달은 자취를 감췄다. 60여경기 안에 판가름나는 5강 싸움, 한화는 유먼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다. 한화는 새로운 대체 용병을 찾아 나섰고, 유먼의 4년차 한국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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