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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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개막] 축제는 시작되었다

기사입력 2005.02.21 09:22 / 기사수정 2005.02.21 09:22

윤욱재 기자

뭐니뭐니해도 스포츠의 가장 큰 재미는 이변이다.

그래서 섣불리 경기 결과를 예상했다간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팬들은 하나의 반란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 속의 이변에 쾌감을 느끼고 큰 즐거움을 얻게 된다.

하지만 팬들은 국내 배구에선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국내 배구 역대 최강팀이자 어마어마한 연승기록을 갖고 있는 삼성화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란 높은 벽, 그리고 프로 출범

삼성화재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들의 연승행진은 상대팀의 경기 의욕을 상실케 했으며 팬들도 기다리다 못해 지친 나머지 배구 자체를 외면하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독주로 갈수록 떨어지는 인기와 팬들의 외면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던 배구계. 결국 마지막으로 꺼낸 비장의 카드는 '프로출범'이었다.

국내 4대스포츠로 꼽히는 배구였지만 아직까지 프로화가 되지 않아 이미 프로로 정착한 라이벌 종목들에 비해 인기나 관심이 떨어졌던 차에 삼성화재의 독주까지 겹치자 프로스포츠 대열에 전격 합류한 것이다.

그러나 프로로 출범하기까지 여러 진통을 겪어야했다.

드래프트 파동, 샐러리캡에 대한 선수들의 반발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했고 연고제도 뿌리를 잡지 못해 슈퍼리그 시절과 같은 '지방순회공연'식의 일정이 잡혀버린 것이다. 게다가 프로화는 남자부만 이뤄져 자칫 '무늬만 프로대회'가 될 가능성이 커보였다.

그리고 야심차게 도입한 백어택 2점 제도도 여자부에만 적용해야했고 서울엔 프랜차이즈를 잡지 못해 서울팬들을 외면해야할 위기에 처했다. 

정규시즌에 펼쳐지는 서울 경기는 단 한 경기, 개막전이었다.

아무리 새 옷을 입혀도 사람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백구의 코트에도 프로란 새 옷을 입혔지만 각 팀 전력의 변동사항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팬들이 삼성화재의 우승을 점쳤고 이에 반문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제 삼성화재의 독주는 당연한 것이었다.


개막전이 보여준 새로운 희망

달라지지 않는 배구판에 한이 맺힌 배구팬들. 

KT&G 2005 V-리그 개막전은 그런 팬들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주었다.

마지막 한 점을 남겨둔 상태에서 블로킹에 맞고 아웃라인으로 떨어지는 순간,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삼성화재를 누른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배구팬들로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현대가 삼성을 눌렀다는 자체가 빅뉴스지만 두 세트를 내주고 세 세트를 모두 잡아내 대역전극을 펼치며, 그것도 삼성을 가장 극적으로 이겼다는 자체가 역사적인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이변을 만들어 낸 현대 선수들. 하지만 그들은 이변이길 거부한다.

삼성을 이겨서 얻은 것은 의미상으론 많지만 실질적으론 단 1승에 불과하다. 각 팀 당 40경기씩 치러지는 마당에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1승은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삼성이든 누구든 간에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바램은 삼성을 이겨도 '1승을 거뒀다'는 자체로 평가받는 날이 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개막전과 같은 명승부를 펼쳐 진정한 라이벌로 다시 거듭나는 그 때, 그런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막전은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1,2세트를 모두 내주고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 정신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반면 삼성으로선 아쉬운 한판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펼쳐질 시즌을 놓고 바라볼 때, 개막전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물론 삼성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물고 늘어지는 현대의 투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최강삼성'인 만큼 국내최고의 장병철-이형두 쌍포와 아직도 건재한 신진식, 김상우 등 국가대표 라인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삼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젠 서울을 떠나 대전과 구미 등 지방에서 경기가 펼쳐지게 된다. 개막전과 같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팬들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화려한 출범으로 시작이 좋았던만큼 끝날 때도 좋아야한다. 앞으로 선수들은 좀 더 파이팅넘치는 플레이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바란다. 앞으로 누가 졌다는 이유만으로 장문의 기사를 쓰지 않기를.


사진 / 윤욱재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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