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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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매번 눈빛이 다른 배우가 되고 싶다"(인터뷰)

기사입력 2015.02.19 06:07 / 기사수정 2015.02.19 06:07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강하늘은 대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쎄시봉' 개봉 이후 강하늘을 만났다. 그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자신을 '애늙은이'같아 재미가 없지 않냐며 걱정스레 되물었지만 그의 말에는 사람을 몰입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강하늘은 '미생'의 장백기였고 '쎄시봉'의 윤형주였으며 타락한 왕의 부마 진이 되었다. 무대 위의 헤롤드였고 드라마 '실종느와르M'의 초반 시청자를 사로잡을 신 스틸러의 활약도 예고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몰아치듯 작품 활동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작년에 나눠 찍은 작품들이 한시기에 몰려 개봉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턱대고 다작을 위해 출연하는 배우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출연하는 매 작품마다 애정과 신뢰가 깊었다.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역할을 확인하고 대본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작품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읽은 대본이 재밌다면 분량이 많지 않아도 출연한다. 생각보다 그의 분량이 많지 않은 '쎄시봉'이 그랬고 '미생'이 그랬다.
 
캐릭터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단호했다. 강하늘은 "모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다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게 아니라 차근차근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을 뿐이다. 운이 좋게도 맡은 역할들이 다 달랐다. '내년엔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짧은 이미지 변신을 하는 대신에 멀리보고 길게 보고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얼굴을 완벽하게 판독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강하늘은 본인이 맡는 캐릭터마다 무서우리만치 그 캐릭터에 동화되어 원래의 얼굴을 찾기가 어렵다. 인터뷰 사진도, 실물도 불과 몇시간 뒤 연극에서도 얼굴이 다르다.
 
그런 반응을 강하늘 본인은 좋아한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칭찬은 "야 장백기가 강하늘이었어"일 정도다. 누군가는 비웃듯이 던진 말이었지만 그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강하늘이 아닌 장백기로 비쳤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이 모두 만류한 금테 안경과 앞머리를 올린 헤어스타일 모두 그가 장백기가 되기 위해 주장했던 것들이었다. 못돼보인다는 반응을 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강하늘을 쫓다 장백기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허구의 인물을 현실 속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그는 강하늘을 버리고 장백기를 취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현실의 인물을 허구의 세계로 데려와야했다. 그것도 윤형주라는 거인을 연기해야했다. 윤형주는 그에게 남다른 인물이다. 윤형주는 라이브 카페를 하는 강하늘의 아버지의 꿈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실제로 쎄시봉을 보고 자란 세대다. 그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들었다. 윤형주라는 역할을 맡게되고 나서 두 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짠하면서도 좋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래서 더 조심했다. 윤형주라는 인물에 누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저음의 소유자지만 윤형주를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높은 미성으로 내기위해 노력했다.
 
강하늘은 "실존 인물을 연기해본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캐릭터 구축방법과는 좀 달랐다. 이미지와 영상을 찾아보고 연기의 깊이감을 깊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고민하면 할수록 눈이 달라진다고들 하더라. 눈이 달라지기 위해 고민하고 연습했다"고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을 털어놨다.
 


온라인상에서는 강하늘이 팬과 찍은 사진, 혹은 그가 친절히 남긴 싸인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연극을 보고난 뒤 팬들의 요청에 그는 기꺼이 응하고 있다. 팬서비스를 위해서인가 생각했지만 오해였다. 그에게는 그것도 연극의 연장선이었다.
 
"거기까지가 공연의 끝이라고 본다. 나 역시도 연극을 보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면 연극이 마치고 난 뒤 기다리고 서있었을 것이다. 만나보고 싶고 인사하고 싶을 것 같다. 관객들이 느꼈던 감동을 내가 스스로 끊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대세라고 불리우지만 그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경계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너머다. "연극도 잘되었고 '쎄시봉'도 개봉 하고 나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작품들이 잘되고 있는 건 너무 좋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내가 그런 것에 익숙해지고 도취하면 안될 것 같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상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행동들을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쉼없이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하늘은 "본의 아니게 영화의 개봉이 겹치면서 정신이 없어졌다. 연극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면서도 "정신은 굉장히 맑다. 오늘 공연도 기다려지고 내일 공연도 기다려진다. 어떤 관객들을 만나게 될까도 궁금하다. 연극이 '힐링'이 많이 된다. 무대에 서면 잡생각을 안하고 집중하게 돼 좋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연극이 주는 즐거움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의 연기관은 아주 확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고 강조하는 그의 눈빛은 연기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영화는 '쎄시봉'에 이어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그 열망가득한 눈빛을 3월까지 실컷 즐길 수 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강하늘ⓒ 권태완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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