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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의 추억

기사입력 2014.01.14 11:23 / 기사수정 2014.01.14 11:23

김덕중 기자


▲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호날두와 에우제비오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에우제비오(Eusébio da Silva Ferreira)가 별세(別世)했다. 1942. 1. 25-2014. 1. 5. 사인은 심장마비. 고인의 유해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포루투갈 리스본의 벤피카 스타디움이다.

모잠비크 로렌수 마르케스 태생. 같은 이름의 로컬클럽에서 1957년 데뷔. 1960년까지 42경기 출전에 77골 득점. 1961년 벤피카로 이적할 당시의 이적료는 7,500파운드. 그 해 여름, 파리에서 열린 친선경기 대 산토스 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산토스의 주전 공격수 펠레는 경기 후 ‘유럽의 넘버원 스트라이커는 바로 에우제비우다’라고 평가.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의 벤피카 당시의 성적표는 614경기 출장 638골 득점. 1961-62 시즌부터 1974-75 시즌까지 14년 간의 기록이다. 1963-64 시즌부터 1972-73년까지 9년 연속 득점왕. 1965년 유럽최우수선수, 1968년부터 시상한 유럽리그 최다득점자에게 수여하는 ‘골든슈즈’ 초대수상자. 72년 두 번째로 ‘골든슈즈’ 획득. 두 번의 유러피안컵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 10번의 포르투갈리그 우승과 다섯 번의 포르투갈 FA컵 우승에 주역으로 기여. 1975년 무릎수술 이후 스피드와 탄력저하로 고전하다 벤피카를 떠나 멕시코, NASL(북미 사커리그), 포르투갈을 오가며 활동. 79년 현역 은퇴.

말년의 펠레, 베켄바우어, 요한 크루이프 등 세계 유명 선수들을 끌어들이며 나름대로 활발하게 움직이던 NASL는 나름대로 수준급 리그였다. 주로 인조잔디 위에서 경기를 펼친 탓에 볼의 바운드가 크고, 태클 등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점(축구용 인조잔디가 나오기 전이다), 하프라인과 페널티 에어리어 사이에 오프사이드 라인을 긋고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했다는 점, 페널티킥 대신 ‘3초 단독드리블 슛’(아이스하키처럼)을 채택해서 FIFA와 대립하다 재정난을 못이기고 결국은 사라진 비운의 리그다. 한국인으로는 시카고 스팅스 등 두 팀에서 세 시즌을 활약한 조영증과 한 해를 팀의 백업 골키퍼로 활약한 김황호가 있다.      

포르투갈 대표로는 64경기 출전, 41골 득점. 1966년 월드컵 9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등극. 1966년 월드컵 지역예선,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터키 등과 한 조를 이뤄 4승1무1패, 9득점 4실점으로 나라의 첫 월드컵 출전에 기여. 본선 두 번 째 경기 대 불가리아 전(3-0승)에서 팀의 두 번 째 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데뷔골 기록. 펠레가 뛴 브라질을 3-1로 물리친 ‘충격의 경기’에서 두 골 득점. 8강전 대 북한과의 경기에서 팀의 1호-4호골을 혼자 몰아치며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5-3으로 역전. 두 골은 페널티킥 득점이었음. 참고로 월드컵 역사상 3-0으로 앞서다 뒤집힌 경기는 한 경기가 더 있음. 1954년 월드컵 8강전, 전반 23분까지 3-0으로 앞서던 스위스는 오스트리아에 7-5로 역전패했음. 역대 월드컵 최다득점 경기.  
준결승 잉글랜드에 1-2로 패한 경기에서도 득점. 3-4위전 소련과의 경기(2-1승)에서도 페널티킥 득점. 이 경기의 소련팀 골키퍼가 바로 ‘전설의 골키퍼, 흑거미’ 야신.

1970년 9월 3일 동대문운동장.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에서 야간경기로 펼쳐진 한국 국가대표팀 2진 백호와 벤피카의 친선경기 출전.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35미터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5-0 승리에 기여. 축구화와 축구공의 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무겁던 시절의 이야기. 9월 5일, 한국대표 1진 청룡과의 경기는 1-1로 종료. 당시 에우제비오를 더블마크했던 한국의 수비가 3번 김호, 5번 김정남. 한국팀의 득점자는 후반 23분 동점골을 기록한 11번 이회택. 벤피카의 아시아 순회경기 전적은 그래서 전승(全勝)이 아니라 4승 1무로 마무리.

2002년 한일월드컵, 에우제비오는 포르투갈 팀의 일원으로 32년만에 다시 방한했다. U-20 세계챔피언 맴버인 이른바 ‘황금세대’를 주축으로 우승까지 노린다던 포르투갈은 한국, 미국에 밀려 폴란드와 더불어 1회전에서 짐을 쌌다. 식민지이던 마카오에서 훈련캠프를 차렸고, 32개국 중 가장 늦게 현지에 입국했던 팀이 바로 포르투갈이다. 흐느끼는 선수들을 달래고, ‘전설’에게 인사하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그 와중에도 일일이 따뜻한 눈인사를 보내던, ‘마음씨 좋은 옆 집 아저씨’같던 불세출의 영웅.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에 보인다.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執其手, 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백우유질 자문지 자유집기수, 왈, 망지! 명의부! 사인야이유사질야! 사인야이유사질야!

제자 염백우가 병을 앓자, 선생님께서 문병을 가셔서 들창을 통해 그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이럴 수가! 운명이로구나!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영웅의 명복을 빈다. 고이 잠드시라.



장원재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호날두(왼쪽)와 에우제비오 ⓒ 호날두 트위터]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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