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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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꼬치꼬치] 시청률1위 '기황후', 시청자의 비판의식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3.11.10 23:36 / 기사수정 2013.11.21 12:09



▲ 기황후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의 기세가 무섭다. 전국 시청률 11.1%(닐슨 코리아, 이하 동일)로 산뜻한 출발을 보인 '기황후'는 13.6%, 12.8%, 14.5%를 연달아 기록하며 월화극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굳혔다.

단순히 시청률이란 잣대로 시청자들의 흥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순 없지만 이쯤 되면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을 딛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까닭은 3박자(극본, 연출, 연기)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빠른 전개와 화려한 영상미, 사극의 특성을 잘 살린 웅장한 연출로 '기황후'는 첫 방송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등 주연 배우들과 더불어 정웅인, 김영호, 권오중 등 연기파 배우들까지 합세해 작품을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역사 왜곡 논란에서 시선을 떼고 드라마 자체로만 접근한다면 '기황후'는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드라마의 내적인 재미만 보고 역사 왜곡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막장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해서 수작(秀作)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기황후' 측은 방송에 앞서 자막을 통해 "이 드라마는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왕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며 팩션(팩트+픽션)임을 고지하고 있다. 방영 전부터 일었던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역사적 사료의 부족함을 허구라는 양념으로 채운 사극은 그동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선덕여왕', '대장금', '장옥정' ,'뿌리 깊은 나무', '허준', '불의 여신 정이' 등 많은 작품들이 상상력을 토대로 실존 인물을 재해석했다.

하지만 고려 국정을 농단했던 오빠 기철이 공민왕에게 척살 당하자 원나라 군대를 보내 고려를 치게 한 실존 인물 기황후를 타이틀로 삼은 '기황후'는 얘기가 다르다. 탐욕스러운 일생을 보냈다고 알려진 기황후가 대륙을 품은 철의 여인으로 묘사되는 것은 지나친 미화라 할 수 있다.

주색을 일삼다 중국 원나라에 의해 폐위된 충혜왕을 왕유라는 가상의 왕으로 변경한 점 역시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임시방편이다.

가상 인물을 투입하거나 실존 인물을 재창조하는 것은 사료가 충분하지 않은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재해석'을 넘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물을 팩션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건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 신중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기황후'는 이미 뚜껑을 열었고,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수용 가능범위와 이에 따른 재해석이다.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역사를 왜곡해도 된다는 제작진의 생각과 다를 바 없다.

창작은 자유지만 문제가 있는 인물 포장에 대한 논의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라도 한 번은 짚어봐야 할 과제다. 그냥 넘긴다면 시청자와 학계의 묵인 하에 또 다른 류의 작품이 다시 안방극장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기황후 ⓒ MBC 방송화면, 포스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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