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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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3관왕 위성우, 취임 1주년날 하와이행

기사입력 2013.04.10 07:01 / 기사수정 2013.04.10 16:38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지금부터 딱 1년 전인 지난해 4월 10일.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신임 위성우 감독의 취임 사실을 알렸다. 4년 연속 꼴찌를 했던 팀인 만큼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과 함께 농구명가 재건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계약기간은 3년으로 명시됐다.

이 기간의 의미는 분명했다. 첫 해는 탈꼴찌, 그 다음해는 플레이오프 진출, 3년째는 우승을 노리겠다는 밑그림이었다.

신한은행에서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며 6년 연속 통합우승에 일조했던 당시 위성우 코치로서는 큰 모험을 선택한 셈이었다. 만년 꼴찌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우리은행 정장훈 사무국장의 삼고초려가 크게 작용했다.

정 국장은 두 달 동안 감독 후보로 추린 55명 가운데 1순위로 위 감독을 올려놓고, 구단의 재가를 얻어 영입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위 감독과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 때 정국장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 하나가 빠져나왔다. 사직서였다.

정 국장은 위 감독을 향해 “오시면 모든 지원을 다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미련 없이 사직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정화영 단장에게도 위 감독 영입에 실패한다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던 터였다. 진심은 통했다. 위 감독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 감독은 조건 하나를 제시했다. “전주원 코치도 함께 갈 수 있다면 내가 움직이겠다”는 것이었다. 정 국장은 쾌재를 불렀다. 천군만마 같은 두 코칭스태프를 한 번에 영입할 수 있게 됐다.

꼭 365일이 지난 2013년 4월 10일 아침. 위성우 감독은 1년 전처럼 짐을 싸고 있었다. 지난해엔 안산 신한은행 숙소를 나와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숙소로 이동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구단이 우승보너스로 보내준 하와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향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우리은행의 위치는 탈꼴찌를 목표로 삼은 팀에서 디팬딩쳄피언으로 격상됐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챔피언시리즈를 3연승 퍼펙트로 거머쥐었고, 지난 7일 막을 내린 아시아 4개국(한국 중국 일본 대만) 정상 팀끼리 격돌한 W챔피언십에서도 3연승으로 우승하며 아시아 최고 구단의 영예를 안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 같은 3관왕이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선수 보강 없이 꼴찌에서 우승으로 직행한 팀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더구나 우리은행이 일본 JX 에네오스(Eneos)를 깨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가히 사건이라 부를만하다.

JX는 일본여자프로농구에서 29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차지한 난공불락의 팀이다. 국가대표 6명을 보유했고, 이중 4명이 주전이다. 지난해 7월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을 51-79로 무너뜨린 이른바 ‘앙카라 참사’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출전한 상태였다.

당시 한국 대표팀에 우리은행 선수는 배혜윤만 포함됐었지만 그나마 벤치 신세였다. 그런 우리은행이 사실상의 일본 대표팀을 누른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다. 농구계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취임 1년 만에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시즌 전에 체력훈련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시켰다.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 나도 놀랐고, 이 정도면 플레이오프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즌 전의 상황을 되짚었다.

이제 우리은행은 통합 2연패를 향해 달린다. 선수 보강 계획도 없다. 비시즌에는 지난해와 다른 업그레이드된 훈련을 시도할 예정이다. 당장은 쉬어야 할 타이밍이다. 오늘 하와이로 출발한 위 감독과 선수단은 6박8일간의 달콤한 관광길에서 그간의 피로를 풀고 우승 뒷얘기를 함께 나눌 예정이다. 하와이에는 우승의 주역 티나 톰슨도 합류한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4개국 정상이 격돌한 W챔피언십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위성우 감독이 김은혜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 WKBL 제공]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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